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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Nov 29. 2021

21년에 도대체 무슨 일이?

나 혼자 정리하는 2021년

# 21년 정리


올해도 다 끝나간다. 시간이 참 빠르다. 올해 있었던 큼직한 일들을 정리해본다. 내가 생각하는, 내 기억에 남는, 내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일이다. 5개 정도다. 




# 탄소중립


일부 환경주의자의 관심인 줄 알았던 '탄소중립'이 글로벌 트렌드가 됐다. 이산화탄소 감축, 환경 보호, 이런 건 우리나라에서는 좀 낯선 단어였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경제 성장'이 우선시되고, 그 다음에 '분배' 정도가 있었다. 환경은 뭐, 굳이 그런 것까지?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제 사회에 약속했다. 2030년에는 2018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 줄이겠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하겠다. 


'전기 생산' 시스템부터 변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원료는 석탄 35%, LNG 26%, 원전 30%이다. 신재생에너지는 6%밖에 안 된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30년까지는 30%, 50년까지는 70%까지 올려야 한다.


https://index.go.kr/potal/stts/idxMain/selectPoSttsIdxMainPrint.do?idx_cd=1339&board_cd=INDX_001


이게 엄청 도전적인 목표다. 재생에너지는 태양과 바람이 만든다. 깨끗하긴 한데, 태양과 바람은 지맘대로다. 사람 마음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과 자연의 변덕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거 쉬운거 아니다.


운송 수단도 변한다. 석유를 쓰는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 수소차가 보급되어야 한다. 근데 이게 내연기관차보다 비싸고, 충전 시설도 미흡해서 불편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제조 방식도 달라진다. 공장의 탄소 감축을 위해 이산화탄소 포집기를 달아야 한다. 저탄소 공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모든게 다 돈이다. 발전, 운송, 생산 과정에 돈이 더 든다. 즉, 사회 전반적으로 재화와 서비스가 더 비싸진다.


그러면 소비도 어려워진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보다 비싸다. 전기차도 내연기관차보다 비싸다. 그런데 이게 'New Normal'인 시대다.


그간 인류가 싼값으로 지구와 환경을 착취했다는 비판이 있다. 많은 사람이 공감은 한다. 그건 그거고, 이게 막상 내 지갑이 얇아지게 되면? 


2021년 탄소중립위원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15.4%만이 '현재 삶의 질이 낮아지더라도 탄소중립에 따르는 비용이나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은 맞다. 근데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 인플레이션의 시대


처음에는 부동산과 주식이었고, 최근에는 라면, 석유였다. 가격이 올랐다.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왔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돈을 엄청 풀었다. 


시중에 돈이 풀리니, 자산 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부동산, 주식 가격이 올랐다. 자산 미보유자는 분노했다. 우리나라만 이런 건 아니다. 선진국, 신흥국 가릴 것 없이 다 올랐다. 


https://data.oecd.org/price/housing-prices.htm


위 그림은 OECD 국가의 주택가격이다. 2015년을 100으로 놓고 2021년 가장 최근의 가격을 비교한 거다. 독일 50%, 미국도 50% 이상 올랐다. 뉴질랜드도 마찬가지. 터키는 2배 올랐다. 이 나라는 진짜 대통령 잘못 뽑고 돌아버린 것 같다.



독일의 베를린에서는 주택 국유화 관련 투표가 있었다. 캐나다도 난리다. 집값 폭등의 주범을 외국인으로 몰았다. 그리고 외국인의 부동산 구매를 2년간 금지하겠다고 언급했다. 얼마나 사람들이 빡쳤으면 이럴까?


  

캐나다 총리의 트위터


집까지도 OK. 근데 그게 끝이 아니다. 생필품 가격이 올랐다. 석유가 대표적이다. 이러면 사람들은 못 참는다. 바이든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석유 가격 상승을 꼽는 사람이 많다. 환경, 정의? 당장 내가 죽게 생겼는데 뭘..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니까, 금리가 올라간다. 개도국은 진작 올렸고, 우리나라도 얼마전에 올렸다. 미국 연준도 인플레가 일시적이라고 하다가, 슬슬 말 바꾼다. 


근데 돈을 덜 푼다고 해결이 될까? 인플레이션은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오르는 걸 의미한다. 물론 사회에 돈이 풀린 돈이 적어지면, 가격은 덜 오른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사회에 가용한 재화와 서비스도 줄어들면? 


지금 석유와 LNG가 그 모양이다. 탄소중립 한다고, 지난 수년간 투자를 안 했다. 코로나 터지고 더 안했다. 생산 능력이 옛날같지 않다. 그런데 사람들은 여전히 이걸 필요로 한다. 그리고 풀린 돈은 많다. 그러니까 가격이 폭등했다. 


아래 그림은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다. 사상 최대치다. 



탄소중립 시대에서는, 인간의 모든 행동에 더 많은 비용이 부과된다. 산업의 쌀인 철강, 시멘트에 탄소세가 붙는다. 화물과 운송 비용도 더 높아진다. 석유를 못쓰거나, 석유 쓰면 돈을 더 내야 한다.


생산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한다. 최종 재화의 가격은 당연히 상승한다. 소비자가 돈을 더 낸다. 혹은 기업이 이익을 덜 남긴다. 어쨌든 누군가가 손해를 본다. 그간 무시했던 '지구와 자연'에 가격 청구서가 생겼다. 




# 갈등의 시대


생산 비용만 늘어나면 감당할 수 있다. 근데 생산 자체가 어려워지면? 그건 답도 없다. 그런데 국가간 갈등이 가시화되는 시기에는, 생산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간 우리가 의지해왔던 글로벌 분업 구조가 붕괴된다면 말이다.


지난 2020년, 현대자동차 공장이 멈췄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자동차 부품, 와이어링 하네스의 수입이 안 됐다. 내연기관차에 3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그 중 몇개 부품이라도 조달이 안되면, 모든게 멈춘다. 



얼마전에는 '요소수'가 없어서, 물류 대란이 일어날 뻔 했다. 일부 바바릭한 사람들은, 한국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한다. 누가 짓나? 우리나라에서는 돈 안 된다. 


한국의 임금은 중국보다 비싸다. 땅값도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만들면 비싸다. 그런데 '비싼 요소수'가 경쟁이 되나? 평시에는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수입이 잘만 됐다. 그 나라에서 싼 가격에 수출했다. 부가가치가 없는 제품이다. 


지금이야 당장 부족하니 사람들은 불평한다. 그렇지만 평시에 나랏돈으로 이런 산업이나 기술에 돈을 지원하면, 엄청 욕한다. 메타버스, AI, 자율차의 시대에서 나랏돈으로 '요소수'를 지원해? 


하지만 이렇게 글로벌 분업구조가 삐그덕 거리는 경우가 많아질 거다. 미국은 대놓고 중국을 때린다. 중국 제품 구매하지 말라고 말한다. 중국도 대놓고 미국을 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한다고 한다. 중동은 이미 아사리판이다. 혼란스러운 세계다.


경제 시스템에 '니 편, 내 편'이 생긴다. '니 편'에서 하면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데, '니 편'이니까 그러면 안 된다. '내 편'에서 비싸게, 비효율적으로 해야할 수도 있다. '내 편'인줄 알고 계속 거래하다가, 거래가 갑자기 끊길 수도 있다. 그러면 '요소수' 같은 걸로도 경제에 패닉이 온다.




# 일터에서 기대할 게 있나요?


미국에서는 '노동자'가 귀해졌다. 일본도 그렇다. 사람들은 일을 안하려고 하고, 기업은 사람을 못 구해서 난리다. 미국 실업률을 보면, 저점을 향해간다. 4% 대다. 이런 시국에 말이다. 


https://tradingeconomics.com/united-states/unemployment-rate


한국은? 노동자가 '귀해졌는지'는 모르겠다. 그치만 일터내 갈등은 엄청 심해졌다. 나는 갈등의 최전선에 있다. 무려 90년대생이다.


우리들의 불만은 이렇다. 왜 퇴근 후나 주말 연락을 당연하게 생각하느냐. 왜 회식을 강요하느냐. 왜 본 적도 없는데 나이나 직급으로 찍어누르냐. 


선배들의 불만은 이렇다.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할때는 해야하지 않느냐. 팀 분위기를 위해서는 회식도 필요하다. 경험도 지식도 많은 시니어를 주니어가 따라야 하지 않느냐. 


이건 답이 잘 안 나온다. 특히 지금처럼 민주화된 저성장 사회에서는 더 그렇다. 옛 선배들도 주말에 일하고, 억지로 술먹는거, 좋았겠나? 그 시대에는 많이들 그랬을 거다.


근데 이제 시대가 변해서, 안 그런 직장, 안 그런 사람이 많다. 옛날보다 불만 표출이 쉬워졌다. 이에 대한 공감도 당연해졌다. 후배 세대가 보기에, 옛날에는 회사에서 기대할 게 많았다. 고성장 시대에는 승진도, 유학도, 해외 경험 기회도, 많았다.


지금은 아니다. 성장이 아니라 관리의 시대다. 조직 기여에 따른 '기대 이익의 가시성과 크기'가, 옛날만큼 못하다. 그런데 왜 옛날만큼 희생하는가? 많은 분야에서 이럴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겠나.




# 코로나, 안 끝나네..


코로나 빼 놓을 수 없다. 올 초 백신 맞을때만 해도, 희망적이었다.


아니다. 백신 맞아도, 계속 확산됐다. 변이가 계속 나온다.  


그간 지도자들은 말했다. 조금 더 참아달라, 백신 맞아달라, 그러면 끝난다. 이 일정에 맞춰서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을 운용했다. 다 끝난줄 알고, 정책을 '회수'하는 과정에 있었다.


뭐? 오미크론? 안 끝나네.. 백신 맞아도 안 되고. 치료제도 잘 안나오고. 또 집에 있어야 하나? 사람들은 무지 열받는다. 근데, 집에 있는거 말고 방책이 없다. 안 그러면 확산된다. 


그러면 경제는 또 망가진다. 아 딜레마다. 언제까지 이럴까?




# 하여간..


진짜 다사다난했다. 개인적으로도 뭔가 이벤트가 많이 있었다. 이건 좀 나중에 정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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