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 게임에서 이기는 법
2025년 US 오픈은 145번째로 열린 권위 있는 테니스 대회다. 총상금만 해도 9천만 달러에 달했다. 경기를 보며 문득 찰리 엘리스(Charles Ellis)의 고전 『패자 게임에서 이기는 방법(Winning The Loser’s Game)』이 떠올랐다.
이 책은 주식을 직접 고르거나 펀드 매니저를 선택하려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야 할 책이다. 1998년 초판 이후 지금까지 여덟 번이나 재출간되었다는 사실이 그 가치를 말해 준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엘리스는 프로와 아마추어 테니스 선수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프로 테니스(승자 게임)’에서는 결과가 승자의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프로들은 거의 실수를 하지 않는다. 상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서브를 넣고, 정밀한 랠리 끝에 결정적인 샷으로 승점을 얻는다.
‘아마추어 테니스(패자 게임)’에서는 반대다. 대부분의 점수는 ‘이겨서’가 아니라 ‘져서’ 생긴다. 공을 네트에 걸리게 하거나, 너무 길게 쳐서 벗어나거나, 더블 폴트를 내는 식이다. 결국 상대를 이긴다기보다 자기 실수로 패하는 경우가 많다.
주식 시장도 ‘패자 게임’이다
약 50년 전만 해도 개인 투자자가 시장을 연구해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르던, 말 그대로 ‘승자 게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미국 주식 시장에서는 기관 투자자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일부 지수에서는 기관이 보유한 지분이 70~80% 수준에 이르며, 거래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이들은 정보도 빠르고, 기술도 뛰어나며, 투자 경험도 방대하다. 개인 투자자가 그들과 경쟁해 이긴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런 게임에서 개인 투자자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결국 실수를 줄이는 것, 그것이 유일한 승리의 길이다.
주식 시장도 ‘패자 게임’이다
개별 주식에 집중 투자한다.
시장의 상승과 하락을 맞추려 한다.
‘뜨거운 종목’을 쫓는다.
단기 매매로 수익을 노린다.
감정과 예감으로 결정한다.
찰리 엘리스는 이런 실수를 피하는 가장 현명한 길이 시장 전체에 참여하는 인덱스 펀드 투자라고 강조한다.
페더러의 승률이 알려주는 것
테니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는 대부분의 경기에서 승리했지만, 놀랍게도 그가 경기 중 얻은 점수는 단 ‘54%’였다. 경기의 절반은 거의 팽팽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미세한 차이—단 4%의 우위—가 꾸준히 쌓여서 80%의 경기에서 승리로 이어졌다.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으로 보면 시장은 요동치고 예측 불가능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확률’이 당신 편이다.
기간 상승 확률
하루 54%
한 달 64%
1년 79%
5년 93%
10년 97%
15년 100%
주식 시장에 10년, 20년 투자한다면 돈을 잃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
페더러가 세트 하나, 경기 하나를 잃을 때마다 낙심하고 포기했다면, 20개의 그랜드슬램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투자도 같다. 주식 시장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꾸준히, 낙관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에게 결국 승리는 찾아온다.
지난 10년(9/30/25) 간 연평균 수익률은 약 15%가 넘는다. 무려 거의 4배로 불어나는 기적—그건 하루아침의 결과가 아니라, 긴 시간 동안의 ‘포기하지 않은 신념’이 만들어낸 것이다.
투자는 빠르게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인내와 신뢰, 그리고 꾸준함이 쌓여 만들어내는 조용한 승리의 과정이다.
테니스 코트에서처럼, 주식시장에서도 결국 이기는 사람은 ‘실수를 줄이며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