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유언
할아버지는 95세에 돌아가셨다. 95년 인생에 사기를 두 번 당했다. 두 명 다 전라도 출신에게 당했다.
돌아가시기 전 한 주 전에 <조부위독 급래요망> 관보가 왔다.
고향에 가니 할아버지는 위독이 아니라 정정했다.
강림 맛집에 장손을 데리고 갔다. 우리 장손 왔으니까 토종닭 맛있게 해달라고 하셨다. 그 식당에서 담근 삼국주를 내왔다. 할아버지와 장손은 주거니 받거니 문 닫을 때까지 마셨다.
할아버지는 전라도 조심해라. 장사채에게 속더라도 두 번은 속아주되 세 번 속으면 내 손자가 아니라고 하셨다.
개봉동은 편의점도 3개에서 2곳 폐업하고 하나만 남았다. 문구점은 모두 폐업했다. 은퇴 전 김포공항 근처 문구점을 애용했기에 원고지, 잉크, 필기구, 집게 등을 거기서 구입했다.
집에 와서 영수증을 확인하니 대우가 망한 분식회계식 영수증이었다. 직년 12월에 200원 하던 집게를 개당 300으로 고리는 300원 하던 것을 400으로 낱개 가격을 100을 올리고 수량 135개, 200개를 샀으니 오늘 하루 장사 안 해도 하루 평균 매상을 올렸을 것이다.
할아버지 장손답게 내일부터 그 집 거래 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