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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덕이 문제일까 무능이 문제일까

기간제 교사 담임을 보며 드는 생각

by 당신들의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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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교사들이 담임을 맡는 일이 많다는 소식을 알게 된 것은 2023년 정도였다. 그때도 기간제교원의 60%가 담임을 맡고 있다는 소식이었는데, 그동안 별반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교사단체들의 이기적인 요구와 행동은 학부모와 학생에게 악영향을 주긴 하지만 보통은 일회성이거나 '약간', '조금' 정도의 영향일 경우가 많아 사람들이 좀 놔두는 모양인데.



담임을 기간제교사에게
맡기는 것은, 특히나 학생에게
심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오늘 이야기는 좀 복잡할 수 있다.


시작하겠다.





1. 기간제교사가 담임을 맡는 것은 '더 실력 없는 교사'가 학생을 맡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담임을 맡아 열심히 일했던 기간제교사 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나, 교사의 실력은 단순한 지식량이 아닌 수업 전문성(instructional expertise), 학급경영 능력, 평가 및 상담 역량, 교직 윤리·리더십의 종합적 능력으로 정의한다.
(Kim & Han, 2019, 『한국교원능력개발평가 연구』, 한국교육개발원)



기간제 교사는
이 능력을 배양할 기회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 조사에서도 드러나는 것이



정규 교사의 70% 정도의 능력치와 신뢰도를 보이는 것이 기간제 교사다. 담임은 학급을 운영해야 하고 학생들을 관리 통솔하는 가장 직접적인 자리인데, 왜 기간제 교사가 이를 맡고 있는 것일까?



2. 교원들은 기간제교사의 증가를 원인으로 들지만, 그것은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웃기는 변명을 한 번 보시겠는가?



기사의 마무리 부분인데, 교총에서 기간제교사의 증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뭐, 그럴 수 있다. 교사가 정규직이고 국가공무원인 게 좋지. 그럼.




그런데 결론이 이상하지 않은가? 마치 고용이 불안정한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는 이유가 기간제교사의 증가때문이라고 진단하는 듯하다.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는 문제에 대해 교육부 차원의 대책? 이것 또 무슨 소린가.


흘려들으면 그럴싸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이려고 준비 중이라고 생각한다.



1. 기간제교사에게 담임을 배정하는 것은 학교재량이다.


교육부 차원의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예컨대 20개 학급을 가지고 32명의 교사가 있는 학교에 2명이 휴직하여 2명의 기간제교사가 들어왔다고 하자. 교장, 교감, 보건, 영양교사는 빼고 담임은 20명이 필요한데,


진짜로
28명의 교사 중에 20명인데,
꼭 기간제교사에게 담임을 맡겨야 해?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아야 하는 경우는, 정규교사의 수가 학급 수보다 적을 때밖에 없어야 한다. 염치없는 교사님들아.



2. 어쩔 수 없이 담임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는 건 통계에서 드러난다.



자, 전국 초중고등학교는 모두 1만 1963개. 그곳에 기간제 교사는 6만 1001명.


전국 초중고의 담임교사는 22만 3638명인데, 그중의 기간제 교사는 16.3%란다.



대충 보니까,
십몇 퍼센트가 담임을 맡는 것 같지?
아니다.
잘 봐야 한다.

기간제교원 6만 1001명 중에
3만 6480명이 담임을 맡았다.
이는 기간제 교원의
59.8%

기간제 교원의 60%가 담임을 맡았다.



학기 중에 계약을 해서 담임을 맡을 수 없었던 인원수를 생각하면


담임을 맡길 수만 있으면
무조건 맡겼다



라고 봐야 하는 수치다.


그러니까 이것은 교사들의 관행, 그것도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직업윤리에 반하며, 교사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나쁜 전통인 것이다




3. 기간제교사가 담임을 맡는 이유 - 부도덕하거나 무능하거나


기간제 교사의 담임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교사들의 반응은 (아마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부장교사를 제외하면
평교사가 부족하여
어쩔 수 없다



는 항변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이 부분을 반박해선 안 될 것이다. 나중에 자료를 좀 더 찾아서 이 '부장교사'와 '평교사'문제를 좀 짚어보기로 하자.


다만 개인에게 신념이 있듯이 단체에도 신념이 있기 마련인데, 우리가 기대하는 (그리고 교사 스스로가 말하는) 교사의 신념상 기간제교사에게 담임을 맡기는 것은 마지막의 마지막 옵션이어야 하지 않을까?


부장교사들이 담임을 겸임하는 한이 있어도, '기간제교사는 담임을 맡을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교사의 자긍심이 아닐까?


조금 힘들고 귀찮고 하기 싫다고 해서, 혹은 감당하기 버겁고 생각만 해도 심장이 벌렁거릴 정도로 하기 싫은 일이라고 해서 그것을 너무 쉽게 '약자'에게 떠 넘긴 게 아닌가 말이다.



부도덕하다.
직업윤리로써도 부도덕하거니와
그냥 인간으로서도 그래서는 안 된다.


정규직에 안정적인 정년과 빵빵한 연금이 보장되어 있는 국가공무원이, 1년 단위로 계약하며 말만 하면 언제건 중간에 나가야 하는 계약직 직원에게 중책을 맡기고 스스로의 안녕과 평안을 바라는 것이 어찌 도덕적일 수가 있을까?



적어도 교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물론 담임을 누가 맡느냐는 문제는 개인적 차원의 도덕성을 탓하기에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모든 개인은 욕망이 있고 어찌할 수 없는 사정이라는 것도 생기기 마련이다.


교사들의 의견과 바람을 조율하고 통제하고 때로는 억누르고 회유하여 최적의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각 학교가 그러한 고민과 노력을 하지 않고 '말을 잘 듣는' 기간제 교사를 희생양 삼아 학교 운영의 편의를 도모했다면



이것은 무능한 것이다.



책임을 질 수 없는 자에게 책임을 지게 하고, 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관행을 끊지 못하는 것은 무능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마지막 말이 몹시 거슬린다.



교육부 차원의 대책


그래, 교육부 차원의 대책이 뭐가 있을까.


진 의원이 무능하다면, 담임 수당의 파격적인 인상담임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ㅇㅇㅇ금지법 따위를 발의하게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해법은 좀 다르다.


교육부 의원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간제 교사에게 담임을 맡기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것이다.



교사들의 도덕성과 직업적 자긍심을 건드리면 된다.


교장들이 학교 운영을 못한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해야 한다.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을 수 있다면, 정규교사가 누리는 각종 특혜와 같은 연수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재설계할 것임을 천명해야 한다.


정규교사는
정규교사라는 자격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세상에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부도덕하거나 무능한 문제말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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