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비를 욕하며 밤을 지샌 날은

오늘 날씨 먼지 가득

by 모호씨

착한 아비를 욕하며 밤을 지샌 날은

새벽 빛 눈이 감겨와도 잠에 들기가 뭐 합니다

달콤한 사랑도 왠지 풀이 죽어 먼저 잠든 이 밤은

괜시리 음지에 내려 앉은 씨앗이나

괜시리 가난한 손에 목을 잡힌 생각없을 강아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원망이 있을까요

그저 최선을 다해 먹고 낑낑 버티다 자연의 바다에 드는 건가요

수영이 바다를 이길 리 없고

먼지도 영원한 비행에는 재주가 없겠지요


생명이 에너지라면

에너지는 혼돈이고

혼돈이라면 어느 날은 잦아들 것입니다

나는 혼돈이라 온통 분탕질을 해대겠지만은

혼돈이라면 나는 어느 순간 못 견디겠다 잦아들겠구요


곧게 자라내는 나무를 우리가 칭찬했었습니다 기억하나요

자란 만큼 넓어진 가지 잎 아래로

공평한 빛 몰라 못 자란 억울한 앉은뱅이도 꽤나 있을 겁니다


원망이 있었을까요

배려는 자연의 섭리는 아닌 듯 합니다

마음이 쓰이는 것은 과학보다는 오류에 가깝겠구요


내가 원망을 해야 할까요


아니요 아버지

나는 그저 당신이 음지에 뿌려진 욕망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은 미리 많이도 컸겠군요

그 큰 세상이 내 눈에는 더욱 커 보인답니다 내일은 더겠구요


아버지 아니요

나는 당신 욕을 할 뿐 당신 원망에는 생각이 없습니다

오래 살아가세요

나도 버틸 만큼은 온통 분탕을 쳐 볼 생각입니다


당신의 혼돈이 나의 슬픈 한계만 가르키며 잦아드는 날

그 날은 이런 비겁한 시가 아니라

우리 못 해본 대화 쯤은 해 보도록 합시다


내 나이도 이제는 반 일흔

꽤나 긴 대화가 되겠지요

당신의 괴로운 코골이를 들려주세요

나 못잔 오늘 잠은 괜히 그 때문이다 하고 싶어요


동화나 환상 쯤은 덧붙여도 괜찮겠지요

벼락은 그 숲 가장 높은 나무에 내리쳤지요

그 큰 나무가 불에 다 탈 때까지는 꼬박 사흘이 걸렸다고 하더군요

벼락이 바다에 들자

앉은뱅이 늙으렁뱅이에게 공평한 태양이 보였다 합디다


결국은 오르는 게임이 아니라

결국은 버티는 게임일지도요


마취는 잠이나 돈이나 명성이나 제각각


잘자요 미운 아빠

잘자요 미운 아빠들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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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상석.

P Elliott Engelmann.


201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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