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의 웃음

by 뷰리플기러기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주황색 응원군을 마주쳤다.


주황색 야구복 뒤태에 ’문동주 1‘이라 적혀있다.

천안에서 이글스파크가 있는 한 시간 거리의 대전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모양이다. 살랑거리는 레이스의 원피스로도 가려지지 않을 정도로 앞태는 불룩하다. 임신부의 한화 사랑에 한 번 더 감동이다. 동그란 배 속의 아이는 구단 선택권이 없어 보인다. 넌 모태 이글스다.


요즘은 한화 팬이라는 사실이 기쁨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제발‘, ’아휴‘, ’안돼‘ 이런 감탄사를 연발하며 보는 경기가 태반이었다. 그럴 때마다 지략가인 아들은 옆에서 훈수를 둔다.

“엄마! 그냥 잘하는 팀을 응원해!”

삼성과 LG 사이에서 자신의 구단 결정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내가 이런 모습 보려고 꼬마 때부터 주황 수건 둘러주며 야구장 같이 간 것이 아니었는데….‘ 하는 뼈아픈 후회가 밀려왔었다.


다행히!

올해는 응원팀이 같다.

올해는 꺼져가는 불씨도 되살리는 경기가 많다. 누가 폭약제조회사 지원팀 아니랄까 봐.

오늘만큼은 특히 무거운 몸의 엄마와 저 꼬물이를 위해서라도 13경기 연승을 지켜냈으면 좋겠다.

나에게 프로야구의 첫 이미지는 사회시간에 배운 3S 정책의 하나라는 것. 우매한 대중은 그 정책의 희생자라는 배움이었는데….

그래도 요즘은 덕분에 계속 웃는다.


(2025. 5월에 쓴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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