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과 ‘실력’의 경계
요즘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주식 이야기는 단연 ‘엔비디아(NVIDIA)’다. 2023년 초부터 시작된 폭등은 멈추지 않았고, 100달러대였던 주가는 2024년을 지나 1,000달러를 넘어섰다. AI 시대를 상징하는 기업이 된 셈이다.
엔비디아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탁월하게 종목을 선택했는지, 투자금이 얼마나 불어났는지 끝없이 자랑한다. 심지어 “감이 왔다”며 주식 투자만이 인생의 희망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성과가 정말 탁월한 실력(skill) 덕분인지, 아니면 단순한 운(luck) 때문인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대부분의 경우 운이 좋았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하버드 대학교의 비트코인 ‘큰 베팅’, 순탄치 않은 출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부유한 대학 중 하나인 하버드는 최근 암호화폐 투자 규모를 크게 늘렸다. 지난 분기 iShares Bitcoin Trust ETF(IBIT) 보유량을 약 5억 달러 수준까지 확대했다. 아이비리그 대학이 암호화폐 ETF를 이 정도 규모로 직접 보유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기관 투자자 중에서도 상당히 공격적인 접근이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다. 비트코인은 이번 분기만 따져도 20% 이상 하락했다. 하버드가 급락 이전인 10월 초에 보유분을 매도했다면 손실 없이 오히려 이익을 얻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주식이나 채권처럼 실제 수익, 현금 흐름, 경제 활동과 연결된 자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쌓일 수 있다. 반면 암호화폐처럼 실질 가치가 불명확하고 심리·수급에 의해 가격이 좌우되는 자산은 상승했을 때 팔지 않으면 언제든 급락 위험에 노출된다.
거대 기관도 시장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다.
개인 투자자가 “저점 매수”를 노리다 실패하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특정 기업 투자 실패 사례
인바이테(Invitae) 파산과 캐시 우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전자 치료 기업 인바이테(Invitae)는 2024년 2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2020년 시가총액이 70억 달러를 넘고 주가도 50달러 이상이던 회사가 파산 직후 9센트 수준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종잇조각이 된 것이다.
이 회사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한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캐시 우드(Cathie Wood)다.
그녀는 인바이테를 “유전자 혁명의 핵심 기업”으로 평가했고, “포트폴리오 중 가장 저평가된 주식”이라고까지 말했다. 막대한 자금과 정보력을 가진 기관 투자자조차 파산 직전 기업에 거액을 쏟아부은 셈이다.
위워크(WeWork)와 손정의 회장의 대실패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WeWork)는 한때 기업가치가 470억 달러에 달했지만 2023년 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주요 투자자였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115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았다. 대형 기관과 전문가 집단조차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손 회장은 직접 “위워크 투자는 바보짓이었다”라고 인정했다.
23앤미(23andMe)의 몰락
WSJ은 23앤미(23andMe)를 두고 “60억 달러에서 0달러로 추락했다”라고 보도했다. 침을 분석해 유전 정보를 제공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나스닥에 상장했지만, 이후 주가는 1달러 미만으로 떨어졌고 지금은 상장 폐지 위험까지 직면했다.
테슬라(Tesla)의 극단적 변동성
전기차 산업의 대표 기업 테슬라도 예외가 아니다. 2024년 1월, 불과 몇 주 사이에 시가총액 2,074억 달러가 증발했다. 한국 주요 대기업 여러 곳을 합친 규모다.
이런 극심한 변동성 속에서도 캐시 우드는 여전히 “저가 매수 기회”라며 테슬라를 매수하고 있다. 그러나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는 그녀를 최악의 ‘자산 파괴자(Wealth Destroyer)’ 중 한 명으로 평가했다. ARK ETF는 지난 10년 동안 약 143억 달러의 투자자 손실을 만들었다. 같은 기간 미국 500대 기업으로 구성된 S&P 500의 연평균 수익률 11~12%에도 크게 못 미친다.
일반 투자자를 위한 교훈
대부분의 투자자는 특정 종목을 찾아 ‘대박’을 꿈꾼다. 그러나 한 기업의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어떤 기업은 급등하지만, 어떤 기업은 영원히 사라진다. 막대한 정보·자본·전문 인력을 가진 전문가와 기관조차 실패한다면, 일반 투자자가 개별 종목을 골라 성공 확률 높은 투자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복잡한 종목 선택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시장 전체의 성장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운에 기대한 단기 종목 투자보다 시장 전체를 담는 투자 방식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략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