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퇴사 그리고 제주 협재 해변에서의 일주일
“마음이 지옥같았던 육지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고 싶지 않아”
숨통을 조이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떠난 제주도는,
다시 육지로 돌아가야 하는 나를 끈질기게 붙잡았다.
[1-3번 사진]
오전 느지막이 일어나면 꾸민 외출복이 아닌 래시가드를 입고 자주 가는 카페 호텔샌드로 향하곤 했다.
협재 비양도가 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노래를 듣기도 하고,
날이 더우면 잠깐을 못 참고 그대로 에메랄드빛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러다가 매일 봐서 친해진 서핑 샵 사장님께 서핑 보드 하나 빌려 서로 밀어주며 타고,
어느덧 지고 있는 노을을 바라보며 마음껏 황홀감에 빠졌다.
[4-7 사진]
사진을 찍는 것보단 눈으로 담는 게 좋고, 그림을 그리면 기억이 더 선명해진다
협재 바다가 가장 이쁜 낮과 해 질 녘. 같은 모습을 보고 그린 그림이지만 너와 내가 이렇게나 다르다. 나는 사실주의에 가까운 풍경화, 너는 인상주의 추상화. 서로 그림이 이쁘다고 투닥거리며 주변사람들에게 블라인드 테스트도 했다. “무슨 그림이 더 이뻐요?”. 갑작스러운 물음을 받은 이들은 재밌는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즐거워하며 열심히 고민했고, 지켜보는 사람들도 지긋이 웃었다. 낯선 곳, 낯선 이들과 한순간에 경계가 허물어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
[동영상 꼭 들어보세요!]
밤이 되면 협재에는 또 다른 낭만이 찾아온다.
싸구려 은박 돗자리와, 먹을 것 들을 한가득 사서 해변으로 갔다.
휴대폰 손전등 불빛을 조명삼아 배불리 먹은 후,
담요 하나 덮고 누워 별을 바라본다.
배경음악은 늘 그렇듯이 너의이름은의 ost 미츠하 테마.
‘오늘은 어제보다 별이 많네’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다가
별자리 어플을 깔아서 본격적으로 별을 찾기 시작한다.
지구가 자전하고 있다는 걸 티라도 내듯 별의 위치가 달라지는 게 신기하다.
별을 바라보는 순간만큼은 주변 파도소리와 들뜬 사람들의 폭죽 소리가 먹먹하게 들리고 서로에게만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