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읽기 008] 퀴팅 - 줄리아 켈러
"더 나은 인생을 위한 그만두기의 기술"
회사를 그만둘 것인지 고민한지 12년차. 책을 사는 것에 매우 조심스러워진 나지만, 안 살 수가 없었다. "후회는 그만두었을 때가 아니라 그만두어야 할 순간을 놓쳤을 때 찾아온다."는 글을 보고 어떻게 안 살 수가 있었겠나. 이 책을 보고 그만두기를 결정한 건 아니지만, 그만두는 과정에서 이 책을 읽은 것은 맞다. 가장 와 닿은 글을 이거다.
"퀴팅 자체는 단순히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그만두거나 그대로 있는 것만으로는 가치가 없습니다. 본질적 가치는 나 또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서사를 통해 그 결정에 이르렀느냐는 데에 있습니다."
서사가 중요하다. 나의 '회사 그만두기' 서사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하면서 완성되었다. 입사해서 즐겁게 미친듯이 일하고 번아웃이 오고 우울증과 조울증이 오고 삶과 죽음을 오가다가 죽음을 코 앞에 두고 살기로 결정하면서, 그것도 행복하게 살기를 결정하면서 오랜 고민이 끝나고 그만두게 되었다. 그만두기로 한 이후로 콧노래가 절로 난다. 내가 원래 콧노래를 부를 줄 아는 사람이었나 싶게 종일 흥얼거리고 있다.
퀴팅이 만능은 아니라. 하지만 그저 현상유지를 하고 버티는 것이 최고도 아니다. 나는 이 회사에서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고 생각한지 오래 되었다. 그럼에도 희망 회로를 돌려서 '혹시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 라며 희망고문을 계속했지만, 역시 희망고문일 뿐이었고, 이제는 그만 떠나기로 한 것이다. 그만둘 시기를 내가 많이 놓쳤고, 후회도 되지만,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이제부터 잘 살면 된다.
사십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가면서 주변에 제2의 삶을 살려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도 그 중에 하나인 것이고. 나의 그만두기는 특별하지 않다. 주변에 많은 이들이 새로운 삶을 살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그만두고 무엇을 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더 이상 남편이 내가 죽어버릴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이번 그만두기의 가장 큰 수확이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뛰어내리진 않을테니까.
책 자체는 대단한 영감을 주지는 않지만, 무엇이든 그만두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가볍게 읽어볼만 하다. 자신만의 선택에 자신감을 가져보기를,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기를 권하는 책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