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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May 31. 2022

몰디브와 카타르 그리고 흙수저, 한국

신혼여행에서 느낀 소회

[신혼여행]


최근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몰디브와 카타르를 갔다. 꿈같은 시간이었다. 세상의 모든 의무와 숙제를 벗어던지고, 동반자와 함께 이국적이고 멋진 곳에서 맛있는 거 먹고 재밌게 놀았다. 뇌를 멈춘 상태로 지냈다.


한국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들 국가와 우리나라가 대조됐다. 인천의 흑척생 바다, 몰디브의 에메랄드 바다는 차이가 크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카타르와 몰디브]


카타르는 진짜 잘 살고, 몰디브도 괜찮게 산다. 아래는 국가별 1인당 GDP다. 얘네들은 왜 이렇게까지 잘 살 수 있나? 땅도 좁고, 인구도 없고, 뭣도 없었는데. 나는 얘네를 보면서 '금수저'가 떠올랐다.

국가별 1인당 GDP


카타르는 LNG와 석유를 팔고, 몰디브는 바다와 리조트를 판다. 카타르 GDP의 36%가 LNG-석유, 몰디브 GDP의 66%가 관광업에서 창출된다. 이 나라에서 태어나면 자연이 선사한 화석연료, 인도양의 경관을 선물받고 시작한다.


물론 화석연료 판매에는 LNG 터미널, 유조선 등이 필요하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도 괜찮은 리조트와 깨끗한 바다, 안정적인 치안이 필요하다. 각 국가의 노력이 없진 않다.


그렇지만 핵심은, '그 땅에 화석연료가 있느냐', '그 땅이 관광지로 삼을만큼 아름다운가'이다. 인간은 부모를 결정할 수 없다. 한 국가도 <전쟁이 아니라면> 천연자원과 지도를 결정할 수 없다.


카타르와 몰디브는 남들이 원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태어난다'. 탄소중립으로의 브릿지 자원인 천연가스 수요는 앞으로도 늘어날 거다. 세계인들의 소득이 늘어날수록, 몰디브로의 관광 수요는 증가한다. 삽질만 안하면, 기본은 간다. 금수저가 그렇다. 돈을 까먹지만 않으면, 굶어죽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우리나라에는 뭐가 있을까? 뭐가 없어 보이는데..


아름다운 자연? 미국 오레곤 주에는 사막, 막년산, 초원, 대양, 모든 게 다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조건 국립공원일 장소도, 거기서는 주립-시립 공원이다. 아래는 오레곤의 Three Sister Mountains이라는 곳이다. 이런 곳이, 참 많다.


미국 오레곤 주의 Three Sisters Mountains


천연자원이 있나? 천연가스, 석유? 꿈같은 소리다. 심지어 태양광-풍력도, 우리나라는 효율이 떨어진다고 난리다. 니켈, 메탈 같은 희귀금속? 없다. 진짜 뭐가 없다. 아무것도 없다.


문화자원이 있나? 이탈리아는 2천년 전의 선조를 잘 만났다. 이거 팔아먹고 산다. 로마에는 콜로세움, 바티칸 등이 있다. 교과서에 나오는 거다. 얘네들은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이걸 판다. 아래 그림은 로마 관광지도다. 딱 봐도 뭐가 많다.


로마 지도

친한 친구와 맥주하나 들고 콜로세움과 바티칸 걷다가 생각했다. '너네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걸 더 잘 팔아먹겠다. 좋겠다.' 2천년된 역사와 5천년된 역사, 후자가 더 매력적이다.


우리나라는 자연에게 받은 것도, 조상에게 물려받은 것도 없다. 우리는 그저 사람의 힘으로 극복하고 있다. 우리의 먹거리, 반도체, 자동차, 다 제조업이다. 이거 물려받을 수 없다. 처음부터 개발하고 만든다. 남들이 안 된다고 했는데, 한두 세대만에 다 했다. 이제는 영화, 음악, 패션도 해본다. 100년간 한반도에 거주했던 사람이 다 했다.


앞으로는 어찌 될까? 천연자원, 경관, 문화와 달리, 사람은 가변적이다. 우리나라 '사람'에 따라 더 잘될 수도 있다. 반대로, 망해갈 수도 있다.


잘 될까? 10년전 기사가 떠올랐다. The Economist는 우리나라에 '원 샷 소사이어티'라는 단어를 붙여줬다. '한방 사회'라는 거다. 시험 한방에 사람 인생이 결정되는 나라를 의미한다. 이런 사회의 사람들은 보수적이고, 협소하고, 안전지향적이게 된다. '한방'을 잘못 쏜 사람들은? 추락만하면 다행인데, 올라오기도 어려워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람이 귀한 나라다. 앞으로 인구가 감소하면서, 더 그렇게 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다. 입시 한방, 취직 한방 잘못하면 상향 이동이 불가능한 사회? 이런 사회에 미래는 없다.


스타그램은 갔다. 페이스북 주가는 지속 우하향 한다. 오히려 중국계 기업인 틱톡이 잘 된다. 블룸버그는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틱톡은 크리에이터의 팔로워가 없어도, 컨텐츠가 핫하면 확 뜨게 해준다. 그렇지만 인스타그램은 다르다. 팔로워 많은 사람을 우선으로 유통시킨다. 그러니 역량있는 크리에이터가 틱톡으로 간다. 사람들은 재밌는 걸 찾아서 틱톡에 몰린다.'



컨텐츠가 핫하면 누구나 다 잘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안 그래도 사람이 없다. 나이로, 성별로, 계층으로, 학력으로, 지역으로 편가르면, 골치 아프다. 우리나라는 뉴욕, 벨기에, 베이징과 경쟁한다. 좁아터진 나라의 좁아터진 교실과 사무실에서 싸우면 안 된다. 내 옆의 누군가와 경쟁하는 삶, 그거 진짜 피곤하다.


나는 중국보다 미국의 미래에 베팅한다. 이유는 딱 하나다. 사람들은 미국에 살고 싶어한다. 중국? 글쎄.. 일본은 아예 사람이 감소한다. 아래는 국가별 인구증가율이다. 일본은 인구 감소한다. 중국은 인구증가율 감소 추세다. 미국은? 다시 반등 추세다.



우리나라가 사람을 더 소중히 했으면 좋겠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꿈과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자유롭게 살고, 언제든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행복해야 한다. 내 아들딸과 손주손녀는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나보다 더 큰 가치관과 꿈을 가지고, 더 자유롭고 도전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사람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나라. 사람 수도 줄어들고 있는 나라. 남은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힘낼 수 있어야 지속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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