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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하면 내 여동생

by 함문평

내 여동생은 나와 정 반대 성격이었다. 나는 가능한 안 움직이고, 일도 숙제도 생각만 하고 몰아서 했다. 여동생은 활동적이었다.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는데, 지금도 잊지 못할 한 마디가 집안이 잘되려면 딸과 아들이 바뀌었으면 좋았을 걸~하셨다.


횡성 고향 앞집은 동창 여자는 두 살 위 오빠와 두 살 아래 여동생이 있었다. 나는 그녀와 작정하고 싸우면 내가 이겼겠지만, 혹시 그녀 오빠가 나를 때릴까 봐 차라리 그녀에게 맞는 것이 편했다.


서울로 전학오기 직전 5학년 겨울에 그녀에게 맞고 왔는데, 말을 안 했는데 여동생이 알았다. 여동생이 그 집에 가서 친구의 여동생을 불러냈다. 다짜고짜 네 언니가 우리 오빠 팼으니까 넌 나한테 맞아야 해 하면서 길바닥 돌로 그녀 머리를 피나게 했다. 그 일로 아버지, 어머니는 보건소에 데려가 치료를 받고, 미안하다고 안흥까지 가서 한겨울에 그 귀한 귤을 사서 그 집에 주고 왔다.

그날 밤 잠결에 아버지, 어머니 대화를 들었다. 어떻게 태어나도 저렇게 아들은 물러터지고 딸은 영악한지 그래도 맞는 것보다 치료비에 과일을 사주어도 때리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세월이 흘러 대학생이 되었다. ROTC선, 후배들이 당구 시합을 했다. 다들 150, 100, 200을 놓고 치는데, 선배에게 우리 오빠 대신 제가 쳐도 되나요? 했다. 그러라고 허락이 떨어지자 300을 놓았다. 다들 놀랐고 정말 여동생 덕분에 우리 1년 차가 이겼다. 그런 여동생이 늙어 같이 가면 누님이냐고 물어본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빨강옷이 당구 300시절 여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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