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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기분 나쁘셨나 보다.

근데 되게 발끈하시네?

by 당신들의 학교

기사를 보고 오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국회에서 나온 저 발언으로 교육계가 발칵 뒤집혔단다.


글쎄다.


찾아보니 많은 기사와 평론이 나와있긴 하다. 그런데 교사 입장에서의 기사와 글만 검색될 뿐, 학원총연합회 회장의 발언을 두둔하거나 편드는 글을 찾기 어려웠다.




왜? 저 발언이 사실이 아니어서?

그렇다기보다는

무관심한 느낌.

교사들만 난리 났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오늘은 교사들의 주장을 충분히 실어, 그 내용을 고민해 보는 시간이다. 마지막에는 큰 것 한방이 기다리고 있으니 기대하시라.



1. 교총의 반응



일단 교총의 입장은 이렇다.



거,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러네!



그런데 말이다.


그냥 '너네가 몰라서 그렇다'라고 하지 말고 좀 알려주면 안 될까? 공교육의 가치와 교사의 존재 이유가 이러하니까 그런 주장은 맞지 않다고 좀 설명해 주면 안 되는가 말이다.


게다가 발언한 학원총연합회 회장을 '몰이해와 철학의 부재'라는 표현으로 약간 '돈과 성과에 미친 저열한 인간'이라는 뉘앙스로 공격하는 듯한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저 말이 더 기분 나쁠 듯하다.


내가 궁금한 것은 이렇다.



공교육의 가치와
교사의 존재 이유가
'실력'과는 다른 어떤 것이라면

도대체
화를 내는 포인트가 뭔데?




육상선수가 수영 못한다는 말에 화내지 않듯, 공교육 교사도 '어, 그럼 그럼' 하고 인정하고 공교육의 가치를 묵묵히 지켜가면 그만 아닌가 말이다.


공교육의 가치가 정말로 강의력이나 교사의 지식수준이 아니라고 한다면, 해당 발언이 어째서 교사의 자긍심을 훼손하는 것인지?


교총의 입장을 정리한 한국교육신문의 기사


"교육은 상대를 인정하고, 인간가치를 존중하는 것을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라는 교총의 일갈은 학부모를 잠재적인 교사에 대한 가해자로 보아 민원을 거부하고, 학교방문을 금지하는 조치를 주장했던 교사들 자신에게 들려줬어야 했던 말이다.


또한 "교사 전체를 실력 없는 집단으로 확정 발언한 것은 상호존중의 기본예의를 넘어선 전체 교원에 대한 모독"이라는 부분도 학부모나 학생들에 대한 일부 교사의 시각을 생각하면 그대로 말만 바꿔서 돌려주고 싶다.


솔직히 모든 학부모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지 않고서야
민원을 받지 않겠다는 게
말이 돼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학원총연합회회장의 발언은 학부모와 학생에 널리 퍼진 '상식'을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 교사들은 그럼 자신들이 학원강사보다 잘 가르친다고 생각하는가?


교사들의 항변을 보고 있노라면, 학원과 같은 조건(그러니까 수준별 반편성이나 인원수, 공문처리 없음 등)이라면 자신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
그런 가정이 무슨 의미인기 싶긴 한데

공교육의 가치와
교사의 존재이유가
학원 강사랑은 다르다고 하면서도

실력이 없다는 말에 발끈 하는 건
자의식과잉 아닌가?






실력이 없고 성실하지 못하다는 안식은 이미 퍼질 대로 퍼졌는데 말이다.


교총의 입장문에서 주장하고 싶은 건 전인교육이니 본질적 가치라느니 하는 것인가 본데, 뭐, 좋은 이야기다.


그런데 말이다.



상담하기 싫다며.

교사를 민원, 상담에서 분리해 달라며



하나만 하자. 하나만.


언제는 수업이 본질이고, 민원, 상담으로 학생의 학습권을 뺏지 말라더니 왜 이번에는 상담 등을 통해 학생을 이해하겠다고 난리냐.



2. 전교조의 반응



잔교조 반응에 대한 기사이다.


뭐, 일단 전교조도 유감이고 사과를 요구했는데.



학원총연합회 회장의 교육철학을 '천박한 것'으로 규정하였다.


와우



전교조의 저런 '공식반응'은 다분히 감정적이고 너무 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다


내가 당한 만큼은
똑같이 갚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성숙한 인격형성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교사들에게 기대할 만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진짜로 공교육의 존재와
교사의 존재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공공윤리'일 테니.




일단 이번 사건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아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일인데

교사들이 '긁혔다'



일단 내 맘대로 소설을 써보자면,


교사들의 자존감 중 상당 부분이 '학원 강사보단 내가 낫다'라는데 기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사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평소에 학교에서 학원 강사와 비교를 당하나? 아니면 실제로는 생활지도라던지 학생 파악 같은걸 전혀 하지 않아 내심 학원 강사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에 긁혔나?


그게 아니면


교사들은 진지하게 본인들이 실력이 뛰어나다고 한 점의 의심도 없이 믿고 있는 게 아닐까?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교육전문가이고 현직에 있으며, 매일 무언가 연수를 받고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 고민하니까 스스로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근데 그건 많은 학원강사도 마찬가지.



어쨌거나

반응이 즉각적이고 몹시 거칠다.

평소에 학원 강사를 무시하는 시선이

있었다는 확신이 들만큼.




이제 마무리하자.


보여드릴 내용은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고교생 학업 생활과 문화 연구 조사’ 보고서이다.


2010년에는 아주 중요한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바로 고교생을 대상으로 학교의 교사와 학원 강사를 직접적으로 비교한 것이다.


'학원 강사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 아니냐'는 발언에 교육계가 발끈하고 있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공교육의 가치니 교사의 존재 이유 같은 거야 지들 좋게 갖다 붙인 거고 '팩트'가 있어야 진짜라고 생각한다.


우리 힘들어요~ 하면서 교사들 스스로 한 설문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고교생 만 명의 설문으로 얻어낸 이 조사야말로 반박불가 '팩트'다.


자, 그럼 살펴보자.



표지는 이렇게 생겼고, 프린트용으로 다운로드하실 수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고교생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다. 충분히 많은 수이며, 일반계뿐만 아니라 특목고나 직업고교까지 포함(아마도 비율을 맞춰서)했으니 믿을만한 자료라 볼 수 있다.




글이 길고, 수치비교가 목적이므로 하나의 표로 정리해 보자.



학원총연합회 회장이 '사실 실력은 떨어지지 않느냐'는 말에 발끈한 교사들의 주요 논지는 지식의 전달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거였다.


그런데 웬 걸.


정서적 이해와 의사소통에서도
큰 차이로 밀리는 데다

심지어 학원 강사가
학생을 더 공정하게 대한다고?



도대체 공교육의 가치와 학교 교사의 존재 이유가 뭔지 정확하게 알려달라. 그런 게 있다고만 하지 말고, 제발 좀 알려줘라.


마지막으로, 이 조사에서 드러난 0.5~1.2점의 점수 차이의 의미를 애써 무시하려는 사람에게 말하자면, 7점을 만점으로 하는 설문조사이고, 보통 극단적인 최저점과 최고점이 드물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1점 차이는 '보통'과 '좋음'의 차이라고 봐도 될 듯하다.


보고서에서도 "교사와 학원 강사에 대한 인식 차이를 비교한 모든 영역에서 교사보다는 학원 강사에 대한 평균점수가 높게 나타났으며,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라고 말한다.


나 참,

어느 것 하나도 못 이기는 거야?

하나도?




교과전문성부터 학생에 대한 이해, 공정함에 있어서까지.

교사들이 반성해야 하는 상황인데 말이다.


끝으로, 어느 재수생의 댓글을 보여드린다.


'짜증 나게 못 가르치는'이라는 부분이 너무 공감되었다. 나는 왜 진작 이 표현을 생각해내지 못했을까.




덧.


최근의 KEDI에서는 교사와 학원강사를 비교하는 조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계속해서 기록을 경신하는 사교육 시장의 성장과 함께, 민원이라며 상담을 거부하고, 교권보호라며 학생지도를 외부에 맡기려는 시도를 계속하며 학생과 멀어지는 교사들을 보면, 어째 조사를 안 해도 알겠다는 느낌은 있다.


그리고 학원총연합회회장은 사과문을 올렸다.


교사들과 교사 단체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교사를 우롱하고 폄훼하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인식'이 흘러나온 것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윽박지른다고

바뀌지 않는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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