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행정실 일 아니에요?

교사는 업무를 개인화하고, 교행은 업무를 부서화한다.

by 당신들의 학교

일선 학교에서 업무 갈등은 생각보다 많이 발생한다.



업무 갈등의 원인은 다양한데,


'어쩔 수 없이'라던가

'아직은 제도가 미비해서'라던가,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착 중이라서'와 같은

이해할 만한 원인은 거의 없다.


그저



이기심과 집단이기주의
편 가르기와 가스라이팅
떼쓰기, 거짓말, 막무가내



등등으로 전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전교조는 공식입장을 통해 '품의는 교사의 업무가 아니'라고 했지만, 기재부와 교육부 모두 교사가 할 수 있는 업무라는 답변을 받았다. 한마디로 거짓말인 것.


업무 떠넘기기로 피해를 받는 쪽은 아무래도 힘이 없는 저연차 교사와 저연차 교육행정직이고, 특히나 교행은 연차와 관계없이 고통받는 중인데,



본인이 교행이면서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다음 두 가지 중의 하나다.

1. 당신의 동료는 죽기 직전이다.

2. 업무능력은 뛰어나지만 눈치가 없다.



그러니, 교행은 하지 마시라.


교행이라면 도망치시라.







교육행정직이 학교에서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이거 행정실 일 아니에요?




업무 떠넘기기를 위한 첫 포석이 보통 이것인데, 가만히 듣다 보면 여러모로 열받게 하는 말이다.



왜냐하면 행정실에서

그 일을 할 사람은

나밖에 없거든



그러니까 어떤 업무를 '당신이 해야 하는 업무다'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어느 부서의 일이다'라고 한다.


그 부서에는 달랑 2명이 있어서 사실상 한 사람이 그 업무를 다 해야 한다는 사실은 '행정실'이라는 부서 이름에 감춰진다.


이게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좀 이상한 예를 들자면 선수가 7명 밖에 없는 축구팀같은 상황이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다)


7명이라는걸 생각하면 제대로 경기를 할 수 없다는 걸 알텐데, 그건 무시하고 그냥 축구팀이니까 골키퍼도 하고 수비도 하고 공격도 하고 미드필더도 좌,우, 중앙에 두고 4-3-3 포메이션으로다가 후보선수도 뛸 수 있게 몸을 풀어두라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행정실은 보통 정원보다 적은 직원이 근무하며,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드라마틱하게 줄어가는 동안 행정직원 1인당 업무량은 그야말로 '치솟고'있는 중이다.


업무의 개인화와 부서화에 대한 예를 하나 들어보면, 교사들은 업무를 거부할 때




이건 제가 할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또는

이건 제 업무가 아닌데요




라는 식으로 업무를 '개인'의 문제로 이야기한다.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부서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가 되면 그 개인의 역량, 상황, 성향 등이 고려의 대상이 되며, 설득할 요소(혹은 남에게 미룰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다.


실제로 일선 학교에서는 누군가 교장실에서 한번 울고 난 뒤에 업무에서 배제되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여기엔 논리나 규정, 상식 같은 건 없다.


교사들은 학교마다 가장 많은 인원 구성을 차지하므로, 한 개인이 업무를 떠넘기고자 하면 대체할 인원이 많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수업 이외에는 모두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며 '행정실 업무'로 떠넘기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인원 구성상 학교 교직원의 5% 미만인 교행은 보통 그대로 당하는 수밖에 없다.



교무부서에는 당연히 행정사무가 있고, 누군가는 그 행정사무를 해야 한다. 학폭예방을 위한 cctv 감시라던가, 교무부에서 사용하는 예산의 신청과 정산, 교무부의 사무처리 또한 교무부에서 해야 한다.



이 얘기가 너무 당연하기 때문인지

교사들은 '교무부서'를 언급하지 않는다

'교사'가 행정사무를 맡는다고 하여

마치 잘못된 업무분장처럼

착시를 노리는 것이다.



이렇게 수십 년을 교사들이 난리를 친 덕에, 학교는 십여 종에 달하는 '공무직'들이 들어와 있다. 대부분 교사의 업무경감을 위한 것인데, 이들 공무직 또한 교무부에 소속된 직원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비정규직



이라는 타이틀로 대외 활동을 하는 중이다.


고용불안과 차별, 힘들고 어려운 일을 떠맡은 가엾기 그지없는 노동자로서, 처우를 개선하고 차별을 철폐한다고 분기가 멀다 하고 쟁의를 반복하는 중이다.


결국 교무부에 소속되어
교무부의 행정사무를 해야 하는 직원인
교사와 공무직들이

'교무부'라는 이름은 숨기고

'수업하는 교사'라던가
'가엾은 비정규직'이라는 주어를 사용하여

업무를 떠넘기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누구에게?

당연히 '행정실'에게





교행들은 이런 말도 많이 듣게 되는데


저는 이거 해 본 적 없는데요



이 말은 자신은 이 업무에 대한 경험도 없고 역량도 없으니 나에게 이 업무를 맡기지 말라는 말이다. 지극히 개인적이며 무논리에 가까운데, 학교 사회에서는 이것이 마법처럼 잘 먹힌다. 교사에게만.


또한 업무의 개인화는 '교사'라는 불특정의 개인으로 치환되어 말도 안 되는 착시를 유발하기도 한다.


예컨대


"1학년 담임을 맡은 교사는 급식실까지 학생을 이동시킨 후에도 식사를 도와주는 등 점심시간이 바쁘다"


라는 평범한 문장이


"교사들은 급식실까지 학생을 이동시킨 후에도 급식 지도를 한다"


로 확대되고


"교사들은 급식지도를 한다"


로 일반화되어, 교사들의 업무량에 카운트되는 것이다.


이것이 교사들의 업무를 행정실로 미루는데 좋은 근거가 됨은 말할 것도 없고.






첫 글부터 너무 진도를 많이 나갔다.








사족. 이 글의 마지막 문장


교사들의 업무를 행정실로 미루는데 좋은 근거가 됨은 말할 것도 없고.


에서 개인화를 없애보면


교무부서의 업무를 행정실로 미루는데 좋은 근거가 됨은 말할 것도 없고.


이렇게 바뀌게 되는데, 훨씬 설득력이 있다. 교무부서의 일을 왜 행정실이 한다는 말인가


이미 교행인데, 탈출이 어렵거나 내키지 않으신 분들은 '교사'대신 '교무부서'라는 말을 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