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부 - 잔소리 2

노조 편

by 당신들의 학교
나는
교행이 보통 속하는
교육청 일반직 노동조합을
이해할 수 없다


1. 경조사는 왜 챙기는데?


친목 도모가 주요 목적이라면 모르겠다만, 노조에서 조합원의 경조사를 챙기는 것은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다.


경조사를 챙긴다고 장례식에 노조 이름이 박힌 장례 물품을 주는 것도 아니다. 조합원들에게 간단한 안내문자를 발송하고 약간의 돈을 주는 정도 일게다. (아주 어렵게, 노조 간부로부터 노조 회비의 지출용처를 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경조사지원이었다)


이게 노조야?
상조회지!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더 골 때리는 일이 생기는데



1. 경조사에 얼마를 지출하는지 안 알려준다.


친지 장례에는 10만 원, 본인 결혼에는 20만 원... 뭐, 이렇게 정해진 게 있어야 조합원 입장에서도 경조사가 발생했을 때 노조에 얘기를 할 것이 아닌가?


나중에 따로 얘기하겠지만, 노조의 회계는 전혀 투명하지 않다. 사람에 따라 경조사에 지원하는 돈이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혹은 어떤 사람은 받고 어떤 사람은 안 받는 게 아닐까?


이게 무슨 횟집의 싯가도 아니고, 경조사를 챙기려면 기준은 공개해야 하는데, 그러지를 않으니 이해할 수 없다.



2. 경조사 안내가 메인 업무가 되는 노조


조합원이던 시절에 압도적으로 많이 받은 연락은 '조합원 경조사 안내'였다.


반복되는 경조사 안내와 비교해서 뜸하게 오는 노조의 활동 소식은 조합원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경조사 안내를 열심히 해서 문제라기보다는 일 년 내내 경조사 안내만 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문제라는 것이다.


이게 노조야?
상조회지.




3. 그럼 어떻게 할까?


상조회(노조인데 상조회다)의 특성상 '받아먹은 사람'과 '아직 못 받아먹은 사람'의 갈등이 생기므로, 경조사 안내를 그만둘 수는 없겠다.


대신에


기준을 세우고 공개할 것 (경조사 신고 기한, 사안별 지원 내역, 매달 지출 현황)

경조사 문자발송 금지. 홈페이지 공개만 시행


이 정도만 해도 되겠다.


참고로 지금 이야기하는 노조의 모델이 된 것은, 한때 내가 몸담았던 지역의 교육청 노조(3년 전)이다. 지역에 따라, 시점에 따라 '어, 내가 아는 노조는 안 이런데!' 하실 수도 있겠다.


정확하게 현시점에 부합하는 모든 노조의 공통된 불합리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니 너무 무겁게 들으시진 마시라. 잔소리다. 잔소리.




2. 예결산, 지출내역 공개는 기본 아니냐?


교행이 뭐 하는 사람들인가. 회계직원이다.


아니, 회계직원 수천 명을 모아서 노조를 만들었는데 예결산 공개도 안 하고 지출내역도 공개 안 한다고?


내가 이걸로 노조랑 1년 반을 싸우고, 노조에게서 징계 먹었다가 노동청에 진정해서 다시 풀렸던 사람이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그 노조는 악착같이 예결산 공개, 지출 내역 공개를 하지 않았다.


1년 반을 싸워서


좀 더 접근하기 쉬운 홈페이지를 만들게 하고

노조 일정을 공개하도록 하고

노조 활동을 공개하도록 하고

노조 회의 내용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까지는 했는데



죽어도

어떻게든

예결산 공개는

하지 않겠다 버티고

징계하고

홈페이지 접속을 막았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당시의 조합원의 수는 2000명. 조합회비는 월 15,000원이었다.


한 달에 3,000만 원. 1년에 3억 6천.


무슨 활동을 하길래 1년에 3억이 넘는 돈이 사라지는 건지. 혹시 모아두는 건지.


3, 4000만 원이면 그럴싸한 오케스트라 악기를 구성할 수 있고, 2억이면 학교 운동장을 싹 갈아엎고 깔끔한 잔디를 깔 수도 있다.


3억을 어디에 썼을까. 나는 그것이 너무 궁금했다.


노조에 몸 담고 계신 분들은 잘 들으시라.


예결산은 공개하세요.


요구가 빗발치고, 의심이 확신이 되어 손가락질을 당할 때에나 마지못해 공개하면 작은 실수, 얼마 되지도 않는 부정으로 비난을 받고 심하게는 법적 책임까지 질 수 있어요.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같이 개선해 나가면 되니까 예결산을 공개하세요.


예결산을 공개한 다음에는 지출내역 공개입니다. 그것도 공개하세요. 활동비, 수당, 경조사 지출, 식비, 유류비, 변호사 자문료, 행사비, 사무운영비...


1년에 3억 6천을 어디에 썼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요. 내가 노조를 만들어서 운영도 해보았기에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구요.



오래전부터 나는
노조의 지출에 대한
의심의 씨앗을 곳곳에 뿌려두었다

5년 전보다는 3년 전이
3년 전보다는 지금이
노조의 지출내역 비공개에
의심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저 공개만 하면 된다.
특활비도 공개하는 마당에
노조가 뭐라고.



3. 업무단톡방. 그거 좀 하지 마라.


교행은 신규에게도 난도 높은 업무가 그냥 배분되고, 신설되는 업무나 갖가지 변경도 많아서 업무에 대한 규정해석 등의 질의가 넘쳐난다는 것. 나도 안다.


그런데

업무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진짜 노조가 할 일이냐?



공무직 노조가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 스트레칭 앱을 개발해서 배포하던?


교사노조가 문제학생의 문제행동별 대응매뉴얼을 만들어서 뿌리는 거 본 적 있어?


노조는 사용자가 할 일을 사용자가 하도록 압박하고, 조합원의 고의가 아닌 업무 미숙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한 징계나 처벌을 막거나 경감하는 역할을 해야 해.


왜 노조의 인적, 물적 자원을 '조합원이 일을 잘하게 만드는 것'에 투자하는 거야? 바보야? 교육청에서 돈 받아?


캐듀파인 문의 창구를 늘리라고 요구하고, 업무매뉴얼을 더 다양하고 강화된 형태로 만들어서 배포하고, 직무교육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라고 교육청을 압박하고 요구하는 게 노조가 할 일이야. 업무경감, 인원충원, 지원 요구,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주장하는게 노조가 하는 일이라고.


교육청이 부담하고 해야 하는 저연차 공무원의 교육과 업무 관련 상담을 노조가 자기돈(정확히는 조합원 돈) 들여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해?


교육청 소속기관도 이렇게 헌신적이지는 않겠다.



4. 말을 안 하는 건 할 말이 없다는 게 아냐. 기대가 없는 거지.


홈페이지건 밴드건 노조는 조합원과 양뱡향 소통을 해야 해.


일반 조합원이 노조에 도통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노조가 말하기 불편한 상대라는 인식이거나, 노조에 아무런 기대가 없는 거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해.


뭐 찾아가서 필요한 거 없냐고 옆구리 찔러 묻는 방법도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는 솔직한 얘기는 안 나와.


뭘 어떡하면 조합원이 말하는 분위기가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확실한 것 하나는 예결산 공개하라는 조합원의 요구에 '징계'로 답하는 노조는 답이 없단 거야.



5. 전국노조가 필요해.


지역 교육청 정도야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겠지만, 전교조, 교총, 교사노조, 보건교사회, 영양사협회, 학비노조와 체급이 같니?


물론 노조들의 전국 연합이 있는 거 알아. 그런데 그게 전교조나 학비노조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니? 경남의 영운초 소방안전관리자 사건으로 경남노조가 투쟁할 때, 전국연합은 뭐했더라? 성명내고 모금하고? 고등학교 학생들도 할 수 있는 그거.


성명서, 탄원서, 모금활동, 연대서명... 가장 쉽게 할 수 있고 안전한 것. 보통은 내부적인 '했다'는 표식일 뿐 실제 효과는 미미한 것.


1인 시위, 릴레이 시위... 눈물겹고 고생이긴 하지만 소수의 힘없는 단체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투쟁방법


언론제보, 인터뷰, 조직력을 활용한 시위, 이름값과 자금력으로 하는 로비, 단체행동, 단체 퍼포먼스... 수천, 수만명의 조합원이 있는 교육청 일반직노조의 연합에 기대할 만한 투쟁방식은 이런 거야.


전국 연합에서 가끔 만나서 회의하는 걸로 알고 있어. 역량을 집중하면 소소한 승리 (어쩌면 당연한 승리)를 할 수 있을 거야. 10여 년 전 유치원 겸임 수당 외에 '교행만' 얻어낸 것이 있니? 성과를 보여봐. 하려면 할 수 있으니까.


이것으로, '하지 마 교행은' 연재를 마칩니다.
제가 경험하고 아는 정보들은 퇴직시점에서 멈춰있기에 더 이상은 글을 쓸 수 없네요. ㅎㅎ

여러분. 도망치세요. ㅎㅎㅎ

조금 쉬었다가, 제가 어디로 도망쳤는지에 대한 연재를 시작하겠습니다. ^^
이전 09화당부 - 잔소리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