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잠자리와 이사수

오늘 날씨 흐림

by 모호씨

핸드폰을 뒤져 죽음의 이미지를 찾는다

불러주는 곳이 없으면 빈약해져 보이는 영화 때문이다

카페의 긴 테이블 끝에 앉은 여자가 울먹인다

뒤집어 놓은 하얀색 큰 봉투

센티미터, 조직검사

전화마다 건네는 오래된 인사

아이러니다

죽음을 말하면서

꿈을 꾼다는 것이

죽음으로 삶을 가꾸어보려는 것이

최근

말수가 없어지는 것은

소박해진 꿈 탓이다

소박해진 만큼 더 멀어진 눈 때문에

꿈은 여전히 흐릿하다

오래도록 바라보면 금세 어지러움을 느낀다

주저앉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닌 나이가 되었을까

잘 앉혀주는 손들도 덮어주는 담요도 있을까

내가 잘 찍어놓은 검은 잠자리가 죽음의 상징인지

물어보았다

이사수가 들어왔다

밀려나는 것인지 흘러가는 것인지

태도가 전부라고

선생인 나는 얘기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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