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 총무 9년을 하니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22

by 함문평

처음 중학동창 모임에 나가니, 동창 모임이 30년 전에 결성했는데, 너만 군바리 하느라 총무 안 시켰다. 군바리 졸업했으니 총무 하라고 해서 맡았다.


모임 공지를 하고, 명함을 받기만 하고 줄 명함이 없었다. 명함이 무슨 대표, 사장, 연구소장이라 다들 잘 나가고 나만 명함도 없이 사람인가 싶었다.


나이 60이 되어 소설가로 등단했고, <777>, <백서> 단행본을 발행하고 나니 출판사에서 책에 부여한 바코드 덕분에 구글, 네이버, 다음에 함문평, 777, 백서 중 아무거나 검색어 치면 나의 이력이 떴다.


명함을 주면서 나의 명함을 요구하는 사람에게 명함이 없다고 말한다.

구글에 함문평 검색하면 나온다고 말한다.


서당개 3년이면 라면맛 감식을 한다고, 총무 9년 하다 보니 다 보인다. 명함을 근사하게 파고 다녀도 백수인 것이 보인다. 사람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지, 없으면서 명함만 번지르하게 새긴 것을 받았을 때 나는 슬프다.


9년 동안 동창 모임 한 번도 안 나온 사람이 웬일로 1월 2일 연회비를 납부해서 기특하다고 했는데, 바로 2세 청첩장이 문자로 도착했을 때 나는 슬프다. 평소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식 모르던 동창이 전화가 왔다. 누구야? 이름을 불렀더니, 아들입니다. 야, 왜 아들이 아버지 전화를 사용해? 물었더니 방금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할 때 나는 슬픈 정도가 아니라 할 말을 잊게 된다.

감나무. 선배 중에 감 한 개 따먹고 정학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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