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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계절. 348

신의 아들

by 함문평

작가는 1990년은 동해안 최북단 통일전망대 중대장을 했다. 요즘 생각으로는 말도 안 되는 행태지만 1990년 10월에 결혼예정일이었다. 양가 청첩장을 다 돌린 상태에서 순섀로 따지면 현재 1대대가 철책에 있었고 나는 3대대 9 중대장이었다.


2 대대장 임기가 끝나 철책에 들어가면 철책선에서 이취임식을 해야 한다고, 3대대 먼저 철책에 들어가고 91년 4월에 3대대 철수자리를 2대대가 들어가라고 했다. 청첩장을 폐기하고 먼저 받은 분은 양가 어른이 다 전화를 해서 죄송하다고 하고 1991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결혼식일로 잡았다.


길일을 잡은 것이 아니라 100% 쉬는 날이라 하객 많이 오라고 잡은 것인데, 소 뒷걸음에 쥐 잡는다고 그날 결혼 길일이라 예식장은 군인이라 육군회관 잡았는데, 제주도 비행기표 전노선이 매진되었다.


천만다행으로 처제가 대한항공에 근무 중이라서 직원용을 협조해 겨우 비행기표를 구했다.


1991년 7월에 통일전망대 보직이 끝나고 2차 중대장으로 해운대 탄약사령부 3 경비중대장이 되었다.


현역은 41명 방위병이 210명인 중대였다. 방위병은 70명씩 A, B, C조로 나누어 주간, 야간 홀수일, 야간 짝수일을 균등하게 돌아가면서 근무명령서 짜는 것이 고역이었다. 휴가도 적절하게 보내야 했다.


정말 기막힌 경험을 했다. 앞 중대장에게 뇌물을 주고 서울대법대 3학년 마치고 방위를 받는 병사의 애인과 예비장모가 수영군인아파트에 내 생일 케이크를 들고 왔다. 10만 원 자기 압수표가 편지봉투가 터질 듯 꽉 찬 것을 주었다. 앞 중대장은 야간 홀수로 고정을 해주어 예비사위가 공부를 잘했는데, 함 대위가 주간, 야홀, 야짝으로 뺑뺑이 돌려 공부리듬이 깨진다고 했다.


원래 한심한 집단이 군대다. 군인은 전쟁 안 나면 그냥 먹고 자고 경계하다 제대한다. 내일 새벽 전쟁이 난다면 당신 예비사위도 고시공부 소용없다. 총알받이다. 총알받이 안된 것에 감사하라. 케이크는 생일이니 받고 봉투는 대위 봉급에 국가서 군인아파트 주니 아쉬움 없이 산다고 돌려주었다.


순찰을 돌았는데, 기장으로 나가는 초소에 병역면제 신의 아들, 6방 장군의 아들, 18방 사람의 아들, 현역 어둠의 자식들이라는 낙서가 있었다. 요즘은 현역이 18개월이라 어둠의 자식이 없다.


병무청은 신의 아들 없게 좀 잘해라. 다 니들 근무태만이거나 아직도 뇌물이 먹힌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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