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흐림
사랑하는 이 무릎 위에 앉아
기침에 좋다는 배중탕을 끓였다
남아서 껍질을 벗겨 냉동고에다 두려는
생강을 조각내 큰칼 세워 껍질을 벗기다
낮은 싱크 허리 굽히면 아야 한다고
화장대 의자를 총총 들고 와 앉아
무릎 위에 이 큰 나를 굳이 앉혀 놓고
작은 손 기울여 흘려주는 어떤 노래들 덕에
어쩌다 맞추게 되는 박자스런 서툰 칼질 덕에
나는 버릇같은 꿈으로 삶을 생각했네
노래 말을 빌려 타다가
이 쯤에서 나는 내려 하고 걷다가
내 사랑 박자지는 무릎을 생각하다가
엄마의 시큰대는 무릎으로 갈아타다가
쓸 게 없다는 고백을 듣다가
쓸 게 없다는 말은 쓰려는 사람만의 생각이라고
그런 자잘한 핑계도 대신 하다가
생강에 혀가 얼얼하다 생각했다가
애써 끓인 탕 덕을 애써 보려고
올라오는 기침을 눌러대다가
잘 깎은 생강 물로 씻으니 괜히 웃음이 나다가
등에 댄 얼굴 앞으로 자랑처럼 흔들었다가
잘했네 칭찬에 온 몸이 간지러웠네
노래는 가사때문에 선율이 생기네
우리 지금 만나
우리 지금 만나
하면 우리 지금 만나가 된다네 쉽다네
아련한 노래는 말을 다 못 알아들어도 다 아네
내 노래는 불릴 일 없지만
다 아네 다 아네
그치만 나는 낡은 싱크 앞에서
생강 살을 아깝지 않게 벗겨날리며
박자에 고삐를 쥐었네
그리고 감상을 벗었네
숲을 지난 것이지
마을이 있어
손님을 모았네
나는 상투적인 연극을 하며
마치 깨달은 듯 굴어보았네
굳은 고개는 박수를 치면서도
이를 따닥이지는 않았지
하지만
우리가 애써 지키려는 것은
고작 이 장면
우리가 애써 의미를 묻는 것도
고작 이 장면
우리가 반복에 반복에 반복에 지쳐
도망가서 도망가서 도망가서 또 반복할 것도
고작 이 장면
엄마에게 보고
크레파스로 물감으로 립스틱으로
덮고 덮고 찢기도록 덮어도
내 손은 어느 새 이 장면
그러니 나의 가장 분명한 말은
당신이 돌려주는 이 장면
당신에게 돌려주는 이 장면
나는 손을 털며 일어났다
꿈은 이미 다 꾸었었지만
내 사랑 다리엔
그제서야 빨간 피가 도네
찌릿 전기가 통하네
마법이네
대단한 게 아니라서 미안해
W 심플.
P Edwin Andrade.
2017.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