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간단함

기본과 원칙의 힘

by 이명덕

기본과 원칙의 힘

14세기 철학자 오컴(Occam)은 말 그대로 세상을 날카롭게 잘랐다. “여러 해답이 있을 때는 가장 단순한 것을 선택하라.” 이 원칙은 오컴의 면도날이라 불리며 과학, 디자인, 경영, 심지어 정치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복잡함은 오차를 낳고, 단순함은 본질을 보게 한다. 투자의 세계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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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혁신은 모두에게, 금융 혁신은 일부에게

스마트폰, 인터넷, 전자상거래, 인공지능 같은 기술 혁신은 삶을 편리하게 만들고 비용을 낮췄다. 혁신의 혜택은 대중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금융에서의 ‘혁신’은 종종 정반대다. 새롭다고 포장된 금융상품은 대부분 복잡하고 불투명하다. 그 결과, 혜택은 투자자가 아니라 금융기관·판매자·중간업자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기술 혁신 → 사용자에 이익

금융 혁신 → 판매자·설계자에 이익

이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순간, 투자자는 많은 실수에서 벗어난다.


복잡함의 실체: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수익은 얇아진다

대표적인 사례는 2008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다.
주택담보대출을 여러 계층으로 쪼갠 뒤 투자자에게 되팔았는데, 구조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복잡했다. 은행, 브로커, 신용평가기관, 투자은행, 중개인… 단계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누군가 수수료를 가져갔다. 결국 위험은 아래에서부터 위로 쌓여 올라갔고, 폭탄은 투자자의 손에서 터졌다.


어뉴어티(Annuity) 역시 비슷하다. “원금 보장”, “평생 소득”이라는 슬로건은 매력적이지만 안내서만 300~400페이지에 달한다. 여기에는 설명되지 않은 수수료, 숨겨진 연간 비용, 상품 설계의 불리한 조건이 숨어 있다. 복잡함은 대부분 투자자에게 손해를 전가하기 위해 사용된다.


시장 데이터가 알려주는 진실

미국 투자 업계에서는 ‘복잡해야 전문적’이라는 인식이 교묘히 활용된다. 하지만 장기 데이터를 보면 정반대다. 단순한 전략이 오히려 강하다.

낮은 비용의 인덱스 펀드

장기 보유

분산 투자

이 세 가지가 30~40년간 대부분의 액티브 펀드를 이겼다는 연구 결과는 무수히 많다. 복잡함은 수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끼어드는 사람들의 수수료만 만든다.


“나는 특별한 상품을 찾아야 한다”는 심리적 착각

투자자를 가장 위험하게 만드는 것은 탐욕이 아니다. 희망이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고 싶다”, “내가 발견한 기회는 특별하다”는 착각은 투자자에게 복잡함을 허용하도록 허문다. 여기서 오컴의 면도날은 냉혹한 판단 기준이 된다.


이 상품을 내가 완전히 이해했는가?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 상품은 나에게 위험하다. 금융업계는 늘 새로운 단어를 만든다. Structured product, leverage note, Quant fund, AI-based strategy…
모두 다른 이름의 복잡함일 뿐이다. 복잡하다는 이유만으로 거부해도 90%의 위험은 피할 수 있다.


단순함은 지루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자산을 지킨다. 투자의 원칙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이해할 수 없는 상품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너무 좋아 보이는 제안은 사실이 아니다(Too good to be true).

수수료가 높으면 내 수익은 낮아진다.

시간은 시장보다 강력한 자산이다.

자산은 화려한 금융 기술이 아니라, 단순함을 견디는 사람의 인내가 키운다.


결론: 금융에서의 “기본”은 무기다

투자 세계는 끊임없이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낸다. 그럴수록 되묻자. “이 상품은 내가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가?” 설명할 수 없다면, 투자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수익원이 되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자산을 지켜주는 것은 복잡한 수식을 이해하는 능력이 아니라 기본과 원칙을 끝까지 지키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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