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자가 양이어야만 달려드는가

오늘 날씨 맑고 추움

by 모호씨

나는 왜 사자가 양이어야만 달려드는가

진즉엔 침착한 뒷짐으로 망을 보다가

울음을 분별하려 고개를 꺾어대다가

뛰어나가는 걸음들에

선 채로 뒤로 물러서다가

양이더라 비웃는 소리에 화들짝

나는 왜 쉬운 싸움에 두려워 더 어려운 싸움에 주저하는가

헛된 말들을 안주 삼게 내버려두었다

아비가 향수에 취해 이기의 놋젓가락을 들어 장단을 맞출 때

그렇다 나는

쉬운 싸움에 등을 돌렸다

멍청이가 멍청이를 등쳐 먹는 것을

나는 삼류 극장처럼 비웃었다

웃다 나는 멍청이에게 겁을 먹었다

멍청이가 못 쓸 칼을 휘둘러 댈 때

나는 그제야 쉬운 싸움이 있었었다는 걸 알았다

나는 남은 가장 쉬운 싸움을 앞에 두고

사자가 양이었길 기다리는가

가장 부끄러운 주먹은 맥도 없는 고기를 들고 치는 것

요란한 기합은 웃음을 살 것이야

나의 글은 왜 이리 비겁한 수에 감수성을 쌓았나

아니라는 분명한 말보다

더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 있던가

아니라는 말보다

더 쉽게 분리하는 일이 있던가

아니라고 하자

늦었지만 아니라고

공부는 길 위에서

방향도 전면에서

비겁한

아니라도 아니하면

나 한패래도 더 할 말이 있을까

다리야

붙은 발들아

하나


W, P 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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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