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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Jan 16. 2022

태양광은 친환경이 아니다

원자재를 말하다 - <프토메테우스의 금속>, 기욤 피트롱

# 모두가 친환경을 외친다


요즘 기후위기, 친환경 담론을 모르면, 무식한 사람이 된다. 모두가 전기차, 수소차,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말한다. 멀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태양과 바람으로 전기를 만든다. 이 전기로 공장을 돌리고, 자동차를 움직인다. 세상은 깨끗해진다. 


과연 그럴까? 프랑스 언론인인 기욤 피트롱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프랑스 파리 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국제법학 석사 학위를 받은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통념과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니, 관심을 끌었다. 그냥 지나가기 어려웠다. 



그의 저서, <프로메테우스의 금속>의 주장은 간단하다. (1) 태양광, 풍력, 전기차 등 친환경 제품에는 희귀 금속이 핵심이다. (2) 그런데 희귀 금속 제조 과정은 환경파괴적이고, 그마저도 중국이 지배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저자의 주장을 간략하게 확인하고, 내 생각을 남겨본다. 




# 원자재가 친환경적이지 않은데?


* 박스 안은 인용구


21세기는 원자재의 세기다. 전기 저장 기술에는 코발트와 리튬이 필요하며, 전기차와 수많은 풍력 터빈을 위해서는 희토류와 구리가 필수적이다. 초연결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생활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선 흑연과 주석이 필요하다. 


태양광, 풍력, ESS, 전기차는 탄소중립의 주요 수단이다. 그리고 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코발트, 리튬, 니켈 등 희귀 금속이 필요하다. 그간 희귀 금속 가격, 거래량은 지속 증가해왔다.


희소금속 발전대책 - 산업통상자원부('21.8)


정부에 따르면 희귀 금속 수입 규모는 15년 98억불에서 19년 118억불로 증가했다. 수입액만 보면 67억불에서 90억불로 증가했다. 30%에 달하는 성장률이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주요 소재의 가격은 1.5배~2.5배로 상승했다.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이러한 희귀 금속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그런데 이게 '탄소중립'의 궁극적 취지인 '친환경'에 도움이 될까?


저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희귀 금속 제조 과정을 설명한다.  


우선 돌을 빻고, 그다음엔 황산이나 질산 같은 일련의 지독한 화학적 시양을 사용해야 한다. 프랑스의 한 전문가는 이를 '매우 길고도 반복적인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을 수십 번씩 반복 해야 순도 100%에 가까운 희토류 농축액을 얻을 수 있기 떄문이다.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련 작업을 통해 희토류 1톤을 얻기까지 최소 20만 리터의 물이 쓰인다.

희귀 금속은 녹색 기술과 디지털 기술에 빠져서는 안 되는 감초로 쓰이지만, 동시에 물과 흙, 대기, 심지어 용광로의 불길마저 오염시키는 맹독성 찌꺼기를 남긴다.


저자는 말한다. 희귀 금속 캐내는게 엄청 더럽다. 그런데 얼마나 더럽길래? 사실 감이 잘 안온다. 한국산업보건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산업보건 측면에서의 희토류 건강영향 평가'('16)는 이렇게 말한다.


"<1> 희토류 채굴 및 정제 지역에서는 수질오염 또한 심각하며 주변 농업구역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정제과정 중 발생한 산성 오염원은 무기화학물의 독성 을 높이며 용해상태의 희토류를 초래한다. <2> 각각의 희토류 화합물은, 특히 용해상태 및 화학적 전환에 따라 생체 내에서 다양한 화학적 거동을 나타낼 수 있다. <3> 또한, 시설로부터 흘러나온 폐수는 연안의 해양 침전물 및 생물군에 희토류 축적 및 특정 생태계의 장애를 야기할 수 있어 폐수 및 폐기물에 대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렇게 들어도 감이 안 온다. 구글링을 해봤다. 사진을 봤고, 감이 좀 왔다. 왼쪽은 희토류 채취 과정이다. 오염된 물이 콸콸 흐른다. 오른쪽은 위성에서 해당 지역을 포착한 거다. 색깔이 징그럽다. 중국 내몽골 자치구 바오터우시의 상황이다. 이게 5년전이다. 지금은 나아졌나?


The World's Tech Waste Lake in Mongolia (businessinsider.com)


우리나라에 이런 지역이 있으면, 난리 났을 거다. 그런데, 희귀 금속 채취하는 과정이 대강 이렇다고 한다. 저자는 묻는다.


'이거 친환경 맞아?'


문제는 또 있다. 




# 중국이 지배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인듐의 44%, 바나듐의 55%, 형석과 흑연의 65%, 게르마늄의 71%, 안티몬의 77%를 한 나라가 생산한다. 바로 중국이다.

또한 중국은 전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84%, 희토류는 무려 95%를 차지한다.

 콩고 민주 공화국은 전세계 에 공급되는 코발트의 64%를 생산하고, 남아공은 백금, 이리듐, 루테늄의 83%를, 브라질은 니오븀의 90%를 생산한다.


이러한 희귀 금속은 지역적으로 편중되어 있다. 특히 중국에 쏠려 있다. 희토류, 텅스텐, 인듐, 바나듐, 중국에서 참 많이도 생산한다. 앞으로 중국의 지배력은 강화될 전망이다. '21.12월, 중국은 국가 주도로 세계 최대규모의 희토류 회사를 설립했다. '중국희토그룹'이다. 



저자는 말한다. 중국의 가격 결정력과 시장 지배력이 공고해진다고 말이다. 안그래도 대놓고 '자원 무기화'를 추진하는 나라인데, 이 나라를 믿을수 있냐는 거다. 


아직까지 전기차, 태양광, 풍력으로 완전히 전환된 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상상을 해본다. 미래에 현대차가 내연차 공장을 모두 폐쇄시키고 전기차 라인만 남겨놨다. 그런데 어떤 문제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희토류가 수입이 안 되면? 


배터리 생산이 안 된다. 그러니 전기차도 못 만든다. 기간 산업이 정지하게 된다. 경제와 일자리에 타격이 온다. 저자는 우리가 점점 더 친환경이 될수록, 점점 더 중국에 의존하게 된다고 말한다. 


희토류 외 코발트, 백금 등 희귀 금속은 아프리카, 남미 등 특정 대륙에 몰려 있다. 아래 그림은 분포도다. 우리나라는 진짜 안 보인다.


Upcoming Competition Over Rare Earths: Economic and Strategic Impact (energyindustryreview.com)


문제는, 해당 국가가 좀 불안하다는 거다. 아프리카는 아직도 내전이나 쿠데타를 겪는다. 남미도 그나마 상황이 나은거지, 언제 변덕스러운 지도자가 권력을 잡을 지 모른다. 비즈니스의 가장 큰 위험 요소 '불확실성'이 크다.


저자는 이런 사실들을 짚으며 말한다. 


지금 탄소중립 한다고 뭘 자꾸하는데, 그거 친환경적이지 않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정치경제적 라이벌인 <악독한> 중국에 먹혀버릴 수도 있다. 





# 느낀 점?


저자의 주장은 분명 경청하고 고민해봐야 할 이슈다. 


다만 아쉽다. 석탄 발전소를 계속 돌리는게 더 나은 선택인가? 내연기관차를 계속 타야하는가? 희귀 금속 채굴과 비교했을 때, 무엇이 더 친환경적인가? 희귀 금속 채굴만큼이나, 석탄 채굴도 더럽다. 과학적 근거가 있었다면 더 흥미로웠을 주장이다.


석탄 광산


인류도 좌시하지 않는다. 요새 '배터리 리사이클링'이 화두다.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를 활용한다는 거다. 우선 성능이 저하된 배터리는 ESS로 사용하고, ESS의 수명도 다하면, 재활용한다. ESS 내부의 리튬, 코발트 등 금속을 캐내고, 다시 쓴다. 



'배터리 리사이클링'에 현대, LG 등 대기업은 진작부터 눈독을 들였다. 고려아연, 인선이엔티, 에코프로 등 중견기업들도 참여를 추진한다. 이 기술이 잘 가꾸어지고 안착되면, 저자가 제기한 환경 파괴 우려는 완화될 수 있지 않을까? 


상당히 서양 중심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는 시종일관 중국의 희귀 금속 독점을 문제시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누구라도 그들의 자원 무기화 기조를 보면 우려한다. 


그렇지만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 사태를 초래한건 그들 자신이다. 미국도 과거에는 희토류를 생산했다. 그런데 인건비는 올라가지, 환경 오염은 엄청나지, '돈도 안되고 재미도 없다'보니까 그들은 포기한거다. 


대신 중국이 했다. 자국 시민의 건강, 환경을 대신 착취했다. 그렇게 수십년간 대체로 흡족한 가격으로 서양에 공급했다. 선진국이 하기 싫었던 더럽고 초라한 일을 몸빵으로 감내하며 해냈고, 독점권을 형성했다.


물론 '중국이 환경-생태비용을 내재화하지 않았다. 따라서 덤핑으로 불공정한경쟁이다'고 얘기는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런 걸 잘 못 들어봤다. 지금까지 싼마이로 잘 썼으면서, 이제 무서워졌나보다. 이건 중국 공산당 전략의 성공이라고 본다. 


서양이 얼마나 중국을 두려워하고 싫어하는지, 느껴졌다. 하필 우리나라 옆에 이런 나라들이 득실거린다. 


탄소중립, 지정학, 경제학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 하다. 언론인의 글이라 담론 제기가 명쾌하고, 쉽게 읽힌다. 그간의 통설에 배치되는 주장은 언제나 흥미롭다. 이 책이 그렇다. 생각할 점을 많이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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