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더빅스쿨' 추천 '여름날의 시'
시집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수록 시
'그해 여름으로부터' 가 김춘수 시인님의 '꽃'
나희덕 시인님의 '푸른 밤'과 함께
아래와 같은 타이틀로 추천되었습니다.
<언제부턴가 내 하루에 물든 네가 떠오르는 여름날의 시>
최근 김춘수 시인님의 '꽃'이란 시를 수업에서 자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영광입니다.
그해 여름으로부터
여름이 저물기 전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해 여름으로부터
나의 계절은 늘 당신이었다고
따가운 햇살과 무거운 숨 모두
당신이기에 반겨 맞을 수 있었다고
사실 나는
여름이 좋았던 게 아니라
여름을 좋아하던 당신을
좋아한 것이라고
그해 여름
오가던 웃음과 걸음들 사이
농익었다 여긴 우리의 말들과
차마 설익었던 우리의 마음이
녹음처럼 거리에 무성하던 계절
그날의 잔향을 기억하며
올해의 여름은 부디 더디 저물기를 바라며
낙조가 내리기 전 당신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해 여름으로부터
나의 여름은 온통 당신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