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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신들의 학교 Aug 21. 2024

교원의 방학 - 당신들은 당신들에게 관대하다

당신들에게만 관대하다.

이전 글을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여기를 보고 오시면 좋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어떤 팀이나 조직이 하는 일이 엉망이라는
그런 평가가 있다면,

잘못된 것을 찾아내어 고치고
문제가 있는 사람은 퇴출하고
불합리한 관행은 없애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돈을 쥐어줍니다.
네, 일을 잘 못하고 있다는 그 사람들한테요.

여기서는 더 편하게 해 줍니다.
일이 많다고 하면 하지 말라고 하고
일이 많아서 엉망이라는 변명도 들어줍니다
게다가
 평가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문제가 터져도 조사를 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일탈이며,
원래부터 그런 사람은 아니라는군요.

....

이게 얼마나 웃기는 일이냐면,
엉망이라고 할 때마다
돈을 쥐어주고 편하게 해 주고 보호해 주니까

자기들이 나서서
우리 조직이 맡고 있는 일은
엉망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맡은 일이 엉망인데,
너희는 우리에게 뭘 해줄 거냐
이것이
그들의 주장입니다.

...


공교육 이야기입니다.

당신들의 학교요.




행정학 교재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첫 단원에서 반드시 언급되는 중요한 문장이 있다.


행정은 정의될 수 없다.



'행정'이라는 것이 가지는 너무나도 방대한 범위를 표현할 수 없음을 의미할 것인데, 그럼에도 공교육 안에서 '행정'을 굳이 설명해야겠다.  이것이 오늘의 주제이니까.


공교육은 막대한 자원을 소비하는 국가사업이다. 그렇지만 공교육이 무엇인가를 '생산'하지는 않는다. 딱딱하게 이야기하자면 '인적자원개발'이고, 좀 감성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미래세대를 위한 지식 전수 및 인성 함양'정도?


이런 공교육이 잘 굴러가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절차와 방안이 만들어져 있고, 각각에는 필요한 활동들이 있다. 자, 그것을 행정이라고 하자.


습지도방안을 마련하고, 일정을 계획하고, 공지하고, 수업을 배분하고, 학생의 성취도를 점검하는 등, 학생을 지도하는 것에도 행정업무라고 할 것이 들어있다. (일부 교사는 그것이 '행정'이라는 이유로 자신이 할 일이 아니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더라.)


물건을 만들어내는 산업처럼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행정의 효과는 측정하기 곤란하다. 특히나 교육처럼 가정, 공교육, 사교육등이 모두 깊숙이 개입해 있는 분야라면


잘 된 일은 내 덕이고
잘못된 일은 너희 탓



이라는 주장이 가능하기에,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서 알 수 있는 학력이라던가 하는 지표도 공교육의 효과를 설명하기엔 애매하다.


성과측정이 곤란한 경우라면, 절차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행정효과를 얻기 위한 절차가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허점이 없는지도 보고, 충분한 행정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도 확인하고, 그 절차대로 행동을 했는지도 점검한다.


이것이 공교육처럼 성과측정이 곤란한 때에도 우리가 행정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길이다. (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이 왜 그리 답답하게 구는지는 이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공교육은
절차의 설계도 잘못되었고
절차대로 움직였는지 확인과정도 없다.



교사의 방학기간을 생각해 보자. 그 41조 연수라는 것 말이다.


교사는 직장인, 그것도 공무원이므로 당연히 '방학'이 없다. 교사는 공휴일이 아니라면 근무의 의무가 있고, 출근 또한 해야 한다.


그런데 상당히 많은 수의 교사는 방학을 '쉬는 시간'으로 믿고 있고, 그런 교사는 방학을 그냥 놀았을 테니 교원에 대한 제41조 연수정책의 행정효과는 기대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


너무 당당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어서 어이가 없다. 교원에게는 방학이 없고, 41조 연수는 단지 연수를 받을 때에 편의를 봐 준 것 뿐이다.



육공무원법 제41조 규정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유초중고 교사는 휴업일(방학)에도 출근의 의무가 있으며, 근로를 해야 한다.

따라서 방학중이라도 급여는 지급된다

다만, 교육공무원법 38조에 따라 교원은 연구를 해야 하므로 41조 규정을 두어 연수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교육부는 교원연수중점추진계획을 내어 41조 연수가 본래의 취지에 맞고 실질적으로 운영되도록 노력하지만

연수가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것에 대한 책임은 각 학교장에게 있고

학교장은 연수가 실질적으로 운영되도록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연수를 승인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연수 결과물을 제출받을 수 있다.

물론 연수결과물을 제출받았는지, 교원 중 얼마나 41조 연수를 사용하는지 등은 교육부가 알 바 없으며, 41조 연수에 대해 주의, 권고, 독려, 강제를 한 적도 없이 손 놓고 있었다.



 가장 고약한 점은 연수를 승인하는 것도, 결과물을 제출받는 것도 학교장이라는 것이다. 결과물 제출이 필수가 아니라는 점도 어이없다.



뭐? 연수를 했는데 결과보고서를 안 낸다고?



그렇다.


제41조 연수는 행정절차에서 필수적인 환류(피드백) 과정 자체가 없는 대단한 특혜이다. 교육부가 절대절대 휴식이나 여가를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교원연수추진계획을 시도교육청에 하달하지만 사실상 관리 감독은 손 놓았고, 각 시도 교육청은 연수와 관련한 모든 권한과 책임을 학교장에게 넘기고는 역시 방관하고 있다.



부산시 교육청에 문의해 본 결과 학교장 소관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서울특별시 또한 마찬가지. 멀쩡한 세금이 낭비될 수 있는데도 연수결과 제출이 '다양한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할 사항이란다. 미쳤네.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에게, 학교를 가는 학생에게 있어 출근(출석) 하지 않는 부분을 소명하고 증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더구나 방학 때 연구를 수행한다는 명목으로 수업과 학생관리 등 업무를 하지 않음에도 학기중과 같은 급여를 지급하므로, 연수 결과 보고서 제출은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학생이 학교에 결석을 하려 해도 증빙하고 제출하고 보고해야 할 것이 있는데, 월급 받는 교사가 방학 때 출근하지 않고도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미쳤다고 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초등학교 체험학습 신청서. 보고서는 자그마치 '학생이. 직접. 증빙자료 등을 첨부해서 작성' 하도록 되어있다.


매번 꺼내보는 전설의 짤. 이 교사는 학생들의 출결서류를 챙기면서 자신은 어째서 연수결과를 제출하지 않는지 궁금하지 않았을까?


학생들이 '교외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학교에 빠지는 것은 교육을 받을 의무가 있는 학생이 이를 잠시 벗어나게 되는데, 이를 남용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또한 체험학습 후에 결과보고서를 증빙자료와 함께 직접 작성하게 하는 것 또한 체험학습을 남용하고, 지나치게 교육 외 목적으로 쓰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관련 절차를 까다롭게 관리하면 체험학습 정책을 마구잡이로 쓰거나, 부모 허락 없이 일탈의 방편으로 사용하려는 시도를 미리 막을 수도 있다.


체험학습의 성과를 측정할 수 없으니, 절차를 만들고 이를 철저히 따르게 함으로써 오남용을 막고, 행정목표를 비교적 그럭저럭 구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시이다.


한편, 교원의 41조 연수정책은 어떤가?


나의 경험과 주변의 증언으로 보아, '41조 연수'라며 연수지를 '도서관' 정도로 기입해 복무결재를 올려두고, 막상 일이 있어 전화해 보면 뜬금없이 외국인 경우는 양반이고, 복무결재조차 거짓으로 올려 (근무일수를 늘려 초과근무수당 정액분을 받으려는 속셈인지, 단순 실수인지는 알 수 없다) 출근하지 않아도 그냥 넘어가는 일도 있다.


이는 41조 연수의 승인자와 확인지 모두가 학교장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학교장이 같이 근무하는 교사의 41조 연수신청을 거부할 수 있을까? 잘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 연수 결과 보고서를 내라고 요청할 수 있을까? 교장 자신도 몇 년 전에는 41조 연수로 방학 때 놀러 다녔을 텐데?


41조 연수의 취지대로 연수를 하는 교사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교사에게는 방학이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말이 사실처럼 퍼지고

교사는 연봉제라서 연봉을 12개월로
쪼개서 받는다는 거짓말이 횡행할 때

내가 교사인데, 그거 사실이 아니다는
댓글 하나 본 적이 없다.

50만 교사는 커뮤니티를 전혀 하지 않는가?


내 좁은 경험에서 비롯된 오해였으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교원의 방학기간 중 행태는 도를 넘어선 지 오래되었다


마지막으로, 산수 하나만 해보고 넘어가자.


교사는 방학 때도 정액급식비를 받는다. 41조 연수를 받을 때도 정액급식비는 그대로 받는다.


원래 9주이지만, 편의상 방학은 두 달로 잡고,

50만 명의 교원 중 절반이 41조 연수를 남용한다고 보면



14만 원 ×2달 ×25만 명=700억


고작 급식비만으로도 1년에 700억이 나온다. 월급으로 계산하면? 어휴.


그러니


41조 연수를 남용하는 교사가 적어야 한다. 목적에 맞지 않게 여가나 휴식의 목표로 써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 표현은 교육부의 교원연수중점추진계획에도 이렇게 나와있다)


그러기 위해선?


절차의 허점을 고치고, 점검하고 평가해야 한다.


승인자, 확인자 모두를 학교장이 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41조 연수 규정도 개정해야 한다

승인과정과 결과의 보고는 충분히 까다로워야 한다.

남용 시 불이익을 규정해야 한다


교원평가도 안 받으려 하는 마당에

아마도 교사들은 이에 반대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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