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보고 투자하라
투자 비법을 알려주는 사람은 늘 등장한다. 그러나 그들의 조언을 그대로 따라 부자가 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오는 27일 서울에서 열리는 ‘서울머니쇼플러스(+)’에 등장하는 연사도 마찬가지다. 1조 원대 자산을 보유했다는 화려한 이력, 그리고 이제는 부자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멘토로 소개된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방식대로 투자해 일반 투자자가 그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세미나에 앞서 신문사는 그에게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답은 간단했다.
“재무지표보다 CEO를 보고 투자하라.”
뛰어난 경영자에게 올라타면 성공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조언은 매력적이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수많은 기업의 CEO를 분석하고 평가해 투자 전략을 세운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영자만 보고 투자하면 실패하는 이유
대표적인 사례가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퀴비(Quibi)*다. 창업 초기 약 17억 달러(약 2조 원)를 유치하며 뜨거운 기대를 모았다. 공동 창업자 제프리 캐천버그는 ‘슈렉’과 ‘마다가스카’를 만든 드림웍스의 창업자였고, 메그 휘트먼은 이베이·HP를 이끌었던 명성 높은 CEO였다. 2020년 CES 기조연설에서 두 사람은 모바일 콘텐츠 혁신을 자신 있게 선언했다. 그러나 서비스 출시 6개월 만에 퀴비는 폐업했다.
이들의 언행만으로 이 결말을 미리 예측할 수 있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
“좋은 CEO = 좋은 투자”라는 접근은 위험하다. CEO의 과거 업적과 명성은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특히 기술 변화가 빠른 산업에서는 경영 능력보다 시장 구조, 기술 방향, 소비 행태가 성과를 결정한다.
과거의 영광은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CEO를 기준으로 투자하는 접근이 더 위험한 이유는 이른바 ‘부메랑 CEO’ 사례에서 드러난다. 과거 실적이 좋았던 CEO가 복귀했지만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우들이다.
월트 디즈니의 밥 아이거는 첫 재임 당시 마블·픽사·루카스필름 인수로 디즈니를 엔터테인먼트 제국으로 바꿔놓았다. 그러나 복귀 후 3년이 지난 현재 성과는 제한적이다. 디즈니 주가는 S&P 500 지수 대비 크게 뒤처졌고, 스트리밍 경쟁사 넷플릭스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복귀 발표 직후 5% 넘게 반등했던 주가도 곧 제자리로 돌아갔다. 기대는 컸지만 실적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P&G의 A.G. 래플리는 복귀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시장 평균 대비 성과는 낮았다. 마이클 델은 복귀 후 3년 만에 회사를 비상장화했는데, 이는 시장의 장기 신뢰 부족을 반영한다. 야후의 제리 양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며 기업 가치 회복 기회를 잃었고, 트위터의 잭 도시는 사용자 성장과 수익 개선이라는 핵심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시장 구조가 불리하면 과거의 영웅조차 예외가 될 수 없다.
주가는 CEO의 유명세가 아니라 산업 구조에 반응한다
지난 10년간 가장 큰 주가 상승을 기록한 기업의 공통점은 단 하나다. AI·데이터센터·헬스케어·통신 인프라 등 구조적 성장 산업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
NVIDIA와 AMD는 GPU·AI 수요 폭증을 선점했다.
Arista Networks는 클라우드 네트워크 인프라 핵심 공급자로 성장했다.
Broadcom은 반도체·통신 부품 공급망을 통합하며 지위를 강화했다.
이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CEO의 이름이 아니라 기업이 어떤 산업 구조 위에서 경쟁했는가이다. 유명 CEO를 좇는 투자는 겉으로는 매력적이지만, 일론 머스크나 피터 틸처럼 강렬한 경영자조차 항상 시장 수익률 상위권을 보장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진짜 대박 투자는 기업이 유명해지기 전에, 시장 구조가 막 열리던 단계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런 판단을 일관되게 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투자 조언으로 돈 버는 사람은 ‘투자자’가 아니라 ‘조언자’다
투자로 성공했다며 비법을 전수한다는 사람은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 조언 덕분에 대박이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대부분은 개인 투자자의 돈으로 돈을 번다. 증권 방송, 유료 리포트, 컨설팅, 투자 교실, 강연…. 조언 자체가 상품이 된 것이다.
워런 버핏이 증명한 진실: 부는 복잡한 전략이 아니라 시간에서 나온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재산의 99%를 65세 이후에 벌었다. 『돈의 심리학』의 저자 모건 하우셀은 2022년 CNBC 인터뷰에서 말했다.
“만약 버핏이 65세에 은퇴했다면, 여러분은 워런 버핏이라는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버핏의 성공은 ‘천재 CEO 발굴’이 아니라 평생 동안 단순한 원칙을 지킨 결과였다. 그가 투자한 기업도 대부분 대중이 잘 아는 보통의 기업이었다.
투자는 단순해야 오래간다
생계를 위해 바쁘게 살아가는 개인 투자자가 위대한 기업가를 초기에 발굴해 투자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전문가 말처럼 과감히 베팅할 여유자금도 없다.
개인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은 적은 금액을 일정하게, 장기간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다. 투자의 본질은 “한 번에 크게 맞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반복 가능한 전략을 유지하는 능력이다.
미래의 기업 성과는 누구도 알 수 없다. 5년 뒤 어떤 회사가 살아남고 어떤 회사가 사라질지 전문가조차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다. 주식 시장의 향방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자신의 미래는 지금의 투자 방식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