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술이야기
안타깝게도 2023년 6월 3박 4일로 모임을 갖기로한 CCCC의 AGM이 무산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AGM은 전 세계의 코크 스크루 수집자들이 매년 돌아가면서 장소를 정해 만나는 회합이다. 만나서 정보도 교환하고 서로 사고 팔기도하며 우정을 나누는 자리이다. 나는 요즈음 수집활동을 중지하였으므로 딱히 코크 스크루 보다는 그러한 회합과 여행을 통해 경험과 안목을 넓히자는 목적이었다.
코로나 팬데믹때문에 한동안 못 열다가 겨우 조직한 모임인데 그래도 무척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비행기표와 잠자리까지 1년 전부터 예약을 마치고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말이다.
이번에는 참가자가 기껏해야 10커플 겨우 넘는 모양이었으니 그럴만도하겠다. 어쩐지 계속 진행 상황을 알려 줄때도 되었는데 소식이 늦어져 나도 이상하게 생각은 하고 있었다.
'From the initial couple of dozen who have been in touch with us, the group size has dwindled to the point where we don't see a CCCC AGM - with its attendant buy & sell, auction and business meeting - as a viable undertaking.'
그래도 아쉬운지 대회는 아니더라도 서운하면 카나다의 휴양지 펜틱튼으로 와서 같이 놀다가라는 내용인것 같은데 일단 '이 상황이라면 나는 못가겠다'고 전하고 다른 예약들도 취소해 버렸다.
불행한 일이었다.
나는 페이스북의 '코크 스크류 수집가 corkscrew collectors' 그룹의 회원이다.
하루는 페이스북 게시란에 '내가 한국의 청주라는 곳에서 어렵게 코크 스크류 수집 활동을하고 있다'며 소장품 사진을 올렸더니 바로 영국인 수집가 켄와드 Kenward 씨로부터 댓글이 아래와 같이 달렸다.
'I have visited Cheongju twice, have Korean colleagues and have lectured in Seoul but had no idea there was anyone in Korea who collected corkscrews. I looked for them in Seoul to no avail, you must have had them all! Brilliant! '
나는 청주를 두번 다녀왔고 한국인 동료들도 있으며 서울에서 강연도 해봤지만 한국에도 코크 스크류 수집가가 있는지는 몰랐어요. 서울에서 코크 스크류를 찾아봤는데 구할수 없더라구요, 당신이 몽땅 다 가지고 있슴에 틀림없어! 멋져부러!"
깜짝 놀랐다. 코크스크루 수집가 중 한 거장이 한국에 그것도 내가 살고 있는 창주에 게다가 두번씩이나 다녀 갔다니... 진작에 알았다면 나로서는 많은 도움과 경험을 전수 받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그러나 만약 그를 일찍 알았다면 아직도 수집광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찌보면 불행중 다행이었다.
"이걸 어쩌지? $402이면 50만원 가까이 되는 것 아니야?"
요즈음은 코크 스크루를 사려면 인터넷에서 직접 구입하거나 경매를 이용하여 사는수 밖에 마땅한 방법이 없다. 인터넷 경매 회사인 이베이ebay에서는 상시로 열려있고 그 밖의 몇 사이트에서는 특별한 기간을 정해 경매를 부친다. 나는 최근에는 코크 스크루를 구입하지도 생각이 나지도 않는다. 예전에 비해 그만큼 열기가 식었기도 하지만 그동안 모아 놓은 수집품을 이미 틀에 넣어 전시를 하고 있으므로 더 이상 모으면 거북하게 되버린다.
이런 상황이지만 어쩌다가 간혹 생각이들어 호기심이 일어 나기도한다. 그래서 어느날인가는 이베이에서 다른 물품을 찾다가 갑자기 antique corkscrew를 치고 말았다. 모처럼 들어 가니 재미가 쏠쏠했다. 거의 대부분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라 더 만족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한참을 내려 가면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데 하나가 걸렸다. 평소에 갖고 싶었던 물건이 경매로 나왔던 것이다.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갈등이 일었다. 그러다가 충동을 못 이기고 402달러에 덜컥 비딩을 하게 된것이다. 그리고 후회를 하고....
경매는 미국 뉴욕 시간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 많다. 아무래도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고 또 수집가가 많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매의 마감시간이 되면 우리로서는 한 밤중에 해당하므로 그 시간까지 기다리지는 못하고 잠을 자 버린다. 이번에도 비딩을하고 나서 "이거... 이겨도(Win) 걱정이네."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경매 사이트에 들어 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보니 'Someone outbid you; sorry you didn't win this time. 다른 누군가가 더 많이 써 내어 당신은 이번 판에서는 못이겼습니다'라고 떠있다. 최후의 승리는 나보다 무려 10배의 금액($4,065)을 더 써 넣은 그 누군가가 차지하였다.
불행하게도 다행스런 패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