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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누굴 바보로 아나

뭔 좋은 말만 하면 다 속을 줄 알어?

by 당신들의 학교

다른 사람은 안 그럴 수도 있는데, 나에게는 교육분야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아마도 '알고리즘' 때문인 듯한데, 이렇듯 AI는 빠르고 깊숙하게 우리 생활에 들어와 있다.


그 AI라는 거 말이다.


교육계에 높으신 분들이 보기에 참 좋아 보였나 보다. 어째 잘 모르면서


야, 요즘 그거 유행이라 매,
그거 내놔봐. 거...
AI인지 에이어른인지 하는 거



뭔가 이런 느낌이다. AI를 활용하고 AI기술을 접목하고 AI인재를 양성하고... 난리가 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술과 공학에 한평생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그야말로 '마법 같은' AI에 홀딱 빠진 모양새다.


당연히 나쁘지 않다. 기술과 공학은 일반인의 관심을 필요로 하니까. 그런데 이것이 관심을 넘어서 어떤 정책결정자가 말 그대로 '잘 모르면서' 이것을 정치적으로 사용하겠다면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이 잘 모르는 말을 하면
의외로 수용하려는 경향이 많다.

모르는 걸 들키고 싶어 하지 않거나
아니면 자신이 아는 아주 적은 지식이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사를 보자.



https://omn.kr/2e6s2


서술형 답안을 AI가 채점하는 사업을 하려나 보다. 이것에 대해


나는 두 손 들어 찬성한다




언젠가 다루려고 했던 주제인데, 학교의 서술형 시험이라는 거. 이것이 공정한 평가라고 보기가 어렵다.


아예 에세이나 논문식으로 작성한 서술형을 교사가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풀이과정의 기호 사용이나 표현, 답안의 글씨체, 온점의 여부, 심지어 필기구의 종류에 따라서 점수가 달라지는 것이 일선 학교의 실태다.


실질적으로 학생의 성적을 책임지고 있는 '학원'에서는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서술형에 대비하기 위해 학생들의 암산이나 직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거세하고,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암기'해서 적도록 훈련하기도 한다.



문제풀이 중심이 아니라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운다고?

풋!



일선 교사들 중 일부는 문제를 제대로 출제하지도 못해서 시험 때마다 재시험 사태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서술형 평가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많은, 어처구니없는 사례가 쏟아진다. (이른바 '컴싸'로 작성했다고 0점 처리한 사례는 내가 직접 들었다)


이것을 해결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나는 AI라고 생각한다. 아예 시험의 출제와 채점 모두 AI를 활용해서 교사의 개입을 없앴으면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교사의 업무 중 상당량이
AI로 넘어가는 것이므로
교사 수를 줄이고,
강의 중심으로 급여체계를 개편하여
AI를 활용한 학생평가 체제를
구축하고 유지하는데 쓰이는
막대한 자금을 보전해야 한다.


50만 명의 교사들에게 들이는 막대한 인건비를 대폭 줄여서 AI에 활용한다는 전제 하여 찬성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아니, 일 할 놈 천지빼까린데
AI는 무슨 AI!!



더군다나 교사들의 인건비를 어떻게든 (교사 수를 줄이던 월급을 깎던) 줄이지 않고 출제와 채점에 교사를 배제하고 AI를 사용하는 것은



교사의 무능력


을 공식화하는 것이라, 나는 반대다.


다시 기사로 돌아가자.



'AI 서. 논술형 평가'가 우리 교육의 미래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말은


현재 교사들에 의한 서. 논술형 평가는 우리 교육을 망치고 있을 만큼 실패이고

AI 서. 논술형 평가가 교사들의 평가보다 훨씬 우위이다


라는 말이다. 임 교육감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걸까?





임 교육감이 말하는 '교육의 본질'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만,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이것은 언젠가 '공교육의 목표'로 묶어서 다루겠다)


그런데 웃기는 것. AI 평가시스템이 교육의 본질과 관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교육의 본질'을 운운하고 바로 이어서 AI 평가시스템을 언급하여


마치 AI가 공교육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만 같은 착시


를 주고 있다. 나는 이것이 의도되었다고 본다.


가장 문제는 임 교육감이 AI 평가시스템이 입시중심의 교육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직접 소개하는 것이다.


와이파이라는 신기술이 등장하자 위와 같은 농담도 등장했다. AI가 입시위주의 교육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이 '무선샤워기'보다 수준 낮은 거짓말이다.


잠깐 딴 길로 가보자.


그 입시 중심의 교육이 문제라는 거. 학생들은 경쟁에 매몰되고, 스트레스는 학생뿐만 아니라 부모에게까지 확장되고, 창의력이나 개성은 발휘되지 못하고 인성과 교양을 갖추어야 하는 학생이 국영수만 들여다본다고 전 국민이 걱정하는 그거.



공교육이, 교사가 의도한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면 입시위주의 교육이 가장 쉬우니까.


인성을 함양하려면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신경을 쓰고, 상담하고, 가정문제 학우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해야 하니까.


교양을 갖추게 하려면, 현장체험학습, 야유회, 소풍, 조별 지역활동, 프로젝트 기반 학습 등등을 수행하고 비교과 수업시수를 확 늘려야 하니까


창의력과 리더십, 사회성을 기르려면 어릴 때부터 완전한 학생자치를 보장하고 동아리 활동 등을 지원하며 이를 지도, 감독, 보조해야 하니까.



입시위주교육을 벗어나려면

그깟 AI가 뭘 해서 되는 게 아니라

교사들이 지금과 다르게 열심히 해야 하니까!




한편, 입시위주의 교육은 얼마나 편한지!


학교는 수업시간에 진도를 나가면 그만! 심지어 진도를 다 나가지 않아도 상관없다. 사교육에서 다 해주니까.


실제로 BS시의 JJ고등학교에서는 작년 고1의 '순열조합' 단원을 빼먹고 학생들을 2학년으로 올려 보냈다. 학교에서 진도를 다 나가지 않는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한데, 보편화된 사교육과 학습 부분에서 공교육에 대한 낮은 기대치 덕분에 이슈화되지는 않고 있다는 게 내 진단이다


인성과 교양 문제는 가정교육을 탓하고, 자율성이나 사회성의 문제는 그저 '요즘 애들은 이상해' 해버리고는 끝. 그냥 진도 나가고 때가 되면 시험 치고, 숙제 내고 평가하고... 그 과정에서 피드백이라고는 몇 마디. 격려와 질책.


이렇게 편한데, 공교육이 입시위주의 교육방향을 버릴 수 있을까?



이상하지 않은가.


이해를 돕기 위해 비슷한 형식으로 글을 만들어 보겠다.


해당 계산원은 "(AI 결제 덕분에) 상품 결제 시간은 줄이고 정확도를 높일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이라고 평가했고, 손님들 역시 "결제에 믿음이 생겼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번 AI 결제시스템은 ㅇㅇ마트에 탑재되어 운영된다. 결제 전 과정을 표준화해 계산원을 지원하며, 특히 상품의 수량과 가격에 따라 자동으로 봉투에 담고 손님에게 인사까지 하는 것이 핵심기능이다.


이게 계산원을 지원하자고 만들었다기보다는 계산원을 '대체'하는 것 같지 않은가 말이다. 실제로 키오스크 하나만 들아와도 알바 2명이 잘리는 시대인데.


이제는 모두 눈치채셨겠지만, 이 글에서 이상한 점은 저렇게 완벽한 기능을 구현하는데도 '교사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아니, 저 정도면 교사를 '대체'하는 게 맞지 않은가 말이다.



이 사업이 전 학교로 확대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답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세금만 수백억에서 수천억쯤 더 쓰는 것일 게다. 어쩌면 더 필요할 지도 모르고. (교원들의 인건비는 매년 수 조원 단위이다.)


학생들의 답안지를 AI가 평가할 수 있도록 스캔, 이송, 입력, 삽입 등 뭔가를 아마 해야 할 텐데, 아마도 그것은 '교사 본연의 업무가 아닌 잡무'로 분류되어 공무직이나 행정직이 할 가능성이 높다. (에이, 설마라고 생각하지 말 것. 이미 보건 교사는 교직원 건강검진 안내를 행정직에게 넘겼다) 교사는 업무가 경감되었다고 좋아할까? 그럴 리가. AI관련 보고와 연수 등을 헤야 해서 바쁘다며 처우개선과 수당 신설을 요구하겠지.


AI가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다. AI 서술형 평가에 이의를 제기하는 '민원'은 반드시 발생할 것이며, 평가의 책임이 누구에게도 없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직책과 수당이 신설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많은 학교의 직책처럼 이름만 그럴싸하고 실제로는 업무를 거의 하지 않거나, 아예 업무는 다른 사람이 하고 수당만 받아먹는 형태로 변질되기 쉽다 (역시 에이, 설마 하시겠지만 많은 학교에서 교원의 인사를 교감이 아닌 행정직이 맡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대대적으로 도입되면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하며 초반에 '억지로 굴리는데'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그런데 이런 세금을 들여 시스템을 만든 결과가 교사를 놀게 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평가시스템으로 혼란을 주는 것이 좋은 일일까?


초반의 혼란이야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겪어야 하는 일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교사를 놀게 하는 게 진짜 좋은 정책일까?


교사 수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라면 여러모로 찬성한다만, 앞뒤가 맞지 않는 '좋은 말'만 늘어놓으며 AI에 대한 핑크빛 전망만 남발하는 것이 어째 미덥지가 않다.




교사가 AI만큼 신뢰를 갖게 만들거나

아니면

교사를 줄이고 AI를 도입해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일 할 놈 천지빼까린대 뭐 하는 짓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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