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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냠냠론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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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 Sep 20. 2023

[냠냠론] 물복숭아를 안 좋아하는데.

물복숭아를 안 좋아하는 나.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까 고민했다.

누가 그랬다.

제철 과일은 지금 먹으라고.


맛은 둘째 치고, 내년이 되면 가격이 더 비싸질 거니까.

많이 먹어두라고 했다.


생각해 보니, 역시 그랬던 것 같다.


분명 내가 작년에 복숭아 한 박스를 24,000원 정도에

샀던 것 같은데… 올해는 한 박스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아서.

주문할 엄두가 안 났다


그냥 차라리 내가 복숭아 과수원을 차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거의 복숭아 하나의 가격이 아메리카노 정도의 가격이었다.


그렇게 잊고 살다가, 8월의 마지막이 되었을 때.

복숭아를 못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과일값이 오르는 세상.

다 같이 오르면 좋으련만. 


같이 올려주세요. 

좀.


그래서 집에 오는 길에 일부러 시장에 들렀다.


“딱따기 복숭아 있어요?”


사장님에게 물었다.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 분홍빛과 노란빛이 그러데이션으로 물들어있는

복숭아 한 바구니를 봉지에 담아주었다.


복숭아 끝물이니까 빨리 먹으라고 했다.


근데 정말 끝물의 끝물이었나 보다.

아침이 되니까, 어제저녁까지 단단했던 복숭아가

내 뱃살처럼 물렁해져 버렸다. 


난…


물렁이 복숭아는 별로인데 말이다.

어제 사 오자마자 먹을 것을…

후회했다.


그럼에도 이런 조건 속에서도

맛있게 먹어야 하는 게 현생을 살아가는 돼지의 목표인지라.


어떻게 먹을까 생각하다가…

그릭요구르트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거기에 소금빵까지 뭔가 인스타그램 인증용 준비물 같았다.


일단 동네 빵집에 가서 소금빵을.

편의점에 가서 그릭요구르트를 구매했다.


소금빵 반으로 가르고, 그릭요거트로 채운다.

꾸덕하면서 시큼한 그릭요거트.


짭짤한 소금빵과 꽤 잘어울림.

여기에 꿀 올려서 먹으면 맛있으나… 오늘은 천연 당류를 넣겠다.


물복숭아를 숭덩숭덩 잘라서,

갈라진 소금빵, 꾸덕한 그릭요거트 위에 쌓아준다.


솔직히 먹기 전부터,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맛은 건강하고(?) 맛있었다.


짭짤하다가. 시큼하다가.

끝에 부드럽고 달콤한 과육이 들어오니.

목넘김이 술술이었다.


여기에 꿀 발라주면…

(이런 생각이 계속 나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꽤(?) 괜찮은 조합이었던 간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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