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방을 들락거리기 시작한 것은 중학생 때부터다.
책을 좋아하다가 만화책으로 넘어가고 자연스럽게 만화방을 출입하게 된 것.
마침 여대 근처에 있던, 무려 여성전용 만화방이었다!
허름한 건물 3층으로 올라가 유리문을 열자마자 라면 냄새와 쥐포 구운 냄새가 났다.
의자는 인조가죽에 대부분은 표면이 벗겨진 것으로 세월을 짐작할 수 있는 오래된 것들이다.
책은 한 권당 계산하는 것과 시간당 계산이 있었는데 가난했던 나는 당연히 권당으로만 보곤 했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게 아까워 두세 번씩 읽었다. 물론 신간은 빼고.
새로 나온 책은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후루룩 봐야 했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 어떻게 알았는지 주인아주머니가 찾아와
"다 봤지?" 하면서 뺏어서 뒷사람에게 넘겨주곤 했으니까.
누군가 라면이라도 주문하면 온 가게 안에 자극적인 냄새로 가득했다.
만화방에서 라면 먹으면서 만화책 보는 게 꿈이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당시엔 칸막이도 없이 한쪽 구석 자리를 흡연구역으로 지정해 놓아 머리에 담배 냄새가 밸 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과제에 찌든 대학생이 만화방에서 스트레스를 풀던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지만, 당시엔 상종 못할 불량한 언니라고 생각했었지. 고생이 많으십니다, 대학생 여러분.
그때 만화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