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번 과외교사 경험

혼밥 먹기 힘든 사람. 118

by 함문평

작가가 소설 습작 시절 이야기다. 중학동창이 늦둥이를 두어 중3에서 고1이 되었다. 영어는 학교에서 상위 3%인데, 수학, 국어가 중간이라고 속상하다고 했다.


국어교육과 출신이니, 어떻게 방법이 없냐고 했다. 영어, 수학은 학원이다, 과외다 공부시키면서 국어는 그냥 한글 읽을 줄 안다고 학원 안 보냈지? 그렇다고 했다.


우리나라 중, 고등학교 학생의 엄마, 아버지가 대부분 잘못하는 것이 자기들도 학생시절 국어 100점 받은 적 없으면서 영어, 수학, 논술은 사교육을 시키면서 국어는 노력없이 점수 안 오른다고 한다고 했다.


늦둥이 국어 개인지도를 부탁했다.

나를 믿어? 믿는다고 했다.


중학교 동창이니, 중학시절 국어시간에 선생님 질문에 답변 잘했고, 학교 교지 편집장을 한 것을 알기에 부탁한다고 했다.


그럼, 영어, 수학 개인지도비 얼마 씩 주느냐? 물었더니 수학은 50, 영어는 40이라고 했다.


수학 50 잘라버리고 수학과 국어 둘 다 6개월에 1등급 만들 테니, 매월 100을 달라고 했다.


아울러 늦둥이가 아무리 사랑스러워도 내가 부여한 숙제를 안 하거나 시험을 봐서 70점 이하가 되면 그 순간 가르치는 것을 중단한다고 했다.


브런치에 글을 쓴 적이 있는데, 학생시절 수학 선생님께 수학시험 어렵게 출제해 주세요라고 말해 친구에게 재수 없는 놈 소리를 들었었다. 왜냐하면 종로 2가 ST에서 중3겨울 방학에 홍성대 공통수학 정석을 마스터했고, 공통수학은 이길동, 수학2는 황승기 시절 황승기에게 수학 2를 1학년 때 마스터했다.


함수 개념이 없기에 왕년에 첫사랑에게 자판기에서 동전을 넣고 코코아를 빼주면서 함수를 득도하게 한 것처럼 함수를 가르쳤다.


늦둥이가 학교 수학선생님보다 아빠 중학동창 선생님이 수학 더 쉽게 가르친다고 했다고, 동창회에서 너스레를 떨었다.

국어는 한석봉 천자문과 광주천자문을 가르쳤다.


많은 사람이 한석봉 천자문은 많이 알아도 광주천자문은 있는 것조차 모른다.


국어 단어의 70%가 한자를 알면 이해가 되는 것을 박정희 대통령이 한글전용 이후로 우리 할아버지 서당뿐만 아니라 전국 서당이 다 망했다.


서당을 접고도 장손에게 천자문, 소학, 사서삼경을 개인지도 해주신 덕분에 중고등학교 6년 동안 국어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흑석동에서 조 ㅇ ㅇ 선생에게 599명이 맞고 졸업했는데, 유일하게 안 맞고, 이과반인 작가를 지금이라도 문과반으로 오라고 하셨다.


늦둥이 국어, 수학 성적이 오르고 영어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늦둥이 모친이 양복을 선물해 주었다.


늦둥이는 서울에 있는 평판 좋은 대학생이 되었다.


논술까지 지도해 달라고 했다.


늦둥이가 선생님, 일기를 쓰면 논술 잘할 수 있나요? 물었다.

아니다. 일기는 의무감으로 쓰고, 사람은 이기적 동물이라 자기를 미화하는 약간의 거짓이 들어간 글이 된다. 논술은 언 밥처럼 싸늘하게 써야한다.


논술은 시도 수필도 소설은 더구나 아니다. 냉정하게 과학적, 철학적으로 써야 한다.


일단 라면을 한 번도 끓여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네 글을 읽으면 가장 맛있는 라면이 되게 써보라고 했다.


그다음 아주 오래전 딸에게 논술교육을 했던 논술 교재로 제목만 주고 원고지 800자에 쓰게 했다. 일단 먼저 쓰고, 빨강펜으로 석사 논문 초안 지도교수가 빨강펜 표시하듯 해주었다.


늦둥이 모친이 교회 권사였는데, 교회에 소문을 내서 교인들 2세 10명을 모아 줄 테니, 지도해 달라는 것을 정중히 사양했다.


늦둥이는 중학동창 부탁이라 거절할 수 없고, 늦둥이 역시 아버지의 중학동창이고, 대방동 주당 9인회라는 것을 알기에 술자리서 지나가는 말로 70이하 소리 나오면 과외 끝이라는 것을 알고 내 말을 잘들었다.


그냥 교회 다니는 불특정 다수 2세는 그런 절실함이 없기 때문이다.


공부도 지하수 퍼올리는 수동펌프와 비슷하다. 지하의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 바가지를 먼저 붓고 펌프질을 한다. 마중물이 위에서 공기를 차단하고 지하수관의 공기를 위로 빼면 기압이 낮아져 지하수가 위로 올라온다. 한번 마중물과 지하서 올라온 물이 펌프 주둥이로 나오면 관속은 공기가 없어 사이펀 원리로 계속 물을 뽑아낸다. 공부도 할아버지 훈장 어록으로 <문리가 터야 한다>그 문리가 공부를 혼자 할 수 있는 기본 독해력이다. 한번 성적을 전교 3%에 올리기가 힘들지 만들기만 하면 스스로 노력해 안 떨어진다. 넘어지고 깨져도 자전거 두 발로 가는 것 배우면 거리 상관없이 달리는 것처럼 공부, 문리가 그렇다. 이 나라 학교 선생님이 단순 주입이 아니라 학생에게 내가 담당하는 과목에 마중물을 먼저 추출하고 잘 가르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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