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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희 Jul 23. 2021

돌연사 (2)

손 쓸 수 없던 그날 밤

산후도우미 가방 안 약품명과 수량이 적힌 약봉지와 알약들을 사진 찍고 도로 넣어두었다. 남편이 집을 나선지 한시간이 안되어 전화를 했다.


- 의사가 괜찮대. 주사 맞고 컨디션이 좀 안 좋은거 같대. 배에 가스가 많이 찼대.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 알았어, 일단 와. 와서 얘기해. 


신생아가 청색증을 보이면 여러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블로그에서 봤는데. 의아하네. 다행인가.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다오는데 한시간 안에 해결하다니. 역시 대단하다 한국.


전화를 끊고나서 나는 아파트 주차장이 보이는 방문 창문을 열고 서서 차가 언제 들어오려나 목을 빼고 기다렸다. 

병원갈 적에 차를 빼느라 평행주차된 차를 밀었겠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초조히 차가 들어오길 기다렸다.

차가 들어서고 새벽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아기 울음소리가 울렸다. 병원 갈 적에는 아기가 소리내 울지도 못하고 힘겨워하던 모습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 설피 우는 소리가 반가웠다.


- 의사가 B형 간염 주사는 부작용이 있는 주사가 아니래. 배에 가스가 많이 찼으니 많이 먹이지 말래. 그래도 애 호흡이 이상한데요 우리가 자꾸 그러니깐, 폐랑 배 엑스레이를 찍어봤어. 이상없대. 오늘 지켜보고 내일도 이상하면 오라고 외래 잡아줬어. 


그러고 나서 남편은 차를 제대로 세워놓고 오겠다고 잠시 나갔다.

산후도우미는 애가 오는 길에 방구를 자꾸 끼었다고, 애가 기운이 없다고 아가 조금만 먹자 하며 분유병을 입에 댔다. 아기가 빨려는 의지가 없자 나더러 티스푼을 가져오라고 해서, 세 숟갈 정도 입에 넣었다.


돌아온 남편은, 두 여자가 하는 시도를 보고는, 안 먹였음 좋겠는데요, 먹이지 마세요, 했다.


나는 아기를 안고 거실로 나와 쇼파에 앉았다. 산후도우미 병원 다녀오셨으니 씻으시라고 했다. 오늘밤을 어떻게 잘 넘길까 막막하면서도, 잘 넘길 수 있을거야 라고 자위했다. 


- 아주대 갔었지? 


- 아니. 빈센트. 


- 아이씨. 왜?


- 그게 중요해?


그래, 의사가 괜찮다고 했으니깐. 그러고서 품에 안은, 아기 얼굴을 위에서 내려다 보는데, 돌이켜 보면 그것이 아기의 숨이 옅어져가는 중의 얼굴이었던 것이다. 아기의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눈이 감기길래 나는 그것이 배냇짓인줄 알았다. 


집에 들어선지 이십분도 안되었다.


아기가 잠에 든 것인지, 기절한 것인지, 깨어나지 않는 이 상태가 무엇인지 우리 부부는 혼이 빠져 다시 응급실에 가기로 했다.

119에 전화할까. 일단 가자. 


나는 그날 낮에 산 빨간 티셔츠를 입었다. 임산부 여름 원피스 외 구월 새벽에 입을만한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바지를 찾아입으며, 애가 숨이 끊긴건데 내가 지금 바지를 찾아입는답시고 굼뜨게 행동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불안을 눌렀다.


승용차 뒷자석에서 나는 미동않는 아기를 안고, 남편은 안전운전을 하고 불과 몇분 전 들렀던 그 병원에를 갔다.

신호를 지키고 주차장에 칼주차를 하고 그 병원 응급실에 가서, 몇분 전 남편과 말을 섞었던 그 의사를 보았다.

응급실 내 소아응급실에는 보호자 한 명만이 동반 가능하여 남편이 입실하고 나는 문가 의자에 걸터앉았다. 

오분 정도가 지나도 별 소란이 없길래 괜찮은 쪽으로 마음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방송이 나오고 별안간 젊은 의사들 대여섯명이 우르르 소아응급실로 급히 뛰어들어갔다.


우리 아기 때문에 저들이 뛴 것이 아니라고 믿으려고 했다.

나는 소아응급실로 들어갔다. 내 아기, 남편 말고는 의사들뿐이었다. 아기 옷을 벗기고 여러 주사가 투여되고 있었다.


심장이 멈췄고 심폐소생술이 필요합니다. 중년 남성 의사가 그런 류의 얘길 한거 같다.


- 죽었다고요? 


소리치며 반문하던 남편의 낯빛이 기억난다.


이후 아기는 두시간 가까이 심폐소생술을 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심폐소생술 앞 의자에 부부는 앉아있었다.


당시 아기를 거꾸로 들고 흔든 산후도우미 학대 영상이 이슈였는데, 걔는 그러고도 살았지만 우리 애는 죽었네, 어이없네, 뭐 그런 생각을 했다.

친정 엄마 만날때 안색이 좋아보이려고 산 빨간 티셔츠인데, 새끼 심폐소생술 기다린다고 입고 앉아있네, 뭐 그런 생각도 했다.


인턴인지 젊은 의사가 심폐소생술실에서 중간에 나와, 조산이었나요? 태어날 당시 몇키로였나요? 집에 돌아가선 무슨 다른 증상이 없었나요? 따위를 묻고 적어갔다.

- 애가 기운이 없어보여서 티스푼으로 분유를 먹이려고 시도했어요. 서너 숟갈쯤. 안먹더라고요.


남편은 뭐하러 그 얘기까지 하냐고 책망했다. 남편은 의사 친구와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산후도우미로부터 내게 전화가 와서, 그게 숨이 멈춘거였다고 하더라고요, 라고 전했다.


남편은 기도하자며 본인 손을 모았다. 나는 내가 신을 전혀 믿지 않음을 그 순간 깨달았다.


아기가 심폐소생술을 받느라 가슴 핏줄이 다 터졌다고 했다. 더 하시길 원하시냐고.


몇분만 더 해주세요. 남편이 사무적으로 대답했던 거 같다.


몇분 뒤,  의사 무리가 나와서는 정리를 할테니 아기와 인사를 하라고 했던 거 같다. 


병상에 벌겨벗겨진 작은 아기 육체가 놓여있었다.


뭘. 어쩌라고. 나는 그런 심리였던거 같다. 


남편은 아기 옆에 고개를 처박고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울부짖었다. 남편의 무릎이 꺾였다.


그 옆에 나는 멀뚱히 서있었다. 아기를 만졌던가. 모르겠다.


심폐소생실에 나오자 의사 무리가 우리 부부앞에 섰다.


여자 전문의가 위로의 말을 전했고, 초진했던 의사는 길 잃은 눈빛으로 멀찌감치 서있었다.


- 사망 원인이 뭔가요? 부검을 해야겠는데요.


나는 뚜걱뚜걱 그런 말을 했던 거 같다.


왜 입원시키지 않고 돌려보냈냐고 의사 멱살을 잡지도 않았고 악을 쓰지도 않았고 눈물이 나오지도 않았다.

사인이 불분명한 불상자이므로 경찰이 와야한다고 했고, 경찰이 사체를 확인한 후 안치실로 옮긴다고 했다. 저희 병원 안치실에 안치하실 건가요?


경찰이 올 때까지 아기를 올린 침대를 고립된 공간에 놓아주었다. 아기는 병원 침대보로 쌓여져 있었던 거 같다. 

아기와 나만 그 공간에 있을 때 침대보를 걷어내고 나는 아기를 만져보았다. 파랗게 된 내 아기. 전날과 다름없이 이토록 부드러운 살결인데 차갑디 차갑게 식어버린 내 아기.


그 사이 병원 장례식장과 친정부모님과도 통화하고, 코로나로 죽은 게 아님이란 증명서도 떼고, 물도 마시고, 남편한테 물도 권하고, 그 날 배송되기로 한 이마트 배송도 취소하고 그랬던 거 같다. 지금 내 감정은 뭐지, 나는 슬픈가, 그런 생각도 했던 거 같다.


팔달구 관할 경찰들이 와서 아기 사체를 사진 찍었다. 영통구 관할 경찰들이 와서 사고경위서를 위해 집을 조사하고 관련자들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남편이 경찰들을 인계해 집으로 가기로 했다. 형사가 제출 필요 서류명을 내게 읊고 나는 사망확인서가 든 봉투 뒤에 꾸역꾸역 받아적었다.

안치실 직원이 망자를 모시러 응급실로 오겠다고 했다. 엄마가 첫째를 데리러가려고 나의 집으로 오고 있다고 했다. 해가 뜨고 있었다. 9월 25일 금요일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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