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과 乙

by 함문평

출판사가 甲이고 작가가 乙이야

처음 작가로 등단되었을 때는 하늘을 날듯 기뻤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에 국어 선생님은 내년이면 60이라고 내년에 작가로 등단이 못되면 그냥 더 이상 글 안 쓰고 가련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렇게 가셨다.


그분은 정말 특이한 분이었다. 유신시대 그 살벌한 분위기에서도 수업시간에 할 말 다 하셨다. 우리 학교 교훈이 義에 살고 義에 죽자인데 졸업하고 나면 不義편에 서서 正義의 길을 가는 동기 후배 선배를 족치는 인간들이 한둘이 아니다.


제군들 중에 600명 전체가 정의의 사도가 될 수도 없지만 딱 六名만이라도 그렇게 사는 제자가 나오면 행복하겠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六十에 작가가 못되어 그냥 무명으로 가셨는데

첫책 < 777>을 발간하고 선생님 묘에 헌정했다.


눈물이 흘렀다. 그분은 교사 월급 별로 많지 않은 금액에서 동아일보가 광고 탄압으로 광고란이 백지일 때 <동아 너를 믿는다. 무명작가> 광고를 내셨고 김지하나 문병란 시인들이 잡혀갈을 때 시인들의 시집이 판금이던 시절에 몰래 두 권을 사서 한 권은 선생님이 한 권은 나에게 주셨다.


咸 君 말이야 시인이나 작가는 굶어 죽어도 아쉬운 소리 해서는 안되고 항상 국가기관이나 대형출판사 갑질에 을질을 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777이 나의 첫 책이지만 나는 책을 다시 냈다. 777에 없는 <백서>를 쓰고 책명을 <백서(白書)>라고 냈다.


777에 오타도 많은 것은 용서를 하는데 함문평을 한문평으로 인쇄가 되어 먼저 등단한 조 모 시인 백 모 시인 에게 물으니 그냥 참으라고 했다.


왜? 물으니


출판사는 甲 시인과 작가는 乙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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