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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종일 서로를 바라본다

오늘 날씨 맑음

by 모호씨

우리는 하루종일 서로를 바라본다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다가가서

기발한 이름을 붙인 얼굴을 바라본다

누구도 보지 못했다 믿을만큼

나는 그 얼굴이 놀랍다


어떤 때는 두꺼운 철문 열개쯤을 열고 들어가야 했었다

어떤 때는 오기로 이것말고 다른 것을 찾을래요 더 오래 걸어 더 깊은 곳으로 가볼게요 했다

더 어떤 너를 찾으려면 더 어떤 나를 내보여야 한다

어느 문은 너무 좁아서

옷을 벗고

팔 같은 것들도 떼어 두고

애벌레처럼 배를 비비면서 기어가야 했다

마침내 나는 바닥에 닿은 거 같아

나는 너를 본 거 같아

무릎에 닿은 딱딱한 땅 위에 누운 네 얼굴을 보며

내가 그렇게 말할 때

분명 너도 가장 징그러운 나의 얼굴뼈를 본 것이겠지


그리고 어떤 때 열린 창문 밖에 아침바람처럼 눈을 뜨자마자 네가 서 있었다

나는 놀랐다

누구도 보지 못한 얼굴이 그렇게 밝은 아침에 서 있었다


10⁻¹³


2025.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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