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는 인증서가 아니라 지분투자
나만 아는 아티스트가 갑자기 유명해졌을 때, 나도 돈 벌면 좋잖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NFT를 단순히 추가 수익원으로만 보고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P2E의 엑시나 오징어게임을 예시로 든 것 같이 자잘한 부분을 제외하고, 논지와 근거에 대해서는 강하게 동의합니다.
어떤 콘텐츠가 이슈가 되기 위해서는 제작과 보급도 중요하지만, 이를 소비하고 남에게 공유하는 팬덤/커뮤니티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여태까지는 콘텐츠로 얻은 수익을 소수가 독점하고, 그 외에는 단순히 참여하고 소비하는 것에만 의의를 두었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것이 NFT이고, 이를 무시한 채 NFT를 이용하는 것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굿즈나 음원같은 콘텐츠를 판매할 때 이에 대한 인증서를 발행하는 데 꼭 NFT가 적용되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NFT를 이런 수준에서만 활용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일회성 이슈에 편승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옳습니다.
그렇다면 NFT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Patreon같은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가 아주 적절한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혹은 그와 관련된 권리에 대한 NFT를 구매해 후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크리에이터에 대한 팬심과 NFT의 가치 상승을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겠죠.
이러한 과정을 통해
1)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발전을 위한 초기자금을 확보하고
2) 팬은 자신의 팬심에 대한 보답을 받고
3) 크리에이터와 팬의 활발한 창작, 상호 교류를 통해 관련 시장이 활성활 될 수 있습니다.
애초에 NFT는 계약의 내용에 따라 다양한 것을 약속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 이를 구매행위에 대한 인증서 정도로 접근하는 것은 NFT를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국내의 거대 엔터 기업들도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최근 젊은 인구가 줄어들어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인재를 어렸을 때부터 키워나가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어 매우 위험합니다. 이 때문에 잠재력이 큰 크리에이터들 다수의 NFT를 확보해 초기 투자하고, 이들이 자체적으로 팬덤을 키워나갈 때 입사/협업 제의를 하는 것이 기업의 입장에서도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얼핏 보면 벤처투자자들이 초기 스타트업에 시드머니를 투자하는 것과 유사해 보입니다.
저는 개인을 주식회사와 같이 지분 투자의 대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 NFT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망한 인재들이 스스로의 능력을 홍보하고, 그 잠재 된 재능을 개화 할 때 까지의 초기 투자를 NFT를 통해 타인에게서 받고, 나중에 시장/커뮤니티에서 본격적으로 재능을 통해 수익을 얻을 때 이를 초기 투자자들과 나누고.
그렇기 때문에 거대 엔터 기업들이 해야 할 것은 보유한 IP나 굿즈에 대한 NFT를 발행하는 것이 아닌, 개인이 쉽게 NFT를 발행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고, 개인들의 재능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이미 유튜브가 그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NFT 시장은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작품이, 받아들이기 힘든 가격대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CryptoPunks, Bored Apes Yacht Club 같은 작품들이 수억 원에 거래되는 것을 NFT 이해관계자들은 커뮤니티 입장권이기 때문에 문제없고, NFT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증거라고 말하지만, 외부자의 입장에서 보면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초기 커뮤니티의 방향성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의 상류층이 세금 회피 / 자산 축적 / 배타적 커뮤니티 형성을 위해 미술 시장을 왜곡한 것을 그대로 모방한 것일 뿐, 어떠한 발전도 없었습니다. NFT 시장의 초기 참여자들이 소수의 추종자들만의 폐쇄적인 커뮤니티를 만들었으니, 후발주자들이 감을 못 잡고 기존의 사업을 조금 변형한 것을 NFT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해가 갑니다.
아무튼 해당 기사의 말마따나, 기업들이 소수만 공감하는 디지털 아트나 기존 IP를 이용한 제품보다는, 대중이 환호하는 '재능'이 더 값지다는 것을 언제 알아채는 지는 몰라도, NFT는 가치 체인을 맨 아래에서부터 뒤흔들 잠재력을 가진 트렌드라고 생각합니다.
2021.11.19 내용추가
그라운드X의 한재선 대표의 발언을 정리한 기사에도 제 생각과 비슷한 내용이 담겨져 있네요.
"NFT는 인터넷 상에서 가치 교환을 할 수 있는 표준 규약(프로토콜)"
"NFT는 어떤 형태, 어떤 종류의 디지털 파일이든 소유권을 부여할 수 있고, 대상 디지털 파일의 이동 없이 NFT 전송만으로도 소유권을 이전시킬 수 있다."
"NFT를 소유하면 NFT에 가치가 발생하기 때문에 팬들은 직접적인 이해관계자가 되고,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열성적으로 활동하게 된다"
"NFT는 크리에이터와 팬을 하나의 이익공동체로 만들 것"
NFT에서 콘텐츠가 빠질 수는 없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창작자와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합치된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가치의 전파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NFT나 메타버스 등 IT 메가트렌드는 '커뮤니티'라는 오래 된 개념을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끌고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은 지금 떠오르는 콘텐츠 강국이고, NFT 시장을 주도할 만큼의 IT 역량도 갖추고 있습니다.
과연 NFT 열풍이 단순히 투기와 일회성 이슈에 그칠지, 아니면 인재를 발굴하고 투자하는 커뮤니티의 형성으로 이어질 지 기대가 됩니다.
2021.11.24 의견 수정
처음에는 NFT를 통해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흥행하기 전에 후원하고, 이들이 실제로 유의미한 수익을 발생시킬 시점에 일정 부분을 돌려받거나, 혹은 창작물에 대한 지분을 확보하는 식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개인에 대한 투자는 너무 리스크가 큰 것 같고, 애초에 개인 크리에이터들 중에 먹고살만큼 버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돈 좀 받고 그 수입을 나누겠다는 사례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뮤직카우와 관련해서 예전에 리서치해보다 우연히 다른 사람의 글에서 얻은 인사이트인데, 레퍼런스는 기억이 안나네요).
그렇기 때문에 개인 크리에이터들의 커뮤니티에 대한 지분을 NFT화해서 이를 기반으로 지분을 확보하고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는 전략이 좀 더 유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커뮤니티/플랫폼 A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A에 창작물을 업로드하기 위해서는 일정 커뮤니티 토큰을 구매해야 합니다.
개인 크리에이터나 일반 유저들은 모두 해당 토큰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습니다.
플랫폼/커뮤니티 운영자들은 이렇게 토큰을 팔아 초기 운영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죠.
이 때의 커뮤니티 토큰은 해당 커뮤니티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지분 혹은 광고 등의 수익원에 대한 지분입니다.
해당 토큰은 외부 기업/집단이 커뮤니티에 광고를 하거나 기타 협업을 할 때 구매를 하면서 소각됩니다.
이런 경우, 크리에이터들은 양질의 창작물을 업로드해 커뮤니티의 가치를 높여 보유한 토큰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반 유저들도 코인을 보유한다면 활발한 활동과 다른 플랫폼에서 홍보를 하면서 커뮤니티의 가치를 높이려고 하겠죠.
이 과정에서 창작자, 플랫폼/커뮤니티, 참가자들은 모두 자신의 행위만큼의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위에서 적은 내용에서 NFT, 토큰, 커뮤니티, 플랫폼 등의 용어는 좀 더 일관되게 수정해야겠지만, 전반적인 아이디어는 이렇습니다.
분명히 web3.0의 시대에서는 누구도 '공짜로' 디지털 공간에서 활동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개인은 그 자체로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일부 악성 유저들도 존재하지만) 이러한 매커니즘을 이해하게 된 유저들은 앞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커뮤니티 토큰(구글링해 봤을 때는 이런 개념을 social token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추가적으로 알아봐야 될 것 같습니다) 서비스가 과연 등장할 지, 등장한다면 어떤 형태로 등장할 지 기대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