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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들을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학생을 외면하는 당신들은 누구인가.

by 당신들의 학교

지난번에 한번 아래 기사에 대해 글을 썼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교사들의 범죄행위는 드물지 않아서, 조금 무덤덤한 기분으로 읽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음? 초등학생들끼리
대책을 논의하고 증거를 모아서
교장의 범죄를 밝혀냈다고?



처음엔 기특하다 생각했다. 인터넷과 AI 등으로 어른 없이도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니, 예전에는 어려웠던 협동과 문제해결 방법이 가능해졌다. 디지털 기기의 발전이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이제는 어른이 가르치지 않아도, 기존 방식대로 교육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빠르게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공교육의 역할은 뭔가. 공공윤리를 알려주고 체화하게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가 지난 글의 주제였다.


그런데 말이다.


아니, 교사들은 뭘 하고 있길래
애들끼리 작전을 짜고 증거를 모아?

교사에게 상담했는데도
아무 조치를 안 한 거면 큰 문제이고

교사에게 상담하지 않았다면
초등학생마저 '패싱'할 정도로
신뢰와 권위가 없다는 얘기인데
이건 더 문제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드러난다.



초등학교처럼 비밀유지가 어려운 곳이 또 있을까. 더군다나 저학년이면 자랑삼아 자기 집 비밀번호도 거리낌 없이 불러주는 나이인데, 피해자가 1명도 아니고 10명인데 교사는 몰랐다?


게다가 주로 교장실에서 이루어진 범죄이지만 주요한 범행장소에는 '운동장'도 있다. 교사들이 잘 관찰했다면 더 빨리 알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정황만으로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로 눈치를 못 채는 사정이 있을 수도 있고, 의심이 확신이 되고 행동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그런데 반년이 넘게 이어진 성추행을 눈치 못 챘거나, 눈치챘더라도 어른으로서 교사로서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은 무신 사정이 있겠거니 넘어가더라도.


비슷한 사건인데 교서단체의 반응이 상당히 다른 이 사건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교장의 성추행 사건이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교원단체가 들고일어나 목소리를 높였는데, 무슨 차이가 있길래 그런 것일까?



두 사건 모두
가해자는 교장이었고
사건의 발생 시점도 비슷하고
사건이 지속된 기간도 비슷했으며
사건의 내용도 비슷하다.

그런데 어떤 사건은
알려지자마자 교원단체가 들고일어났고

어떤 사건은
1년이 지나고도 어떠한 입장도 없다.


잘 보실 수 있게 정리해보겠다.


교원단체가 움직이느냐 아니냐의 차이는 한 가지밖에 없다.



교원이 피해자인가 아닌가.


이것으로 교원들을 비난하는 것이 교원들의 입장에서는, 교원단체의 입장에서는 어이없을 수도 있겠다. 교원단체는 교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학생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도 아니고, 학생의 피해는 경찰과 같은 사법행정 시스템이 알아서 하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나는 왜 화가 나는가.


어른은 어린 학생을 보호해야 하고, 특히 교사라면 학생보호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러한 교사들이 모여서 전교조니 교총이니 교사노조를 만들었으니, 학생을 보호하는 것도 더 잘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한때의 바보 같은 믿음 때문일까?


아니면, 실력은 사교육에 밀리고(KEDI 2010년 조사결과) 능력은 떨어지는 (OECD 국가 간 교원능력 비교조사 결과) 교원들에게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것이 '공공윤리'인데,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사건에 대한 입장차이를 눈으로 보고 있으니 일말의 기대마저 식어버리는 느낌이라서 그런 걸까.



이중잣대



그들이 교장의 행동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피해자인지를 따져 선별적으로 정의를 말하고 처벌을 촉구하고 대책을 내놓으라 요구하는 것이 화가 난다.


교원단체의 목적은
교원이 피해 입지 않고
교원이 행복한 사회겠지?

그것 자체로는 나쁜지 않다.

다만

그것이
'정의'인지 아닌지 따지지 않고
보호해야 하는 학생마저 테두리밖으로
밀어내면서 만들어가는 세상이라면

나는 반대다.

그런 단체는 없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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