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교복 이야기

by 함문평

강원도 시골에서 올라와 서울에 방 한 칸 부엌 하나 딸린 전세방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중 고등학교 생활을 했다.


어차피 전세 사는 거 학교 가까이 방을 얻어 살았다. S 중 시절에는 우리 학교 야구장 담장 4/5 정도쯤 있는 영어선생님 댁에 세를 얻어 살았다.


그러다 고등학교 추첨번호 15번 받으면 그대로 고등학교 교실로 갈걸 14번을 받아 한강변 흑석동 고등학교가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그 집에서 대방역까지 가서 111번 버스를 타고 흑석동에 내려 학교까지 걸어갔다. 일찍 일어나면 아무 문제없으나 늦잠 자면 택시를 타다 보니 도저히 시골서 보내온 돈으로 생활할 수가 없어 고마운 선생님 댁을 떠나 흑석동 부속여고 올라가는 담장길 끝에 방을 얻었다.


주인 할머니는 혼자 사시고 방을 세 개를 전세를 주었다. 전세 사는 3 집은 신혼부부 한집 여자 자매가 사는데 언니는 버스 안내원이고 동생은 대학생이었다.


언니가 버스 안내양 해서 번돈으로 동생을 공부시켰다. 대학생이 되어 학생 과외를 했지만 언니가 버는 돈 절반 이상이 동생에게 들어갔다.

그녀들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어르신! 호칭을 하면서 먹을 것이 생기면 나누어 먹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도 시골서 어머니가 가지고 온 것을 나누어 먹었다.


서로 친하게 되었는데 하루는 대학생 누나가 나를 조용히 불렀다.

누나를 따라 지금은 많이 변한 달마사 쪽으로 데리고 갔다. 공부 열심히 해서 명문대 가야 할 문평 동생에게 이런 부탁해서 미안한데 이걸 일요일에 고등학생 가방에 넣어 Y대학교 정문 건너편ㅇㅇ 다방에 들어가면서 주문한 거 가져왔어요! 하면 다방 주인이 받아서 조치한다는 것이다.


좀 찜찜했지만 예! 했다.


정말 일요일이지만 84번 버스 종점에 경찰들이 신분증 검사 가방 검사를 했다.


검정교복에 학생 가방이라 검문검색이 없었다. 서울역에서 Y대 방향 가는 버스를 갈아타는데 역시나 경찰들이 신분증 검사 소지품 검사를 해도 나는 무사통과였다.


다방에 도착해 주문한 거 가져왔어요! 외치니 주인 여자가 어머나? 이 무거운 걸 혼자 가져왔네! 학생 쌍화차 드려라! 다방 아가씨가 예! 알겠습니다. 마담언니! 했고 경찰 검문에 안 걸리고 가방 속 유인물을 넘기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쌍화차를 마셨다.


그리고 혹시 경찰이 들어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차만 마시고 다방을 나왔다.


나중에 세월이 지나 그것이 Y대학교 시위 전단이었던 것을 알게 되었고 나와 연상의 여인은 그렇게 인연이 되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