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0] 자신을 가장 쉽게 학대하는 법 '비교'

비교에서 생긴 열등감으로 나를 더더 미워하게 되더라

by 이시몬

인생에 참으로 쓸데없는 일들이 몇 가지 있다.

하지만 하기 싫어도 꼭 하게 되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나와 남을 쓸데없이 비교하는 것.


적자생존의 야생의 DNA가 호모사피엔스에 남아있나,

아니면 온가지 기준으로 줄을 세워야 인간이 평가가 되는 사회 기준이 문제일까.

내가 비교를 하지 않아도, 세상은 어쨌든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를 하게 되더라.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만은 아니다.

모두가 평등한 세상은 이상이지 현실에서는 냉정하게도 없다.

단지 그 순위를 결정하는 요소가 수천만 가지가 있는데,

그중 유별난 몇 가지만 보는 것이 바로 내가 짚고 싶은 비교다.


남이 나보다 잘난 걸 알았을 때,

아 나도 저렇게 되어야 지는 '롤모델'이라는 아주 긍정적인 효과지만

아 나는 저렇게 못하는데 불쌍해는 자신을 학대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리라.

두 개의 선을 긋는 방법은 '위인전'에 나올 압도적인 격차 거나

아니면 그냥 나랑 비슷한데 아주 조금 더 잘 낫거나.



누구나 어릴 때부터 한번씩 만나게 되는 엄마 친구 아들, 딸

진짜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항상 나보다 공부도 잘하고, 상도 많이 받아왔다더라.


이상하게 우리 동네에는 잘난 아들내미들이 그렇게 많았으며,

심지어 나랑 나이차가 나는 큰 누나는 전국구 급의 수재였다.

어릴 때는 나도 그래도 한가닥 했기 때문에

그때는 굳이 내가 못났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한 가지 있었다면 키가 작아서 맨 앞, 또는 두 번째에 앉았다는 것.

영악하게도 나는 어릴 때의 키는 의미가 없다고 당시에도 생각했으니.


교복을 입고, 학교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슬슬 나보다 남이 보이기 시작한다.

쟤는 어찌 그렇게 공부를 잘할까.

쟤는 어찌 키가 클까.

쟤는 집에 돈이 많은가 보다.


비교는 했지만, 움츠러들지는 않았다.

내 손으로 삶을 살아가게 되면 많은 것이 바뀔 거라 믿었다.

하지만 학생에서 직장인이 되는 순간 수많은 비교가 시작되었다.



취업의 문턱은 너무나 높았다.

먹고살아야 되는 문제가 걸렸으니.

돈은 벌어야겠고.


그때나 지금이나 괜찮은 직장은

대학서열이나 스펙으로 줄 세우는 것은 똑같았고

나는 그들이 원하는 인재에 정확히 반대에 있었다.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딱 정해져 있었고,

그냥 그게 내 운명처럼 살아지더라.

일은 그래도 재미있었고, 적성에도 잘 맞았지만,

당시에도 푼돈을 받고, 내 삶이 없는 삶 속에서

젊어 고생은 사서 고생한다는 말만 믿고 일만 했다.


하나씩 보이기 시작하더라.

나랑 입사는 같이 했지만, 그 형은 정규직 PD

내가 좋아하던 누나는 외국학교를 나오고,

나 같은 계약직 신입에게는 상대적으로 기회는 덜 오고

같은 성과를 내도 인정은 덜 받고.



조금씩은 삶은 나아졌지만, 다른 세상도 보이기 시작했다.

같이 졸업한 선후배, 동기의 소식이 들리는데,

전공과는 무관한 다른 일을 했는데 그게 대박이 낫다더라.

누구는 돈을 얼마나 벌었다더라.

누구는 무슨 차를 타더라.

점점 쫄려 오기 시작했다.

남들은 저렇게 먼저 치고 나가는데, 나는 어떻게 될까?

어렸을 때 기대했던 내 모습과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지금 가는 길이 절대적이고 옳았다는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다른 길도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아버린 것.


또 들여다보면, 되지도 않는 우월감이다.

돈은 못 벌어도. 일은 더 많이 해도.

그래도 나는 너보다는 잘난 일 하며 산다.

비교에 올려치기.



며칠 전 대학교 신입생들과 우연히 수다를 떨 일이 있었다.

"이게 맞는 걸까요?" "이렇게 하면 안 된다던데요"

나름 목표를 가지고 이제 나가 아려는 학생들에게

그게 맞는지 아닌지, 실패인지 아닌지의

기준부터 다시 세워보는 게 어떠냐는 주제넘은 소리를 했다.


같은 이야기다.

잘 사는 거에 기준이 무엇일까. 돈, 사회적 위치?

어릴 때는 그게 맞는 것 같았는데,

그냥 잘 사는 것의 기준을 남과의 비교를 통해서 잡아버리니

나는 끝없이 못난 놈이 되어가고, 스스로를 밑으로 자꾸 내리더라.


가장 쉽게 자신을 학대하는 방법

바로 남과 나를 비교하며 없던 열등감을 창조하는 것.

그런다고 해결될 것 아니니 부러워말자.



*두서없이 적은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울증은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 처방을 통해 나아질 수 있는 질병이라 합니다. 저는 의사가 아니며, 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또는 주변 분들을 진단하거나 단정 짓는 행위로 '치료'가 가능하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스윗소로우 - 그대에게 하는 말'을 들으며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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