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후유증
올해는 4월과 10월에 두개의 축제를 맡아 진행했다. 두개의 사업이 마치 닮은 꼴인냥 쉽게 지나간 건 전혀 없고 말 그대로 우당탕탕 복잡하고 머리아픈 제작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이번 축제는 <동대문페스티벌_이동무대>
거리예술축제로 거리공연과 음악공연, 시민퍼포먼스, 공간 연출, 국제포럼, 도시캠핑, 영화상영, 어린이마켓 등등 여러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일반적으로 입찰을 통해 제안사의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도 있지만 직접 제작하고 운영만 업체에 맡겨서 진행을 했다. 그것도 절반 이상은 직원들과 PD들이 직접 뛰었고, 업체는 정말 현장만 맡았다. 쉽지 않았다.
1.2km, 7차선 도로를 걷고 또 걷고 또 걷고... 상황이 발생하면 이동하고 수습하고 또 걷고...아이고 다리야
약 3개월의 시간동안 참 많이 고민했고, 싸웠고, 버텼고, 성장했다. 그러고나니 역시 남은 에너지는 없이 또 다시 번아웃이 오고말았다. 그렇게 일하지 않겠다는 결심은 언제 갖다 버렸나 싶게 자꾸 생기는 업무는 집과 잠, 가족을 뒷전으로 하게했다.
심지어 준이를 사무실에 데리고 주말과 공휴일 출근을 하고(준이는 엄마의 일터에서 함께 있는게 너무 좋다며 매우 행복해했다), 축제가 셋업되는 며칠 전 부터는 새벽퇴근, 밤샘 업무는 별것도 아닌게 되어버렸다. 그러나 팀원들 누구하나 불평보다는 해내야 한다는 생각만 있었으리라.
무릎에 통증이 가시지 않는다. 문득문득 찌릿한 무릎은 현장을 떠올리게 한다. 온갖 민원과 화풀이. 현장은 그랬다. 하지만 버텨야했다.
그래서 축제는 성황리에 잘 마쳤다. 이틀 꼬박 약 20만명이 다녀갔다. 그냥 나온 수치가 아니라 통신사 유동인구수, 지하철역 탑승자수, 프로그램 참여자수를 모두 계수해서 나온 숫자다. 내 평생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 사업을 총괄한 적이 있던가. 성취감을 잠깐 느낀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가오는 현타를 맞이한다. 이 짓을 내년에 또 해야한다. 또... 해야한다.
축제가 끝난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우리의 축제 업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교통통제로 인해 쏟아진 민원처리와 구청장 업무보고, 추진자문위원회 최종 회의... 정산도 해야하는데 뭐가 이리 많은가 모르겠다.
의도하지 않게 같이 고생한 구청 주무관과 날을 세웠다. 하지만 서로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건 알고있다. 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미안하다며 메세지를 보냈다. 마음을 전해주어 고맙다는 답이 온다. 상황 때문에 사람을 잃고싶진 않다.
아직 더 버텨야한다. 이 고달픈 시간을 버텨야 겨울이 오겠지. 그래야 올 한해가 끝이 나겠지. 틈 없이 다시 축제 준비는 시작해야겠지만 나도, 우리 모두 이 고달픈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고생한 만큼 충분히 고생했다 토닥이며,
충분히 잘했다고 칭찬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