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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빈 Feb 04. 2018

마흔; 나는, 나일 뿐...

                                                                             

아내로서의 자아,
엄마로서의 자아,
며느리로서의 자아,
직장인으로서의 자아,
맏딸로서의 자아,
기독교인으로서의 자아,
친구로서의 자아,
동료로서의 자아.....
나는 여러 자아로 구성되어있다.

이 자아들은 각각 다른 가치관과 역할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가끔 충돌이 생긴다.
예를 들어, 남편님은 가끔 남편으로서의 자아와 아들로서의 자아의 충돌이 일어난다. ㅎㅎ

내가 가끔 '엄마가 더 좋아, 내가 더 좋아?' 와 같은 질문을 하기 때문이다. ㅎㅎ





나는 가끔 직장인으로서의 자아와 엄마로서의 자아가 충돌한다.
또는 기독교인으로서의 자아와 자기애적 자아가 충돌한다.
이런 충돌로 인해 힘들었다.
가끔은 죄책감까지 끼어 들어... 더욱 힘들기도 했다.
내가 모자라서... 나만 힘든 줄 알았었다.
그런데 그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내가 예민해서 이런 걸 생각하고, 쓸데없이 고민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지지부진한 고민이 성숙을 위한 밑거름이라는 것을...나이 마흔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이러한 갈등과 충돌은
단지 나 자신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기는 것이었다.
다양한 자아의 소통이 원활할수록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한다. 
자아의 다양성은 관계와 경험으로부터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한다. 전문가의 말이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의 자아 외에 다른 자아를 발달시키지 않으면 '피터팬 신드롬'이 생기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른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의존하는...
또는 남편으로서의 자아와 아들로서의 자아의 충돌이 일어날 때, 충분히 고민하지 않으면
부모와 와이프 사이에서 그 남편은 평생 혼란스럽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걸 '우유부단하다'라고 말하더라...
우유부단한 사람은 이래저래 괴롭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우유부단한 남편의 혼란은 부모 탓도 아니고, 와이프 탓도 아닌
자신의 입장이 세워지지 않은 탓이다. ㅎㅎ
내 말이 아니고,,,, 심리학자의 말이다. ㅎㅎ

다양한 자아를 인정하고, 충돌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충분히 고민하고,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다양한 자아의 충돌 속에서 충분히 고민하다보면 나만의 유연성이 생기는 것 같다.
나의 처지에 맞게 적절한 자아를 살피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연하게 자아의 충돌을 대처해가면서... 성숙해가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 수많은 자아를 애써서 외면할 필요가 없는 이유이다.
자아의 충돌에서도... 심플하게, 미니멀하게... 하하하

베란다에 앉아..
노을을 사진찍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태양은 하나이지만
프레임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위 노을 사진과 아래 사진은 다르다.

하지만 태양은 하나이다.
결국은 프레임과 기술의 차이인 것이다.



나는 나일 뿐...
다양한 자아의 충돌을 즐기기로 했다.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변화와 성숙으로의 나를 기대할 수 있으니까...
그거면 된거다.

인생.
참 재밌다.
이렇게 하나하나 배워가며 실타래를 풀어 가는 것,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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