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라 하여 당신이 저무는 일은

by 이경선

어느 여름보다도 무더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당신은 곧잘 나의 무릎에 누인 채 여름날의 바람을 맞곤 했다 한낮의 열기가 식어져 가는 어슬녘이면 낮의 잔향 어린 바람이 불었고 당신은 환히 웃어 보였다

유월의 스물한 번째 날, 올해도 어김없이 하지(夏至)가 왔다 한해 중 가장 낮이 긴 날이라 했다 그날엔 태양이 온종일 하늘에 떠있는다 말했고 태양이 머무는 시간만큼이나 무더운 날이라고도 했다

하짓날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태양은 진일 하늘에 서성였고 날은 무더웠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동쪽 어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도 했다

한낮의 열기와 어슬녘의 바람은 그해 여름을 닮아있었다 지난날의 당신을 기억했다 고이 누인 당신의 모양이 오래 머물렀다

여름이라 단야(短夜)의 계절이라 그리움 반짝 저물 까 하여 이를 반기었으나, 돌아보니 여름이란 계절 길고 긴 낮보다도 당신과의 옛 대화는 더욱 길고도 선명하니 여름이라 하여 당신이 저무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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