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점에 오른 미국 주식시장

최고점에 투자해야 하나?

by 이명덕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주식시장은 단 이틀 만에 급락했다. 이는 역사상 다섯 번째로 큰 하락으로, 무려 6.6조 달러, 즉 한국 주식시장 전체 규모의 네 배가 넘는 자금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처럼 불안과 암울함이 지배하던 시장은 석 달 만에 28% 이상 반등하며 빠르게 회복했다. 올해에만 주식시장은 15차례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주요 언론은 물론 소셜 미디어에서도 주가 급등 소식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주변에서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만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리고 많은 투자자들이 “내가 사면 주가는 떨어진다”는 불편한 경험을 떠올리곤 한다. 단기적으로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만, 미국 주식시장의 역사는 장기적으로 상승장이 하락장보다 훨씬 길고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락장은 짧고, 상승장은 길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하락장(Bear Market)은 평균 36% 하락했고, 그 기간은 평균 289일이었다. 반면 상승장(Bull Market)은 평균 114% 상승했으며, 무려 991일 동안 지속되었다. 다시 말해 상승장은 하락장보다 약 3배 더 길고, 상승 폭도 3배 이상 컸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은 한 걸음 후퇴하고 두 걸음 전진한다”는 말이 생긴 것이다.


진짜 위험은 ‘투자하지 않는 것’

일반 투자자가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주가 하락이 아니다. 오히려 상승장에 자금이 시장 밖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 더 큰 위험이다. 피델리티의 전설적인 자산운용자 피터 린치(Peter Lynch)는 “폭락을 예측하거나 이를 피하려고 투자 전략을 짜면, 실제 폭락으로 인한 손실보다 더 큰 손해를 본다”라고 조언했다. 이는 시장 흐름을 예측하려 하지 말고, 꾸준히 장기 투자하라는 뜻이다.


주식 최고점 예측.JPG


이런 조언은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한 투자자가 1980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1만 달러를 투자했다면, 자산은 100만 달러 이상으로 증가한다. 하지만 이 기간 중 단 10일간의 급등일만 놓쳤다면 자산은 48만 달러 이하로 줄어든다.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30일을 놓쳤을 경우, 최종 자산은 17만 달러 수준에 그친다.


이처럼 시장의 급등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전문가에게조차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고점이나 저점을 맞추려 애쓰기보다는, 자금을 꾸준히 시장에 머물게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전략이다.


장기 투자의 힘

장기 투자가 중요한 이유는 투자 기간이 길수록 수익을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1929년부터 S&P 500에 투자했을 경우 하루 단위로 수익을 얻을 확률은 54%에 불과했지만, 1년을 투자하면 74%, 5년은 89%, 10년 이상 투자했을 경우 95%까지 확률이 올라간다.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손실 가능성은 줄어들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상승장 속 투자자의 흔한 착각

주식시장이 상승할 때 투자자들은 다음과 같은 착각에 빠지기 쉽다.

나는 투자에 천재인가?

왜 아직도 채권이나 현금을 들고 있지?

주식 투자, 생각보다 쉽네.

나보다 더 많이 번 사람이 있는 것 같아.

주식 그래프만 봐도 미소가 지어진다.

왜 직장에서 이 고생을 하나?

김밥, 피자, 치킨... 팔아야만 하나?

이제 분산투자는 필요 없어!

조만간 은퇴하겠구나.

드디어 투자에 ‘감(感)’이 생긴 것 같다.


투자는 냉정함과 자기 이해에서 시작된다

만약 더 많은 현금(비상자금)을 보유하는 것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면, 일부 상승 여력을 포기하더라도 그것은 올바른 선택일 수 있다. 진정한 투자 위험은 시장의 변동성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따라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있다.


우리는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그래서 투자는 기술이나 예측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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