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가 올 예정이니 우산을 들고 나옵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바람이 잦아든 기념으로 치마를 입을 지도 몰라요. 때론 이틀 연속 똑같은 옷을 입고서 나는 카페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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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가는 것은 중요한 하루 일과입니다. 제일 먼저 고민할 일은 메뉴. 오늘은 핫초코 기분인데 배가 고파 클라우드 치즈 케이크도 당기네요. 무엇이 더 먹고 싶은지 신중해집니다. 아무래도 케이크로 마음이 기웁니다. 케이크에 맞춰 커피를 아이스 카페모카로 바꿔 주문합니다. 살아 있는 나는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뇌세포에서 말초신경까지 전달된 명령은 손가락을 움직여 카페모카를 들고 꿀꺽꿀꺽 목구멍으로 넘깁니다. 케이크를 적당히 포크로 떠 입으로 가져 갑니다. 두 개가 합쳐지면 위장에서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기분입니다.
배를 채우고 나서야 비로소 내 작업을 시작합니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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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하루종일 나는 혼자입니다. 혼자 일어나 밥을 먹고 혼자 자전거를 타고 카페에 가 아무 말 없이 작업을 합니다. 하루쯤 카페에 가지 않아도 아무도 눈치챌 수 없습니다. 세계는 나와는 무관하게 평온하게 흘러갑니다. 퇴사한 회사에서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저녁 약속 전 팀장에게 결재를 받아야 해 마음이 조마조마할 일도, 클라이언트 회신 메일에 첨부파일을 깜빡해 저녁먹고 나서 다시 회사로 돌아가지 않아도 됩니다. 어떤 조직에서도 나는 속하지 않아요. 나는 정해진 공간으로 출근을 하거나 퇴근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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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곳, 그 시간에 분명히 존재했음을 증명해주는 것은 내 기록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비가 내릴 예정이고, 내일은 바람이 잦아들겠죠. 나는 어딘가에 분명히 살아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아무 이유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