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복숭아를 안 좋아하는 나.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까 고민했다.
누가 그랬다.
제철 과일은 지금 먹으라고.
맛은 둘째 치고, 내년이 되면 가격이 더 비싸질 거니까.
많이 먹어두라고 했다.
생각해 보니, 역시 그랬던 것 같다.
분명 내가 작년에 복숭아 한 박스를 24,000원 정도에
샀던 것 같은데… 올해는 한 박스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아서.
주문할 엄두가 안 났다
그냥 차라리 내가 복숭아 과수원을 차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거의 복숭아 하나의 가격이 아메리카노 정도의 가격이었다.
그렇게 잊고 살다가, 8월의 마지막이 되었을 때.
복숭아를 못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과일값이 오르는 세상.
다 같이 오르면 좋으련만.
같이 올려주세요.
좀.
그래서 집에 오는 길에 일부러 시장에 들렀다.
“딱따기 복숭아 있어요?”
사장님에게 물었다.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 분홍빛과 노란빛이 그러데이션으로 물들어있는
복숭아 한 바구니를 봉지에 담아주었다.
복숭아 끝물이니까 빨리 먹으라고 했다.
근데 정말 끝물의 끝물이었나 보다.
아침이 되니까, 어제저녁까지 단단했던 복숭아가
내 뱃살처럼 물렁해져 버렸다.
난…
물렁이 복숭아는 별로인데 말이다.
어제 사 오자마자 먹을 것을…
후회했다.
그럼에도 이런 조건 속에서도
맛있게 먹어야 하는 게 현생을 살아가는 돼지의 목표인지라.
어떻게 먹을까 생각하다가…
그릭요구르트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거기에 소금빵까지 뭔가 인스타그램 인증용 준비물 같았다.
일단 동네 빵집에 가서 소금빵을.
편의점에 가서 그릭요구르트를 구매했다.
소금빵 반으로 가르고, 그릭요거트로 채운다.
꾸덕하면서 시큼한 그릭요거트.
짭짤한 소금빵과 꽤 잘어울림.
여기에 꿀 올려서 먹으면 맛있으나… 오늘은 천연 당류를 넣겠다.
물복숭아를 숭덩숭덩 잘라서,
갈라진 소금빵, 꾸덕한 그릭요거트 위에 쌓아준다.
솔직히 먹기 전부터,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맛은 건강하고(?) 맛있었다.
짭짤하다가. 시큼하다가.
끝에 부드럽고 달콤한 과육이 들어오니.
목넘김이 술술이었다.
여기에 꿀 발라주면…
(이런 생각이 계속 나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꽤(?) 괜찮은 조합이었던 간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