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당신들의 학교 Jul 17. 2024

왜 자꾸 교권이라 그래요?

교권이 뭔지는 알아요?

단일직업 최대인원인
교사가 모이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올바른 공교육이 정립될 줄 알았지.
문제 학생을 잘 이끄는 방법이 개발될 줄 알았지
학교폭력이 어느 정도 해결될 줄 알았지
사교육보다 공교육의 질이 높아질 줄 알았지

그런데 아뿔싸
'교권'이라는 도깨비방망이를 들고 와서
온갖 것에 '교권침해'딱지를 붙일 줄은 몰랐지

그런데 왜 자꾸
교권이라고 해요?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데.




전교조의 인스타 게시물을 하나 보도록 하자.

한 문장 한 문장이 어이없는 전교조 공식 게시물 (인스타그램)


저 간단한 게시물에서 읽을 수 있는 교사의 민낯은 교사가 아닌 내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어느 한 교사가 개인적으로 저런 주장을 해도 욕을 먹을 판에 전교조 공식 이라니.


말도 안 되는 요구를 교육부까지 들고 가서 면담할 수 있는 배경에는 당연히 교사의 수가 절대적인 힘을 발휘했을 것이다.


같은 시간에 일선 학교에 결원상태인 시설관리직 공무원을 채용해 달라는 교육행정직의 읍소는 각 시도 교육청 입구에서 묵살당하는 반면, 교사의 어처구니없는 요구는 교육부까지 올라가서 저리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전교조의 저 주장이 왜 말도 안 되는 것인지 따져보자.




성희롱, 인권침해, 모욕할 수 있는 합법적 공간

교사에게 모멸감만 심어주는 교권침해시스템



교원평가에 대한 전교조의 시각이다.


교원평가에서 일부 학생의 성희롱 서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그것을 인권침해라 본다면 그럴 수 있다. 교원평가에서 나온 불미스러운 일을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교원평가를 없애면 성희롱 등이 사라지지 않느냐는 식의 논리는 술 취한 개인이 그럴 수는 있어도 멀쩡히 대학까지 나온 교사들의 집단이 '공식적으로' 주장할 만한 내용이 아니다.


이런 논리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를 내가 잘 설득할 자신이 없다. 주장하는 쪽이 워낙 논리가 없기 때문이다. 상식적이지 않은 내용을 당당하게 주장하는 단체는 무섭다. 어떤 말로도 설득이 되지 않을 것이므로.


다만, 그 논리가 얼마나 막무가내인지 직접 보여주고 느껴보게 해 줄 수는 있을 것 같다.


다음 사건들을 보자.


성폭행 사건
피해학생이 124명이다.
성추행도 심심찮게 있다


자, 이제 나는 전교조의 논리와 같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성추행, 성폭력, 인권침해를 할 수 있는
합법적인 공간,

학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만 주는
공교육을 즉각 폐지하라!



어떤가.


전교조가 무슨 주장을 하는지, 그 주장이 정상적인 사고력을 가진 사람이면 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시는가?


전교조는, 교사들은 교원평가시스템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을 두고는 교원평가시스템 자체가 문제라는 논리를 세우고 있다.


이러한 논리를 세우고, 게시물을 제작하고, 여러 교사들에게 감수를 받아 공식계정에 걸고, 교육부를 찾아가 이딴 내용으로 면담하는 동안 이 주장의 허접한 논리를 눈치챈 교사가 하나도 없단 말인가?


아니면


중요한 것은 교원평가를 없애는 것이지
이유나 논리는 상관없어
뭐라고 말을 하건
50만 교사가 지지할 테니까



이런 건가?



교원평가에서 성희롱 설문이 있었다면, 해당학생 징계, 교육, 시스템적 보완을 요구할 일이다. 빈대잡으려 초가삼간 태운다는게 이럴때 쓰는 말은 아니지만 이만한 비유도 없다.


전교조는 교원평가가 '교권침해'이니 폐지해야 한다고 공식 입장을 내었다. 다시 읽어보자.


교원평가는 교권침해이니 폐지해야 한다.



모든 것이 잘못된 문장이다. 하나씩 생각해 보자.




1. 교원평가는 교권침해일 수 없다


왜냐하면 교권은 '학생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법에 의해 부여받은 임무인 교육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 말하자면 학생의 교육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취지이며, 교원이 교육을 잘 수행하도록 보장한다는 것이다.


교권이 무엇인지 국민신문고로 질의해 보았다.


교원평가 설문에서 교사를 모욕하고 성희롱하는 일이 일어났다고 해서 그것이 교권침해인 것은 아니다.


교원평가는 교사가 교육을 수행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교육을 받는 입장에서 허심탄회하게 수업에 대한 소감과 장단점을 말할 수 있는 기회란, 소수의 일탈에 따른 문제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장점이 있다.


학생들의 교육활동 보장에 필요하단 말이다.


학생을 위해 교사가 '교육하는 것'을 보장하도록 하는 교권인데, 앞뒤 다 잘라먹고 '교사를... 위한..권리' 정도만 남겨서 무슨 왕권이나 귀족의 권리처럼 아무 데나 휘두르는 기적의 논리를 보여주고 있다.


'학생의 교육활동을 위해 교사가 교육할 수 있도록'이라는 부분을 떼어버리고 그저 '교사의 권리'라고 생각하면 이런 일이 버젓이 일어난다. 병가가 교권이랑 무슨 상관인데?


글을 읽고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면 스스로 부끄러워서 아무 데나 교권을 갖다 붙이는 일을 삼갈텐데, 교사들은 교권의 정의에 대해 고민하거나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는 확신이 든다.


편하니까



하지만 교권은 함부로 들이댈 것이 아니다. 제한된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목적이 제한적이고 권리의 발현 조건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교권보호를 위해 수당을 신설하고, 수당을 인상하고, 보조근무자를 더 채용하고, 가구와 집기를 바꾸고, 더 많은 복지와 휴식을 가지며 더욱 일 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를 쟁취하고 더 이상 근무나 노력의 증명을 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를 요구하고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고, 일이 잘못되어도 무사하다는 보장을 하라고 요구하기까지 한다.


오늘은 하나만 하자.


교원평가는 교권침해가 아니다.



2. 교원평가는 폐지할 것이 아니라 강화해야 한다.


교사들이 똘똘 뭉쳐서 교사들의 이익을 요구한다고 생각하지만 학교 안에서는 좀 다르다.


교원업무경감이나 각종 수당의 혜택을 200% 누리는 교사가 있고, 그러거나 말거나 진짜로 업무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는 교사도 있다.


학교 안에서 보았을 때, 교사를 힘들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보통 동료(선배) 교사이다.



일을 맡은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한다




경험 있는 사람에게 어려운 일이 주어지지 않고, 한가한 사람에게 '잡무'가 주어지지 않는다. 잡무나 각종 행정처리는 '일을 맡은 사람'에게 주어진다.


그래서 성격이 나쁘거나 잘 울거나 지나치게 무능하면 오히려 학교에서 편하게 근무할 수 있다는 건 학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겐  비밀도 아니다.


젊고, 빠릿빠릿하고, 불평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렵고 바쁜 자리(담임, 부장, 총무 등)를 맡고 책임 있는 업무까지 하는 동안


그 교사 월급의 1.5배는 받아가는 교사들은 주당 20회 (20시간이 아니다)의 수업에도 피곤하다를 연발하며 잘 꾸며진 교사휴게실에서 티타임을 갖고, 조퇴를 밥 먹듯 하며, 수업 또한 영상을 보여주거나, 아이스크림몰에서 산 만들기 세트를 나눠주고 지켜보는 정도로 일과를 마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불평등 가운데, 오랜 시간 교사와 함께 있는 학생들의 평가는 교사의 성실성이나 수업내용을 파악하는데 중요하게 참고할만한 하며, 이를 통해 선량하고 성실한 교사를 지원하고 불성실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교사를 예의주시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분명하다.


교원평가 자체에 부담을 느끼지 않거나, 했으면 좋겠다는 교사들도 분명 많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평가를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3. 교권을 보호하자는 건 교사를 보호하자는 게 아니다.


교권은 '교사가 법에 정해진 교육을 하도록 보장받는 권리'이다.


법에 정해진 교육을 하는 중이 아니라면, 교권의 보호는 성립되지 않는다. 좀 넓게 해석될 여지는 있지만, 어떻게 생각해도


교권확립을 위해 수당을 신설하자

교권보호를 위해 면책권을 주자

교권보호를 위해 연수결과의 보고의무를 없애자

교권수호를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자

교권침해이니 교원평가를 폐지하자

교권침해이니 행정업무를 이관하자

교권보호를 위해 학폭사건은 경찰이 하도록 하자


등등은 모두 교권을 '교사가 가르칠 권리'로 보지 않고 '교사의 권리'로 보아, 교사라면 우대받고 교사라면 보호받고, 교사라면 피해받지 않고, 교사라면 책임 없고, 교사라면 어려운 일을 하지 않으며, 교사라면 원하는 걸 다 가져야 한다는 정도의 마인드인 듯하다.


교권의 취지는 '학생의 교육활동 보장'에 있다.

교사가 양심에 따라 성실히 교육을 하는 것에 방해받지 않을 소중한 권리가 교권이다.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침해받기도 쉽지 않은 것이 교권이다.


그러니.


교원평가는 교원단체가 앞장서서 질문지를 개발하고, 평가방식을 만들어서, 교사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성추행 교사, 불성실한 교사, 무능한 교사 등을 가려내어 재교육시키거나 퇴출시키는 자정작용의 큰 축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 교총의 대표가 되려고 나온 사람을 보니 어렵겠단 생각은 든다만.


ㅉㅉ



매거진의 이전글 교사들의 잡무는 정말로 많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