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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신들의 학교 Aug 05. 2024

교원의 방학 - 이게 맞아?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원이 방학 때 노는 걸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양한 반응이 있겠지만,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건


뭐, 그럴 수 있지요.
학기 중에 고생하셨으니까.


라는 것이다.


나 또한 교원의 방학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고, 굳이 대답하라면 '별 상관없지 않나? 수업도 없을 텐데'라는 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 안에서 교원들을 보고, 그들의 업무를 간접적으로나마 보게 되면서. 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교원이 방학 때 논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었다. 그리고,



공교육 정상화의 핵심은
교육공무원법 제41조의 폐지 혹은 개정이다




방학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교육공무원법이라니, 무슨 설명이 이따윈가 싶지만 그냥 이어나가겠다.


제41조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제41조(연수기관 및 근무장소 외에서의 연수) 교원은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소속 기관의 장의 승인을 받아 연수기관이나 근무장소 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다.
[전문개정 2011. 9. 30.]


 교원이 받아야 하고, 받을 수 있는 연수가 다양하고, 학생에게 수업 외적으로도 영향을 주는 특수한 경우이므로 연수과정도 폭넓게 허용된다는 관행에 비추어보면 그다지 이상한 조항은 아니다.


그래, 수업에 지장 없이
연수 좀 아무 데서나 받으면 어때서



하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기가 막힌다.






문제점 1. 쪼잔한 해석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는 부분을 글자 그대로 쪼잔하게 해석하여 수업이 거의 없는 보건교사, 영양교사 등도 방학 내도록 사용하며, 수업이 있는 일반교사는 물론 학생 관리의 책임이 있는 담임교사까지 방학 때 학교를 나오지 않는다.




수업이 없으면 안 나와도 되지 않아?



교원은 교육공무원으로, 수업 이외에도 할 일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교원단체들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그 '과중한 행정업무'라는 것 말이다.


행정업무와 잡무가 많아서 수업연구를 할 시간조차 없다는 교사들의 볼멘소리는 제41조 연수사용으로 무너지는 논리이다.


41조 연수는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사용하는 것이며, 수업연구조차 못할 정도라면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에 출근하여 행정업무를 미리 해두거나, 미리 해둘 수 없는 성격의 일이라면 수업연구라도 해두었어야 한다.


41조 연수를 사용하여 방학중 출근하지 않는 교원이 과반수이므로, 교원단체의 '행정업무가 과중하여 수업연구를 할 시간조차 없다는 주장은, 그냥 놀 것 다 놀고 시험 전날 공부할 시간 없다며 징징대는 학생을 보는 기분이라 마음이 복잡하다.

 

왜냐면 저들이 공교육의 핵심이니까.



수업이 거의 없는 보건교사, 영양교사 또한 방학에 할 일이 있는데 하지 않고 41조 연수를 쓴다.


기본적으로 왜 보건교사, 영양교사가 '교사'인지 이해가 가질 않지만, (사서교사도 있다) 보건교사는 학교 환경위생관리, 영양교사는 급식실 관리라는 업무가 있는데, 방학 중 이를 전혀 하지 않는다. 관련해서 언젠가 '아무리 그래도 할 일이 없다고!'라는 식의 항의도 받았는데, (아쉽게도 캡처해서 저장해두질 않았다) 그럴 거면 '교사'이면 안 되지 않나... 수업도 거의 없고, 할 일도 없으면 굳이 국가공무원으로? 하는 생각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다.




문제점 2. 잘못된 인식


모든 호의적인 정책에는 '정도'라는 게 있다.


소소하게 탕비실을 두고 있는 사무실을 생각해 보자.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라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해두었다고 하자.

그런데 대부분의 사원이 탕비실에 비치된 커피와 과자를 아끼지 않고 먹는 것은 물론 한 움큼씩 가져가버리는 통에 탕비실 운영비용이 한 달에 2,3명분의 월급에 맞먹는다고 해보자.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


교원들은 방학 때 '쉬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쉬어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방학이 없었다면 교사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방학은 교원의 근무조건이라고 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싸한 논리같지만, 처음부터 틀렸다. 방학은 근로조건이 아니다.




그런 사람 앞에서 '교원은 교육공무원이라 방학이건 뭐건 근로의 의무가 있고, 다만 연수를 받을 때 편의를 허용해 준 것뿐'이라는 옳은 얘기를 해봐야 '너 공무직이지', '부러우면 교사하던가', '안 그래도 교권 무너져서 힘든데 그렇게까지 해야겠냐' 등의 옳지 못한 대답이 들려올 뿐이다.


게다가 방학이 교원의 근로조건이라는 망상이 이어, 오랫동안 구전되어 온 헛소리도 있는데




교원은 연봉제로
1년 치 연봉을 12개월로 나누어 받는다.
그러니까 방학 때 월급 나오는 거
그거 무노동 유임금 아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41조 연수를 악용하는 교원들에게 방학중 봉급은 '무노동유임금'이 맞다.


오죽하면 휴직했다가 방학 때만 복직하여 월급을 타먹고 학기가 시작되면 다시 휴직하는 진상교원도 수십 명이란다.


전국적인 규모를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문제점 3. 이 미친 행정 - 교육부 편


교육부는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요약하면,

연수가 잘 되는지는 학교장 소관이고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에 '잘하라고' 안내는 하고 있단다.



미쳤네



그러니까 방학 때 급여를 지급함을 잘 알고 있으면서,

연수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는 학교장에게 맡긴 채로

교육부는 안내 정도만 하고 있다?


10원 차이만 나도 회계감사에서 탈탈 털리고, 업무미숙으로 보험료라도 늦게 지급하면 과태료를 사비로 내야 하는 교육행정직이 보기에




교원의 방학은
영수증을 내지 않아도 되는
돈 퍼주기다



더 놀라운 사실은



교육부에서 시도교육청에 41조 연수관련해서 안내한 공문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교육부는 교원들이
41조 연수를 이용해
놀건, 쉬건
손 놓고 있었단 얘기다.


종합해 보자.


교원은 방학 때도 급여를 받는다.


교원은 41조 연수라는 걸 이용해서, 실제로 연수를 받지 않고도 방학 내내 놀 수 있다.


하는 일 없이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감독하고 연수결과를 측정해야 하는 책임은 학교장에게 넘겼다. (이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국가공무원의 복무를 최하위 부서의 판단으로 종결되고 위에 보고조차 안된다고?)


시도교육청에 안내를 하고 있다는 교육부의 변명조차 (실제로 안내를 했어도 별 효과 없었을 테지만) 거짓이다.



도대체 41조 연수관련해서 제대로 된 것이 있는가?




교육부는 무책임하고, 학교는 감당하기 어려운 (얼굴 맞대고 일하는 사이에 연수결과 제출이나 관리 감독이 잘도 되겠다) 책임을 지느니 포기해 버리고, 오랫동안 이어온 비정상정인 행정의 결과 신규 교원은 방학 때 진짜로 '노는'줄 안다.





공교육이 기대에 못 미치는 건
무슨 진상학부모나
교권 탓이 아니라고 본다.

1년에 두 달을
월급 받으며 노는 직원을 데리고
도대체 어떤 단체가 성과를 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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