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에게 감정을 배운다.
나는 배구공 윌슨이다. 피로 물든 손바닥 하나가 나의 얼굴이다. 손바닥에 새긴 주름하나. '화'가 되고, 주름하나 '웃음'이 되고 주름하나 '슬픔'이 된다. 윌슨의 손바닥은 윌슨이다. - Cast Away -
배구공 윌슨은 어디에나 있다. 슬플때나 힘들때나 기쁠때나 윌슨은 곳곳에 존재한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은 로빈슨 크루소 라는 동화 속 주인공 처럼 무인도에 표류된다.
아무리 외쳐도 들려오는 답은 없다. 심지어 메아리조차 드넓은 바다가 쓸어가 버린다.
윌슨의 얼굴. 피로 물든 그의 손바닥에는 많은 주름들이 있다. 그가 태어나서부터 죽을때까지 느끼는 모든 감정들 그가 겪은 경험들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마치 밑둥만 남은 고목나무의 나이테처럼 말이다.
그렇게 영화속 주인공은 윌슨이라는 배구공이자 동반자를 탄생시킨다. 또 하나의 자신을 배구공에 새겨넣음으로 이는 가능해진다.
무기력함에 사무칠때, 처음 불을 피웠을때의 기쁨.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주인공은 윌슨과 함께한다. 배구공 윌슨이 그와 늘 함께하기에 무인도는 더이상 무인도가 아니다. 배구공 윌슨과 함께하는 유인도다. 우리가 울고, 웃고, 화내고 하는 이 모든 감정들의 표현이 정말로 우리 것일까. 우리 안으로부터 나온 것일까. 비록 감정이라는 것은 우리 안으로부터 나왔을지 모르지만 형태는 밖에서부터 온 것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화를 내 봐라. 마음껏 소리쳐 봐라. 처음에는 시원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울어본들. 그 울음은 땅으로 스며드는 한낱 0.1mm의 수분에 불과하다. 이는 곳 생명조차 탄생시키지 못하고 갈증조차 없애지 못하는 무의미다.
사람은 결국 사람에게 감정을 배운다.
내가 화를 낼때 옆에 있어주는 사람, 내가 슬플때 옆에 있어주는 사람, 내가 환호할때 옆에 있어주는 사람
그 사람을 생각하자. 그 사람은 당신의 화, 울음, 기쁨의 선생입니다.
화, 울음, 기쁨, 환호, 절망 이러한 감정들 자체는 행복이 아니지만 이러한 감정들을 배울 수 있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행복'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