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목욕탕

by 싸이먼K

아버지는 2014년 6월에 돌아가셨다.


그 일주일 전쯤에 방학을 맞아 미국에 살고 있던 아내와 아들들을 삼천포로 데려가 아버지께 1년 만에 뵈었다. 건강이 안 좋아 지신 지 한참 되어 거동도 불편하시고 그즈음에는 가끔 혼자 실례를 해서 어머니가 뒤처리를 해주기도 하셨다. 그래도 1년 만에 며느리 손주들을 보시고는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었다. 손주들 셋을 조르륵 일렬로 세워서 아내와 넙죽 절을 올리면 온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셨다. 그렇게 좋으시면서도 절 받고, 과일 먹고 10~20분쯤 뒤에는 몸이 불편하셔서 사랑방으로 들어가서 누우셨다. 그렇게 누우 셔서도 얼굴에는 웃음이 멈추질 않으셨다.


그날 밤, 마루에서 아버지의 신음소리를 들었다. 밤새 끙끙 앓으셨다. 어머니께 여쭤보니 젊은 사람들은 감기몸살이나 큰 병이 걸려야 끙끙 앓지만 너희 아버지는 편찮은 곳이 많아 주무실 때도 그런다고 하셨다. 그전 해에는 6개월 이상 대상포진을 앓으셔서 고통이 커서 신음소리가 더 컸다고도 하셨다. 밤새 고통에 잠을 잘 못 이루시니 낮에도 누워 계시는 거기도 했다. 미국과 한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도 그래도 1년에 10번 이상 고향집에서 아버지를 뵈었는데, 그 신음소리가 새삼스러워 죄송스러웠다.


다음날 아침 아버지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근처 목욕탕을 가셨다. 걸어서 10분 남짓한 거리였지만, 아버지는 당시 만성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계셔서 한 번에 2~3분을 채 못 걸으셨다. 중간에 두세 번을 쉬어서 30분이 넘게 걸려서 가셨다. 컨디션이 많이 안 좋으실 때는 이웃의 택시를 불러서라도 가신다고 했다.


‘아니 아버지 가시다가 넘어지시거나 하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 그러세요? 이제 집에서 물 받아 놓고 목욕하시고 가지 마세요! 목욕탕도 미끄러워서 위험한데!’했더니, 아버지는 ‘그래도 뜨끈한 물에 몸 담그면 아픈 것도 싹 잊고 제일 편안하다.’하셨다. ‘아니 그래도 요즘 컨디션 같으면 위험할 것 같은데…’하다가 내가 아버지 모시고 목욕탕 한 번 가 드린 일 있나 싶어 ‘아버지 다음에 제가 미국 갔다 오면 제가 차로 모시고 가서 등도 밀어 드리고 할게요. 울 아버지 목욕탕 그렇게 좋아하는 데 제가 한 번도 안 모시고 갔네요.’ 했더니 ‘울 막내가 최고다!’하시면서 무지 좋아하셨다.


말로라도 효도한 것 같아 참 좋았고, 다음번에 꼭 잊지 말고 모시고 가야겠다 생각했다. 그날 아이들과 아내는 이모집으로 가고 나는 다시 일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갔다.


미국에 온 지 딱 일주일째 되는 날, 형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아버지 돌아가셨다. 한국으로 들어와라.’ 철렁! 그런 비현실적인 문자가 있었을까? 형님한테 전화를 했고, 형님은 아버지가 손님 없는 목욕탕에 혼자 가셨다가 탕 안에서 기력을 잃어서 ‘익사’하셨다고 했다.


부리나케 한국행 비행기표를 구해서 겨우 발인 전날 밤에 도착해서 아버지를 보내드렸다.


비행기에 타고 내내 이 하늘 어딘가에 아버지 영혼이 있어서 잠시 말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못다 한 한 마디라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장례식장에 어머니와 누님, 형님을 뵙고 또 두 손을 맞잡고 눈물이 터져 나왔다.


첫째, 둘째, 셋째 아들이 할아버지께 절을 올릴 때처럼 일렬로 서서 아빠 잃은 아빠를 대신해서 장례식장을 지키는 모습이 대견했다. 오열하는 아빠를 보며 어찌 위로할지 몰라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도 사랑스러웠다. 어쩌면 하늘로 가신 아버지께서 가장 자랑스러워하실 모습 아닌가 했다.


고향친구들이 아버지를 모셔서 화장장으로 관이 들어갈 때 가장 많이 울었다. 이제 아버지의 육신도 불타서 한 줌 재가 되어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니 참 어이없었다. 아버지가 영영 내 곁에서 사라져 버리는 걸 가장 현실적으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아버지 두툼한 손도 다시 한번 잡아 보고 싶고, 얼굴도 비벼보고 싶고, 어릴 때처럼 가슴팍에 기어들고도 싶고, 무르팍에도 다시 한번 올라가 보고 싶은데, 이제 영영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요즘에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목욕탕에 혼자 가끔 간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탕 안에 앉아서 혹시 아버지의 체취가 느껴질까 심호흡을 하고 있으면 왠지 아버지와 한 공간에 있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아버지께 말씀을 건넨다.


‘아버지, 죄송해요. 아버지 모시고 목욕탕에 한 번 온다는 게. 너무 늦었어요. 거기서는 잘 지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