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원칙을 어기고
법을 비틀어 이용하는 걸 보고,
이것이 올바른 것이고 정당한지 따지고 들자
자꾸만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며
딴소리를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은 그러거나 말거나
원칙대로 법대로
일은 이루어지고
힘들다며 우겨대는 사람은
그저 약간의 유예기간을 얻거나
담당자가 할 수 있는 융통성에 기대어
작은 호의를 얻는 것에 그치는 게
정상적인 세상이다.
그런데 말이다.
방학기간에 관련해 교사들은
우겨대는 대로 통해온 것 같다.
교사들의 방학기간에 대해, 즉 교육공무원법 제41조 규정의 남용에 대해서는 할 말이 아직도 많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 다르고, 교사가 방학 때 '노는 것'에 대해서는 (놀랍게도) 그러려니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최대한 캡처와 같은 증빙자료가 있는 이야기만 했다.
이것은 부당함을 알리고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모으자는
설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질문하는 사람은 없었지만(댓글은 막아두었다.) Q&A형식으로 마지막 할 말을 풀어본다.
Q. 방학 때 교사가 쉬는 게 배 아파서 그런 건가?
A. 교사(로 추정되는)들이 많이 하는 질문이자, 반격 기이다. 금연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신고하는 건 담배 피우고 싶어서가 아니고, 신호위반으로 앞서가는 차량을 신고하는 것도 먼저 가는 차가 부러워서가 아니다. 교사가 방학 때 연수를 받는다고 복무신고를 하고 실제로 연구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위법한 행동이다.
솔직히 아이들을 교육하는 선생이라는 사람들이 떳떳하지 못하게 편의를 취하고, 그것을 지적하는 사람에게 '부러워서 그러냐?'라고 말한다는 게 상상이 잘 안 된다. 그건 어리석고 질 나쁜 아이들의 화법이다. 교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가끔 하는 말이라 믿고 싶다.
Q. 방학 때 연구를 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나? 연구를 하는지 안 하는지 어떻게 단정하나?
A.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
방학 전 교사들은 이번 방학 때 뭘 하고 놀지, 뭘 하고 쉴지 설레어하며 서로 대화한다. 개념 없는 교사는 나에게도 '방학 때 뭐 하실 거예요?'러고 물어본 적도 있다. 뭘 하긴, 출근해서 일하지.
2. 주변의 얘기들
방학 전 학교 전체 메시지로 '푹 쉬다 오세요'라고 교장이 인사했다는 얘기 (교사나 쉬는 거지 교행직과 공무직은 출근하는데), 연말정산 하려고 안내전화 했더니 보고도 없이 해외에 있어 대신해 달라고 했다는 얘기(물론 대신해 줄 수는 없다), 개학 직전 출근해서는 방학 때 어디서 놀았네, 어디를 가봤네 하며 떠드는 수다얘기...
3. 교사의 잘못된 믿음
앞서 글에서 보여주었던
'교사는 연봉제라서 연봉을 12개월로 쪼개 받는 거다. 방학 때 무노동 유임금이 아니다'라는 거짓말. - 상당히 널리 퍼진 거짓인데, 이걸 믿는 교사가 방학 때 놀지 않는다는 걸 믿기가 더 힘들다.
'방학은 교사의 근무조건이다.'라는 거짓말. - 아예 교사한테는 방학이 '있다고' 생각하는 데, 역시나 이걸 믿고 있는 교사가 방학 때 놀지 않는다는 걸 어떻게 믿나?
4. 방학 때 교사는 놀지 않아요~라고 항변하는 유튜브
와. 하는 일이 있어?라고 생각하며 찾아봤지만,
일부 교사만 하는 업무
따로 수당을 받는 업무
이 정도만 소개하고 말더라. 연수에 대해서도 말이 있는데, 그 긴 방학기간에 비해 필수연수 시간이 너무 짧아서 나를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5. 놀기를 부추기는 시스템
41조 연수를 승인하고 관리하는 게 교장이다. 교장과 교사의 사이가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교장은 교사들의 방학에 터치하기 힘들다.
6. 교원단체들의 주장
'행정업무가 많아서 수업연구를 할 시간조차 없다'며 교원업무경감을 주장하는데... 방학 때 연구를 하는 것이 보편적이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주장이다. 교사들은 방학 때 '아무것도 안 하고 노는 것'이 보편적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7. 우리 아이 선생님의 수업 퀄리티
설명 생략. 한숨만 나온다.
Q. 원하는 게 뭐야? 수업도 없는데 교사가 다들 출근했으면 좋겠어?
A. 방학 때 교사가 편하게 지내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직장이나 바쁠 때도 있고, 여유로울 때도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정도'라는 게 있다. 다음 학기에 대한 준비는 방학 중에 하는 수준이면 족하다. 여기에 대해 당연히 다음 학기 준비는 한다고 항변하는 교사분들이 계실 텐데, 다음 학기 준비가 되었다면 적어도 '수업연구를 할 시간이 없다'는 얘기가 나와서는 안된다.
또한, 내실 있는 연구활동을 위해 연수결과 보고서 제출이 필수가 되었으면 한다. 승인과정에도 41조 연수를 사용하는 인원을 제한하거나, 징계나 평가, 학기 중 맡은 업무량 등으로 승인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이 있었으면 한다.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은 공교육의 정상화이다.
출제오류로 재시험을 치르는 경우는 없다시피 해야 한다.
강의영상을 수업 중 보여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시중교재를 프린트하여 나눠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교육과정 가운데 빼먹는 단원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수업내용이 충실하다고 만족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사교육의존도가 낮아져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모습 (수업시간에 끝까지 시청할 수 없는 긴 길이의 시청각 교재, 알아보기 힘든 자료화면, 최신 교육과정을 반영하지 못한 학습자료, 잘못된 풀이나 해석, 지나친 잡담 등)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마무리하면서, 교원의 41조 연수관련한 아주 중요한 자료를 보여드릴까 한다. 공무원은 문서로 이야기하고, 법령과 매뉴얼을 잘 따라야 함은 당연하다. 교사들이 주장하는 방학과 매뉴얼에 나온 41조 연수와의 괴리를 느껴보시라.
이론은 정의롭고 아름다우며 당당하다. 다만 관리가 되지 읺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