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심해의 취미생활 Feb 13. 2024

북한, 쟤네 요즘 왜 저래

# 저기 진짜 왜 저럴까


요새 북한이 난리다. 뭐 저런 정치 체제가 있나 싶다. 김정은 정권은 오직 권력 유지와 핵무기 보유에만 혈안이다. 핵무기 체계 고도화가 유일한 자랑이다. 대륙간 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개발하느라 인민은 죽어난다.   


게다가 핵무기를 원래는 방어용으로 포장했지만 이제는 대놓고 공격용이라고 말한다. 또한 김정은은 헌법에 대한민국이 제1의 적대국이라고 명시할 것을 주문했다.


여러모로 도움이 안 된다. 저출산-고령화, 글로벌 경제전쟁 등 마주한 숙제가 많다. 근데 국방까지 더 신경써야 한다. 일반 시민의 삶에 활용가능한 인력, 시간, 돈이 국방에 투입되어야 한다.  


저기는 요즘 진짜 왜 저러는거고, 우리는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가? 내가 요즘 가져왔던 의문이었다.  


최근 이와 관련한 두권의 책을 읽었다. 현황을 잘 분석한다고 느꼈다.


정욱식 한겨례 평화연구소장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라는 책,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백승욱 교수의 [연결된 위기]가 바로 그것이다.


전자는 북한의 태도를, 후자는 국제정치 환경을 논한다.


먼저 북한의 태도부터 알아보자.


# 변화된 북한 :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북한이 온다


* 박스 안은 인용구


한겨례 평화연구소장 정욱식은 최근 발간한 저서인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에서 변화된 북한의 태도와 원인을 설명한다. 200 페이지 가량의 책이다.




북한은 왜 저럴까?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미련을 접은 것이라고 본다.

우리에게 ‘익숙한 북한’이 그 과격한 언사와 별개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끊임없이 모색해왔다면, ‘새로운 북한’은 이를 내려놓고 국가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북한은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북한은 과거 '핵 개발'을 빌미삼아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낸 후 정권 유지를 위한 요구사항을 내세웠다. 경제 제재조치 해제, 주한미군 감축 등이 대표적이다.  


즉, 그간 북한에게 핵무기는 '협상용'이었다. 북한은 그 어떤 나라보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매달렸다. 하지만 이제 미국과 더 이상 친해지기 어렵다고 느꼈고, 핵무기의 성격도 변했다. 협상 카드가 아닌, 활용가능한 무기가 됐다.


왜 이렇게 됐나? 저자는 하노이 노딜과 이후의 이벤트를 지적한다.


2019년, 김정은과 트럼프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그러나 양국간 간극이 커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김정은은 여기서 첫 번째로 실망했다. 이후 트럼프와 친서도 서로 주고받았으나, 약속받았던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도 이행되지 못했다는 거다.  


우리나라의 군비 투자도 김정은이 위협을 느끼게 된 계기다.


문재인 정부는 안보, 특히 군비증강에 올인하다시피 한 정부였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런 안보 강박, 다시 말해 첨단무기 도입과 군사력 증강에 집착하면서 정작 북한더러 핵포기를 요구하는 ‘내로남불’ 행보가 북한을 질리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평가기관인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 기준 세계 5위의 군사력을 자랑한다. 저자에 따르면 김정은은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진심이라는 걸 믿지 못했고, 이에 북한의 태도도 변했다고 말한다.  


이제 김정은은 대화와 평화 대신 무기와 갈등을 전면으로 내세우게 됐다. 그러니까 요즘 맨날 하는게 여기저기서 미사일 날려보는 거다.


우리가 처한 국제정치 환경은 어떨까?


 # 변화된 구조 : 연결된 위기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백승욱 교수의 분석이 주목할 만 하다. 그의 최근 저서, '연결된 위기'는 국제정치 환경이 분기점에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400페이지에 달한다. 깊이있는 분석과 남다른 통찰이 있다. 꼭 한 번 일독을 권한다. 내가 이해한 저자의 핵심 주장은 아래와 같다.

 

이 책에서는 얄타체제를 좀 더 넓은 의미로서, 요컨대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2차 세계대전 전후 국가간체계 질서의 틀로 이해하고자 한다.

또한 동아시아의 샌프란시스코 체제와 ‘제3세계의 저항’ 그리고 그에 대한 강대국 대응의 과정까지도 얄타체제의 틀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이렇듯 광범하게 규정할 때만, 2차 세계대전 종전 질서로서의 얄타체제를 미국 헤게모니 하의 새로운 국가간체계의 틀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새로운 다자주의적 질서 속에서 강대국들은 유엔 안보리를 장악해 상호적 제약 아래 강대국 상호 간의 전쟁과 영토주의적 확장을 억제하였으며, 또한 이 질서를 통해 신생 독립국들이 ‘발전’하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요한 이유는 이 넓은 의미의 얄타체제가 본격적으로 해체되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전후 시대를 '얄타 체제'라고 규정한다. 이 체계는 미국 주도의 헤게모니와 함께 UN, IMF, WB 등으로 대표되는 국제기구과 국제법 같은 제도를 기반으로 한다. 국가간 통용되는 규칙과 질서가 있었다는 거다. 이것의 핵심은 '서로 땅 넓히려고 싸우는지는 말자' 것에 있다.


물론 아프리카와 중동 같은 지역에는 항상 전쟁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주변부의 일이다. 중심지인 유럽 한폭반에서는 전쟁이 드물었다. 이제는 아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이 전쟁은 '영토 확장 목표'를 위해 시작됐지만, 그 누구도 말리지 못한다.   


즉, 이 전쟁이 그간 구축한 국제질서를 파괴했음에도, 아무도 이걸 되돌리지 못하는 거다. 불문율을 어겨도 처벌 받지 않는다면, 그때부터는 불문율을 어기는 사람이 늘어만 간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1) '영토 확장'을 위해 상대국에 침략했다는 점에서 그간의 국제질서에 반했으나, (2) 이 행위가 처벌받지 않고 있다. 우리의 세계를 지탱해온 국제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기서 저자는 중국 공산당을 지목한다. 시진핑은 중국과 대만의 통일을 주장한다. 그는 지난해 중국 공산군에 통일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라고 주문했다. 이미 세계는 중국의 대만 침공을 실제 일어날 법한 시나리오로 본다.


동아시아에서 대만 위기가 군사적 점령이라는 길을 향해 나아가면, 한국전쟁 종전 이후 특히 한중 수교 이후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사실상 포기되면서 한반도 핵위기가 중국 문제 해결에 있어 하나의 우호적 외적 조건이라는 변수로 바뀔 수 있다.

중국이 대만의 군사적 점령을 실제로 시도한다면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도발이 동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시작된 세계질서의 동요가 대만 위기를 거쳐 한반도 핵위기로 직접 이어질 수 있는 ‘위기의 연쇄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저자는 '약육강식의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만약 중국이 대만과 전쟁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서 우리나라에 도발을 감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은 한반도와 미국이라는 2개의 전장에서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을까?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워싱턴 D.C를 희생시키면서까지 서울을 도와주려고 할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미국이 대만 방어를 위해 한국의 참전을 요구할 때, 우리는 지원해야 하는가?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 그래서?


첫 번째 책의 저자는 한반도 비핵화는 현실성이 없다고 단언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리 없다는 거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를 인정하되 군비 축소와 같이 평화를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그들이 군비 축소에 나설까? 나는 이 분야를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보여줬던 역사적 호전성과 군사력에 올인하는 사회적 유인체계를 고려할 때, 가능할지 모르겠다.  


두 번째 책의 저자는 큰 원칙을 짚는다. 한국은 세계질서의 변화 과정에서 주체적으로 대응한 적이 없고 정세 변화도 제대로 못 읽는다고 꼬집으며, 우리 사회에서 의지는 과잉이지만 분석은 궁핍하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단선적인 친중반미-친미반중을 넘어서 전환의 시대에 맞는 전략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추상적이지만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간 사회적 담론에서 '외교-안보-통일'이 심도깊게 논의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진 것 같다. 그간 '이윤 극대화'로 대표되는 '경제 논리'가 세계적 헤게모니를 점유했다면, 이제는 '아군과 적군'으로 표상되는 '정치 논리'의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 시민들도 스탠스를 정해야 한다. 적어도 알고 있어야 한다. 미국의 핵우산은 믿을 만 한가? 믿을 만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우리는 지원을 해야 하는가? 안 할 수 있는가? 북한의 독재정권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다른나라가 지배했다. 이제는 그러면 안 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펀드매니저가 세계 경제의 흥망성쇠를 말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