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생존기] 항우울제에서 조울증 약으로
우울증이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훌라도 재미있어졌고, 식물도 다시 기르고 싶어졌고, 일도 하고, 밥도 먹고, 과자도 먹고, 마음 먹은 것처럼 매일은 아니지만 묵주기도, 명상, 30분쓰기도 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으니까. 사람도 많이 만나고, 여행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으니까.
하루는 남편이 평소처럼 장난을 걸었다. 나는 "하지 마!"라며 얼굴에 짜증을 가득 묻혀서 쏘았다. 남편이 놀라서 "지금 나한테 짜증내는 거야?" 했다.
며칠이 지난 주말에 남편과 어디를 가고 있었다. 남편이 뭘 물었는데 내가 즉답을 했다. 그런데 그게 좀 달랐다. 남편이 "요즘 짜증을 자주 내는 것 같아" 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진짜 짜증을 냈다. 화를 내면 냈지, 짜증을 내는 편이 아니고, 특히 사랑하는 남편한테는 짜증이라는 걸 내본 적이 거의 없는데, 두드러지게 즉각반응하며 짜증을 냈다.
생리주기를 확인했는데, 생리주기도 아니였다. 생리주기 때도 나는 잠을 많이 자거나 힘들어하기는 해도, 대놓고 짜증을 내지는 않았다. 남편은 워낙 내 변화에 민감하니까, 생리주기를 알아챌 정도는 되어도 이렇게 대화를 자극으로 받아 짜증내는 경우는 없었다. 이유가 뭘까?
월요일이 왔고, 이유없이 우울증이 몰려왔다. 가장 심하던 시기가 100이라면 85~90까지 급속도로 빠져들었다. 남편이 이유를 묻는데, 나도 알 수가 없었다. 죽고 싶고, 손목을 계속해서 칼로 그어대는 환촉각이 돌아왔다. 너무너무, 미치도록 힘들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죽고만 싶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가끔씩 찾아오는 울감에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고, 3~4일이면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7~10일 이나 걸려 가까스로 돌아왔다.
정신을 차리고, 내 상태를 돌아봤다. 조울이 왔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하루종일 뭔가 씹을 거리가 필요해서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 나르는 것으로는 충족이 안 되었다. 노브랜드에서 과자만 두 바구니 사서 눈 떠서 잠들 때까지 먹었다. 당연히 살이 쪘고,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었다.
매일 홈쇼핑을 시키고, 매일 반품했다.
남편과 사람들의 말에 즉각 반응했고, 사람들이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났다.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울의 땅 밑으로 꺼졌다. 단계적으로가 아니라, 수직낙하처럼 꺼졌다.
겨우 일상으로 돌아오고 난 직후, 병원에 약 타러 갈 시간이 되었다. 의사에게 이런 일이 있었으며, 나에게 예전에 '양극성장애' 진단을 했었는데, 지금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했다. 의사는 나에게 '양극성장애' 진단을 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진료 기록을 찾고, 미안하다면서 약 처방을 바꾸었다. 내가 너무 다양한 증상이 있어서 의사도 잠시 잊은 것 같다.
약을 먹고 며칠 후부터 편안해졌다.
탄산리튬정 : 조증과 조울증의 치료 및 예방적 유지치료
아라피졸정 : 양극성 장애와 관련된 급성 조증 및 혼재 삽화의 치료, 주요우울장애 치료의 부가요법제
그리고 어제 상담을 다녀왔다. 한달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조울증에 대한 이야기, 지금 내가 해야할 것들 등에 대한 이야기 나눴다.
나는 2형 양극성장애로 1형처럼 극조증("나는 신이다!! 나는 다 할 수 있어!! 40억 짜리 사업을 하자!" 등의 기분이 최상으로 치닫는 조증)과는 좀 다르다. 이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음.. 설명은 다음 글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