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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ple life May 31. 2022

벤츠와 따릉이 사고나다 1

자동차대 자전거사고

2022년 5월 15일 일요일 오후 3시가 조금 못되어 우리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잔뜩 놀래서 울먹거리며 하는 말은

"엄마 나 사고 났어! 자동차랑 따릉이랑"


우리 아이는 따릉이를 즐겨탄다. 사고란 단어에 철렁했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다. 아이는 자기 목소리로 통화를 할 수 있으니 일단 크게 다치지는 않았을터이다.


급하게 옷을 꿰 입고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로 아이를 찾아갔다. 스무살을 넘은 지 몇년이나 지났지만 응급실에서 아이는 겁에 질려있엇다.


다행히도 응급실에서는 엑스레이 상에서 골절은 발견되지 않았고 미세골절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일단 퇴원해도 된다고 하였다.


아이들 데려오면서 다시 한 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차와 사람 몸이 부딪히면 생각보다 사람은 많이 다칠 수 있다는 걸 나중에 본 아이의 몸에 든 멍자국으로 새삼 깨달았다. 멍이 퍼렇다 못해 까맸다.


멍은 그래도 지워지니까


아이는 동네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기로 하였다. 물리치료 외에 병원에서 권한 보조기구 사용등은 모두 거절하였다. 아프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보조기구라는 것이었다.


월요일 아이는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출근은 하였지만 일을 제대로 하지는 못하였다. 일단 팔이 올라가지 않았고 통증이 시작되었으며 설상가상으로 목소리가 나오질 안더란다. 화요일엔 출근을 하지 못하고 앓았고 수요일에도 출근은 불가능하였다. 이렇게 아파서 일을 못하게 되었는데 아픈 몸을 붙들고 있는 아이는 제 아픈 몸보다 만근을 하지 못해 받지 못하는 수당과 출근을 하지 못해 받지 못할 일당을 계산하며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더욱 안스러웠다. 혼자 나가 산지 한 달 좀 넘었는데 제 스스로 살려고 저리 애쓰는구나...


설상가상으로 아이는 어디서 들었는지(물론 제 친구들이겠지만) 수입차랑 자전거랑 사고나면 수리비 많이 나오고 자기 책임이 될 수도 있다는데 어찌 하냐고 울기 시작하였다. 엄마가 수리비를 내주마고 달래 보았지만 독립한지 얼마 안된 아이에겐 자신이 부모에게 짐이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나보다. 울음과 한숨이 그치질 않았다.


내 생각에는 차와 사람이 부딪쳤고 백보 양보해서 자동차와 자전"차"가 부딪쳤다해도 벤츠와 따릉이가 동급이 될 수는 없었다. 법이란 사실 상식이라고 생각했고, 상식을 넘어서는 법이 나와 관계있기가 힘들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생각을 못했다. 법이 상식이어도 사람이 상식밖이면 상황이 좀 이상해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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