프롤로그. 어떤 마음은 늦게 도착한다

by 심횬

어떤 날은

마음이 제시간에 오지 않는다.

몸은 오늘을 살고 있는데

마음은 아직 어제의 가운데

묘하게 걸려 있는 날.

한 발짝도 떼지 못한 채

어딘가에 얹힌 듯

멍하니 앉아 있는 날이 있다.

아무 일 없었는데 갑자기 울컥하고,

툭 던진 말에도 오래 상처받고,

사소한 일에 마음이 길게 흔들리는 그런 날들.

예전엔 그 느림이

답답해서,

부끄러워서,

내가 유난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안다.

마음이란 원래

이렇게 늦게 움직이는 존재라는 걸.

시간이 지나야만 보이는 감정이 있고,

뒤늦게야 솔직해지는 슬픔이 있고,

한참을 돌아와서야 의미가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래서 이 글은

‘느리게 오는 마음’을 위한 자리다.

조금 더디고,

조금 어설프고,

조금 뒤에야 따라오는 마음을

다그치지 않고

그저 옆에 앉혀두는 법에 관한 이야기.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정말 위로가 되기까지

나는 아주 오랜 시간을 걸어왔다.

그리고 이제야

조용히 알게 된다.

늦게 도착한 마음이야말로

가장 맑고,

가장 단단하고,

가장 진실한 마음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